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015 AFC 아시안컵 8강전이 열리는 호주 멜버른으로 이동한다. 예선 3경기를 모두 1-0으로 승리한 슈틸리케 호 분위기는 일단 긍정적이다. 특히 개최국임과 동시에 막강화력을 뽐내며 예선전을 호령하던 호주 국가 대표팀을 격파한 것은 상당한 성과로 여겨진다.

슈틸리케 호는 당초 18일 오전 8강전이 열리는 멜버른 현지에서 회복훈련에 돌입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경기 직후 경직된 몸으로 장거리 여행을 하기 보다는 몸을 풀고 여유롭게 멜버른에 입성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 따라 다소 일정을 늦추기로 했다.

실제로 선수단은 호주와의 3차예선에서 평소보다 많은 활동량을 소화하며 그라운드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미드필더의 핵심인 구자철(마인츠)가 호주 선수와 공중볼을 다투다 오른쪽 팔꿈치를 다친 상황이며 안면을 가격당한 박주호(마인츠)도 정밀검사가 필요하다는 후문이다. 호주와의 경기가 끝나고 선수들 대부분이 그라운드에 누워 일어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강한압박을 바탕으로 빠른 공격전재를 시도하는 슈틸리케 호 특유의 프레싱 전술 여파다. 공식 기록을 종합하면 한국은 최종 엔트리 23명 가운데 그라운드를 밟은 선수가 22명에 이를 정도로 격렬한 경기를 펼쳤다.

이런 상황에서 슈틸리케 감독이 호주에 승리를 거둔 직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분석해야 한다”는 말을 남겨 시선이 쏠리고 있다. 강력한 우승후보인 호주를 꺾었지만 대표팀의 기량이 100% 만족스럽지 않다는 뜻이다. 낮은 득점력과 곳곳에서 보이는 수비불안은 물론, 비록 좋아지고 있으나 조직력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지적으로 보인다.

전술적 변화도 관심사다. 슈틸리케 호는 예선전 상대인 오만과 쿠웨이트 전에서 볼 점유율을 높여가는 전술을 활용했으나 호주와의 경기에는 볼 점유율을 다소 포기하고 조직력을 바탕으로 상대의 허를 찌르는 전술을 구사하기도 했다. 이러한 전술적 유연성이 8강전에 어떤 위력을 발휘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대표팀 중원의 핵인 기성용을 비롯해 손흥민, 구자철, 박주호 등의 조합과 더불어 세트피스 상황에서 보여줄 과감성과 선수 구성의 변화 등도 변수다.

슈틸리케 호는 오는 22일 오후 4시 30분(한국시간) 멜버른 스타디움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또는 우즈베키스탄과 4강 출전권을 놓고 맞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