불안한 사회, 불투명한 미래. 그래서인지 요즘 직업 선택 1순위는 ‘안정성’이란 보도가 이어지고 있는 매우 안타까운 시대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대기업(Big Company)에 대한 선호는 이어지고 있긴 하지요. 상대적으로 고임금에 좋은 복리후생 등이 중소기업에 비해선 장점으로 보이니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선 선망의 대상인 것 역시 부인하긴 어려운 현실이지요.

필자는 건설회사와 자동차회사 홍보팀을 거쳐 현재 생활문화기업 홍보실에 근무 중인데 직접 언급하긴 뭐하지만 그래도 다녔던 기업이 모두 대기업 집단에 속했던 회사였습니다.

지인들의 “넌 그래도 대기업 다니지 않니? 힘들겠지만 잘 버티고 오래 다녀라”란 말도 자주는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듣는 레퍼토리 중 하나고요.

도대체 뭔 이야기가 하고 싶어 ‘대기업~ 대기업~’ 중얼거리느냐고요?

바로 홍보인이 지녀야 할 미덕(?) 중 하나인 ‘참을 인(忍)’, 즉 인내 정신에 대해 한 말씀 올리고 싶어 끄집어냈습니다.

우리의 주요 커뮤니케이션 상대이자 비즈니스 파트너인 기자(들) 미팅을 하다 보면 마감 시간에 쫓기고, 또 갑작스럽게 내려진 취재 지시에 총 맞고 그러다 보면 제시간에 이분들을 만나기가 어렵지요. 그래도 우린 이해하고 기다리지요. 왜냐면 만나야 하니까요! 통상 먼저 보자고 할 때도 있지만 사실 우리가 먼저 만나고 싶잖아요. (무슨 말인지 다들 이해하시죠? ㅎㅎ)

이뿐만이 아니지요. 조직 안에서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빨리 처리해 주셨으면 하는 의사결정에 또 기다려야 하고(우린 얼른얼른 빨리빨리 해서 기자에게 자료 전달을 해야 하지 않습니까?) 때론 외부 상황유지를 위해 우리가 기자도 아니지만 ‘뻗치기’(언론계에 흔히 쓰이는 업계용어로 기약 없이 마냥 기다리는 행위 일체를 말함)를 해야 하고···.

영어 속담에 ‘Time and Tide wait for no man’(세월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라고 있지만, ‘PR Man must wait and wait and wait···’(홍보맨은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한다)이란 격언을 필자가 감히 만들어 보겠습니다.

대기업이라 불리는 큰 회사에 다니는 홍보맨들. 밖에서 보기엔 ‘대’기업에 다니는 것 같지만 실상은 ‘대기’업에 종사하고 있지요. 어디에 방점을 찍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지요. (갑자기 왜 앓는 소리를 하느냐고 몰아세우신다면 꼬리를 확~ 내리긴 하겠습니다 ㅋㅋ)

기다림의 미학, 멍하게 있지만 즐길 줄 아는 여유, 속은 타들어 가지만 애써 웃음지어 보이는 자세까지, 이 모든 걸 갖출 때 비로소 홍보그릇은 조금씩 채워질 것입니다. (우리 선배님들도 다 그렇게 어른이 되셨으니까요~)

‘대’기업 안에서 ‘대기’업을 영위 중인 우리 홍보맨들. 때론 웃음으로 때론 눈물로 때론 한숨으로 때론 하품으로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습니다. 간혹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라고 자조적일 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여러분! 우린 누가 뭐래도 치밀한 전략과 특유의 배포를 바탕으로 사뿐사뿐 나비처럼 날아서 궁극에는 꽃향기를 맡게 되는 그런 사람들 아닌가요?

동의하신 분 중에서 필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신다면 감히 커피 한잔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ㅋㅋ 약속은 지킬게요~ 그 언젠가라도)

전광석화처럼 흘러가는 소중한 시간. 그 시간을 소비할 때 낭비가 아닌 투자라고 생각하는 PR인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