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세계은행그룹은 지난 해 6월에 이어 두번째로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Global Economic Prospects) 보고서에서 2015년 세계 경제 성장률을 6월 내논 성장 전망치보다 낮은 3% 성장으로 조정했다.

세계은행그룹이 연간 2회 발행하는 이 보고서는 2014년 2.6% 성장한 것으로 추산되는 세계 경제가 2015년 3%, 2016년 3.3%, 2017년 3.2%의 완만한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2010년 구매력 평가지수 가중치로 환산한 2015년 세계 경제 성장률은 3.6%이며 2016년과 2017년은 각각 4%다.

세계은행은 지난 해 6월에 나왔던 이전의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예측했던 성장 전망치인 3.4%보다 하향 조정했다.

2014년에 기대에 못 미치는 성장률을 보였던 개발도상국의 경제가 2015년에는 유가 하락, 미국 경제의 견조한 성장세, 전세계 저금리 기조의 유지, 역풍을 맞았던 몇몇 대형 신흥 시장의 내수 회복 등에 힘입어 다소 개선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개발도상국의 경제 성장률은 2014년 4.4%에서 2015년 4.8%로 소폭 상승할 전망이며, 2016년과 2017년에는 각각 5.3%와 5.4%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은행그룹 김용 총재는 “오늘날과 같이 불확실한 경제 환경에서 개발도상국은 빈곤층에 초점을 맞춘 사회 보장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데 자국의 자원을 적절히 배치하고 사람에 투자하는 구조 개혁을 단행해야 할 것”라면서 “각국이 민간 부문 투자를 저해하는 불필요한 장애물을 없애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며, 민간 부문은 단연코 일자리 창출의 최대 주체로서 빈곤으로부터 수억 명을 탈출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 경제의 회복세가 미약한 데는 지표별 추세가 갈수록 엇갈린 양상을 보임에 따라 각국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영국은 고용시장의 회복과 극도로 팽창적인 통화 정책 덕분에 경기 회복이 가속화되고 있다. 하지만 유로존과 일본의 경우 세계 금융위기의 여파로 인해 힘겨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현재 계획적인 둔화 정책을 펼치고 있는 중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은 2014년 7.4%에 비해서는 낮지만 여전히 견조한 수준인 7.1%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또한 2016년과 2017년 성장률은 각각 7%, 6.9%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다음 네 가지 요인을 세계 경제의 하방 리스크로 지적하고 있다. 첫째, 세계 무역이 침체 기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 둘째, 주요 국가의 금리가 각기 다른 시기에 인상됨에 따라 금융 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있는 점. 셋째, 낮은 유가의 산유국의 재정 상태 압박 정도. 마지막으로 유로존과 일본의 스태그네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이 장기화될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세계은행의 카우시크 바수(Kaushik Basu) 수석 이코노미스트 겸 부총재는 “몇몇 고소득 국가는 물론 일부 중간 소득 국가의 지지부진한 회복세가 구조적 경기 침체의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밝혔다. 그는 “각국의 인구 증가가 둔화됨에 따라 청년 노동 인력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생산성을 크게 압박하는 요인”이라며 이처럼 암울한 상황에도 몇 가지 희소식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유가 하락이 2015년에도 지속되면서 전세계 인플레이션율이 하락하고 선진국이 금리인상 시기를 늦추리라 관측되며 이는 중국과 인도 같은 원유 수입국에 절호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 예상했다. 또한 “세계은행은 2016년 인도의  경제 성장률이 7%로 상승하리라 전망하는데 무엇보다도 이러한 기회를 자국의 재정과 구조를 개혁하는 계기로 활용하여 장기 성장과 포용적인 발전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용 시장의 점진적인 회복, 긴축 재정의 완화, 원자재 가격의 약세, 지속적인 저금리 기조에 따라 고소득 국가 전반의 경제 성장률이 2014년 1.8%에서 2015년에는 2.2%, 2016-17년에는 약 2.3%로 소폭 상승할 전망이다.

미국의 경제 성장률은 지난해 2.4%에서 올해 3.2%로 가속화되다가 2016년과 2017년에는 각각 3%와 2.4%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로존의 경우, 지나치게 낮은 인플레이션율이 장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2014년 0.8% 성장에 그친 유로존은 2015년 1.1%로 부진한 성장률을 보이다가 2016-17년에는 1.6%로 성장률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성장률은 2014년 0.2%에서 2015년 1.2%로, 2016년 1.6%로 상승할 것이다.

2015년에도 무역 수지가 약세를 면치 못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위기 이후로 전세계 무역은 크게 둔화되어 2013년과 2014년에는 성장률이 4%를 밑돌았으며 이는 세계 금융위기 이전의 연평균 성장률이던 7% 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무역의 둔화가 수요 감소뿐 아니라 세계 경기의 변화에 재빠르게 발맞추지 못한 무역 정책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또한 각국의 가치 사슬이 변화하고 수입 수요의 구성이 뒤바뀌고 있는 것이 발빠른 대처를 가로막았을 가능성도 지적한다.

원자재 가격은 2015년에도 약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하반기에 유가가 이례적으로 급락함에 따라 인플레이션 압력이 상당 부분 완화되고 수입 원유에 의존하는 개발도상국의 경상수지와 재정수지가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세계은행의 아이한 코제(Ayhan Kose) 개발 전망 담당국장은 “유가 하락으로 상당한 금액의 실질 소득이 원유 수출국에서 원유를 수입하는 개발도상국으로 이전될 것이다. 낮은 유가는 수출국과 수입국 모두에 재정 자원을 확대하고  좀 더 폭넓은 환경 목표를 추진할 수 있는 개혁의 기회를 제시한다.”고 말했다.

유가 하락의 수혜자가 될 주요 중간 소득 국가 가운데 인도는 2014년 5.6%에서 2015년 6.4%, 2016-17년에는 7%로 경제 성장이 가속화되리라 예측된다. 브라질,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 공화국, 터키의 경우 유가 하락으로 인플레이션율이 하락하는 것은 물론 이들 국가 대부분에서 경제 발전을 저해하는 최대 요인인 경상수지 적자가 감소할 것이다.

그러나 보고서는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원유 수출국의 경기가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러시아 경제는 2015년 2.9%라는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여 위축되다가 2016년 0.1%로 간신히 플러스 성장률을 회복할 전망이다.

중간 소득 국가와 대조적으로 저소득 국가의 경제는 공공 투자의 증가, 서비스 부문의 상당한 확대, 농업 수확량의 증가, 자본 유입의 증가에 힘입어 2014년에 호조를 보였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저소득 국가는 6%대라는 탄탄한 경제 성장률을 이어갈 것이다. 하지만 유가와 기타 원자재 가격의 하락은 저소득 국가 가운데서도 원자재 수출국의 성장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이번 보고서의 제1 저자인 프란치스카 온조르게(Franziska Ohnsorge)는 “세계 경제는 상당한 리스크를 안고 있다. 비교적 신뢰도 높은 정책 체계와 개혁 지향적인 정부를  갖춘 나라들은 2015년의 도전 과제를 헤쳐나가는 데 한층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