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기업이 처하게 될 대내외 환경은 그리 녹록치 않다. 기술의 발전으로 사업의 경계는 빠르게 무너지고 있으며 곳곳에서 불안신호들이 속속 감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기업은 무엇을 준비하고 무엇에 대응해야 하는가? 18일 LG경제연구소는 생존과 지속 가능한 성장의 간극에서 국내기업이 갖춰야 할 인사 및 조직문화의 변화를 5가지 이슈로 정리했다.

일의 속성을 반영한 직무 중심의 부상 체계

삼성이 지향하는 “성과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슬로건은 이제 업계의 오래된 관습으로 굳어져 일정정도 관념적 성격의 패러다임으로 여겨진다. LG경제연구소는 올해를 ‘임금 체계 개편에 대한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분석했다. 연공서열에 입각한 통상적 개념의 임금체계보다 능력과 실력에 걸맞는 임금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일의 속성을 반영한 직무급제 도입이 부상하고 있다. LG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직원이 업무와 기술이 다르기 때문에 그에 걸맞는 임금체계의 개편이 절실하다. 업무와 능력에 따라 임금체계를 제로 베이스에서 검토해야 한다는 뜻이다. 회사에 얼마나 오래 근무했느냐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일을 하는지가 중요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이러한 직무급제가 연공서열 방식의 임금체계보다 강점은 많아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기업의 제도 설계 가능성과 구성원들의 수용성이 변수로 부각된다. 한국 기업의 특성상 직원 개개인의 업무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점과 부서 이동 등을 감안하면 정확하고 치밀한 ‘판단’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반적인 정서 상 구성원들이 이러한 시스템을 얼마나 체화시킬 수 있을지도 변수다. 이러한 부분은 냉정하고 정교한 시스템으로 극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각 개인에 대한 인사관리 업무를 직무 중심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급선무로 보인다.

 

최적의 인력운영 함수를 찾아라

국내기업의 인적구성이 다양해짐에 따라 이를 적절하게 활용할 운영의 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는 직원의 나이와 고용 형태, 성별 등의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 조직운영이 절실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의 테스코는 사업이 글로벌 무대로 옮겨가며 다양해진 직원의 업무를 직종에 따라 세분화시키고 각 단계를 6단계로 나누는 방법을 통해 직무 수행자가 가져야 하는 지식과 기술을 냉정하게 도출했다. 이를 근거로 테스코는 매년 2월 인력계획을 수립하고 분기별로 모니터링하는 것을 정례화시켰다.

다양한 직원의 등장에 따라 이를 감안한 최적의 인력 운영 방안이 절실해지는 순간이다.

 

채용기준은 스펙보다 역량을 검증하는 쪽으로

올해 국내기업의 채용규모는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의 눈은 지원자의 스펙보다 실질적인 역량을 판단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 스펙의 양이나 다양성보다 본인이 원하는 분야와 관련된 능력을 얼마나 충실하게 축적했는지가 채용의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채용에 있어 스펙보다 업무역량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고조됨에 따라 앞으로 국내기업의 인사 담당자는 이를 정교하게 판단하는 기술이 절실할 것으로 보인다. 업무상황을 설정한 모의평가와 면접 질문의 구조화, 사전교육 차원에서 단행되는 다면적 평가가 필요할 전망이다.

 

개인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

국내기업은 내부의 역량을 키우는 것에 집중할 전망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들은 전문성 검증을 위한 다양한 장치를 개발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사내 평가영역의 세분화 및 고도화가 필연적으로 추진될 것이 확실하다. 평가의 형식도 일을 ‘잘한다, 못한다’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기여도와 보완점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평가항목이 필요하다.

평가 시스템을 성과 평가와 역량 평가로 나누어 역량 평가는 업무수행에 필요한 기본역량과 전문성 역량으로 세분화시키는 것도 방법이다. 그리고 성과 평가는 연봉과 인센티브 책정에, 역량 평가는 업무와 보직 및 인사이동에 영향을 미치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방법이 있다. 여기서 역량 평가를 서술식으로 구성해 장기적인 인력개발 노하우로 삼는 방법도 있다.

직무 전문성 평가의 기준이 변하는 셈이다.

 

조직의 실행력 강조

올해 국내기업의 투자나 고용 규모는 작년과 비슷하거나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감한 조직의 실행력이 기업의 운을 결정하는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특히 신사업 분야에서 각 기업들의 공격적 투자가 이뤄질 전망이다.

하지만 신사업 투자를 기업만 할 수 없는 법이다.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그런 이유로 시키는 일만 잘하는 직원보다 리스크를 감수하며 새로운 사업에 뛰어드는 직원이 더욱 높은 평가를 받는 시대가 될 전망이다. 실패를 하더라도 그 학습효과로 재도전에 나서는 분위기가 고취될 수 있도록 기업은 더욱 노력해야 한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는 프로젝트 실패에 대한 처벌은 약하지만, 만약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경우 더욱 엄벌에 처하는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다. 대내외적인 경제환경의 악재로, 비록 아이러니하지만 신사업 중심의 과감한 결단력은 더욱 그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진취적인 문화를 조직에 심는 것이 중요한 이슈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