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에 있는 한 카페의 풍경. 매장 내에 모르는 사람들이 서로 소통이 가능하도록 테이블을 '공유형 공간'으로 배치해 놓아 경리단길 특유의 한적함과 잘 어울려 놈코어족들이 즐겨 찾는다. 사진=이미화 기자, 장소 제공=‘버클리 커피 소셜’ 경리단길점

영화 <건축학 개론>, 드라마 <응답하라 1994>와 <응답하라 1997>,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 등 1990년대 문화 코드는 최근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진행한 ‘토토가(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까지 큰 열풍을 몰고 오면서 인기가 이어지는 추세다. 놈코어라는 키워드를 통해 평범함을 추구하는 것을 넘어서 이제는 드라마와 음악 중심의 복고 무드로 전파돼 ‘아날로그의 멋’에 호응하고 있다.

특히, 전통의 필기도구인 만년필의 수요가 일부 마니아층이나 중·장년층에서 젊은 층까지 확산되고 있다. 관세청 집계에 따르면 2011년 49만1000개였던 만년필 수입량은 2012년 50만개, 2013년 58만6000개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는 만년필은 대부분 수입품이다. 문구업계에서는 2011년 800억원 수준이던 국내 만년필 시장 규모를 지난해 1000억원대로 올렸다.

문구업계 관계자는 “정형화되어 있는 디지털 시대에 피로를 느끼는 사람들이 아날로그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만년필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시대의 발전에 밀려 사라진 음악에 대한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LP판이나 카세트테이프로 출시되는 음반도 인기를 끌고 있다. 온라인 마켓 옥션에 따르면 1990년대 가수들의 카세트테이프나 CD를 찾는 이들이 늘어남에 따라 해당 제품의 판매가 최근 한 달간(2014년 12월 5일~2015년 1월 6일) 15% 증가했다. 옥션 중고장터에는 1990년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아빠 어렸을 적에’, ‘엄마 어렸을 적에’ 등의 키워드로 상품 소개를 하는 판매자도 등장했다.

아울러 지난해 LP로 발매된 김광석 4집 음반은 3000장 한정으로 예약 판매를 한 지 이틀 만에 완판될 정도로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브라운아이드소울의 정규 4집도 카세트테이프로 발매돼 음악 팬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이처럼 평범함을 넘어 나만의 편안하고 느긋한 삶은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은 ‘킨포크(Kinfolk)’라는 해외의 새로운 트렌드로 이어졌다.

킨포크는 원래 라이프스타일 잡지인 <킨포크(Kinfolk)>로부터 영향을 받은 트렌드 키워드다. 이 잡지는 미국 북서부의 중소도시 포틀랜드(Portland)에서 발행되는 계간지로 포틀랜드 특유의 생활상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텃밭에서 직접 수확한 유기농 식재료로 친환경 밥상을 차리고, 이웃들과 담장을 허물고 거리낌 없이 저녁 식사를 나누어 먹는 일상의 소소한 풍경들을 소개하고 있다.

국내에도 킨포크를 추구하는 욕구가 강해지면서 백화점 문화센터의 강연 풍경을 바꿔놓았다.

롯데백화점이 지난해 7월 처음 선보였던 ‘킨포크’ 관련 강좌 열풍은 2015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백화점 문화센터는 서울 근교 및 북촌 한옥을 둘러보는 <일상 속에서 여유를 찾을 수 있는 나들이>, 채소를 직접 가꿔 먹는 <베란다 채소밭 가꾸기> 등 킨포크 관련 강좌 수를 지난해 봄·여름 학기보다 다음 시즌에 3배 이상 늘렸다. 문화센터 측은 “나들이 강좌와 채소밭 가꾸기 강좌는 시니어층에게 큰 인기를 끌었고, 인문학 강좌는 30~40대 남성들로 채워질 만큼 반응이 좋았다”고 전했다.

롯데백화점은 올해에도 야외활동 수업과 더불어 강사와 수강생이 느긋한 삶, 대안교육에 대해 직접 얘기 나누는 <러블리 토크 시리즈> 강좌를 새로 준비하고, 가수 악동뮤지션과 참석자들이 대안교육을 주제로 대화하는 강좌도 진행할 계획이다.

홍영준 롯데백화점 문화사업담당 매니저는 “지난해 각종 사건사고가 많이 일어나면서 사람들은 점점 느긋하고 안정된 삶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며 “앞으로도 고객들의 마음이 따뜻해지는 킨포크 라이프를 즐길 수 있는 토크 시리즈 강좌를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