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스타트업을 운영하며 새로운 개척의 역사를 쓰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세상을 보고 있을까? 그들은 대한민국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며, 어떤 비전을 꿈꾸고 있을까? 여기 세 명의 스타트업 대표와 스타트업의 허브인 명승은 벤처스퀘어 대표가 전하는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와 더불어 송재성 미래창조과학부 과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임예지 비즐링팀 대표 “열정을 스타트업에 집중할 수 있어야”

패션을 전공해 미국에서 패션관련 회사에서 재직까지 했던 임예지 비즐링팀 대표는 1988년생으로 올해 28살이다. 그녀는 2010년 후반 국내의 IT 콘퍼런스에 참석해 IT의 매력에 흠뻑 빠져 2013년 위치기반 명함공유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인 ‘비즐링’을 성공적으로 런칭했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12월 열린 여성창업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그녀는 최근 가장 ‘핫’한 스타트업 여성 대표다.

▲ 임예지 대표. 노연주 기자

임예지 대표가 지금까지 스타트업을 끌어오면서 느낀 것은 무엇일까? 임예지 대표는 ‘정보의 부족’이 스타트업 운영에 있어서 가장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임예지 대표는 “스타트업을 설립하고 특허 및 회계 등의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애로사항이 많았다”며 “물론 당연히 수행해야 하는 부분이고, 그러고 싶은 열망도 컸기에 무리 없이 추진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를 적절하게 지원하는 체계가 있었다면 더 많은 열정을 개발에 투자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예지 대표는 패션업계에 몸담은 후 IT 스타트업을 설립한 독특한 이력을 전제로 “스타트업을 설립한 사람은 꿈과 열정으로 무장했다고 본다. 그런 이유로 확실하게 기업운영에만 집중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준다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임예지 대표는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주저 없이 뛰어드는 성격이라 생동감 넘치는 스타트업이 적성에 맞는다고 생각했다. 심사숙고 끝에 창업을 결심했으며 지금도 그 열정은 멈추지 않았다고 자부한다. 다만 이 열정을 조금 더 내 제품, 내 비전에 투자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엽 위즈돔 대표 “좋은 동료를 찾는 것이 어렵다”

위즈돔은 ‘사람 도서관’을 표방한다. 직업과 나이에 상관없이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서로 연결해주는 일종의 인맥 중개소다. 지금까지 3500건의 모임을 성사시켰으며 사회의 계층격차를 해소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스승, 선배, 동료가 없는 현시대의 진정한 인맥관리 알고리즘을 추구하며, 2월 대대적인 사이트 리뉴얼을 통해 또 한 번 도약을 꿈꾸고 있다.

▲ 한상엽 대표. 출처=위즈돔

한상엽 대표는 스타트업을 운영한 지 3년이 되어간다. 그동안 가장 어려웠던 점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주저 없이 “좋은 동료를 만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한상엽 대표는 “스타트업 업계에는 ‘팀이 5번은 변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속설이 있을 만큼 좋은 동료를 만나기 어렵다”며 “팀을 구성해 동료를 영입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하는 계기가 부족했던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실제로 ‘스타트업 트렌드 2014 설문조사’에 따르면 창업 1년 차 미만은 ‘외부 및 투자유치에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다’고 응답한 반면, 3년 차 이상은 ‘네트워킹 및 구인이 제일 어려웠다’고 답했다. 100%는 아니더라도 이에 집중한 지원모델이 스타트업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영업 및 마케팅 분야의 어려움도 토로했다. 한상엽 대표는 “위즈돔의 경우 운이 좋은 편이라 초기 투자자금을 안정적으로 유치했지만, 영업이나 마케팅을 적절하게 수행하지 못했던 점은 두고두고 아쉽다”고 말했다. 한상엽 대표는 “위즈돔의 서비스를 사람들이 신뢰하게 만드는 일이 제일 어려웠으며, 이에 대한 지원모델이 있었다면 고마웠을 것이다”고 전했다.

 

민경욱 IT & Basic 대표 “실적 보여주기식 정부지원은 그만”

민경욱 IT & Basic 대표는 교육현장에서 스마트폰을 매개로 강사와 청중의 질의응답을 연계하는 교육 솔루션인 온라인 청중응답시스템 ‘콜라보’를 내세운다. 2013년 5월 회사를 설립했으며 교육 이상의 발전적 소통을 목표로 꾸준히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우직한 스타트업 창업자다.

▲ 민경욱 대표. 출처=IT & BASIC

민경욱 대표는 교육 솔루션이라는 특성에 기인한 사업적인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지인들이 모여 만든 스타트업이라 팀을 구축하는 걱정은 덜했으나 주로 기업과 대학교에 솔루션을 제공하는 관계로 지나친 관료주의에 피해를 봤다고 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지원에 임하는 정부의 태도라고 말한다. 민경욱 대표는 “정부지원 프로그램에 두 번 참여했다. 하지만 지원하는 금액에 비해 요구하는 것이 많다는 느낌이 든다. 각종 보고서에 설문조사 문항도 제출해야 하는데, 이는 재원의 낭비라고 본다”고 말했다.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민경욱 대표는 “정부가 스타트업의 사업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 아니라 단지 사업실적을 명문화시키고 싶어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확실하고 실제적인 지원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단언했다.

 

명승은 벤처스퀘어 대표 “스타트업 생태계, 우리는 할 수 있다”

벤처스퀘어는 국내 스타트업의 허브를 지향하는 전문 미디어다.

명승은 대표가 생각하는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생태계는 어떤 비전과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을까? 먼저, 비전이다. 명 대표는 국내 스타트업의 가능성을 누구보다 확실하게 믿는 사람이다. 그는 “국내 스타트업의 미래는 밝다. 재기발랄한 인재들이 견고한 틀을 부수고 새로운 시장으로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며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토대를 갖췄으며, 이를 바탕으로 더욱 거대한 역사를 쓰는 것도 꿈이 아니다”고 역설했다. 이를 위한 토대도 충분히 마련됐다고 봤다. 명승은 대표는 “정부에서도 스타트업에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으며, 이제 스타트업이 국내 경제를 대표하는 하나의 강력한 생태계로 거듭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 명승은 대표. 출처=벤처스퀘어

그렇다면 문제가 없는 걸까? 물론 있다. 명승은 대표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첫 번째 문제로 ‘시장진입의 어려움’을 들었다. 명승은 대표는 “정부지원이 많아졌지만 스타트업의 시장진입은 여전히 어렵다”며 “지원 자체도 일시적인 느낌이 강하며 이마저도 창업 초기에만 집중돼 있어 스타트업의 롱런 가능성은 점점 요원해지는 것이 현실이다”고 답했다.

스타트업의 장기적인 동력확보를 위해 체계적인 지원시스템을 주문한 셈이다.

규제에 대한 쓴소리도 나왔다. 명승은 대표는 “우리나라는 유독 규제가 심한 것 같다”며 “규제가 점점 심해지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사문화된 규제가 갑자기 부활하는 경우도 있어 더 큰 문제다”는 우려를 보였다. 최근 정부가 ‘규제 완화’를 외치며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으나 여전히 현장에서는 부족하다고 느끼는 분위기다.

명승은 대표는 대표적인 사례로 최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뜨겁게 달군 ‘셀카봉’ 논란을 지목했다. 명승은 대표는 “셀카봉의 블루투스 기능을 이유로 정부가 규제에 나서는 것은 사문화된 규제가 다시 부활한 것이다”며 “무조건적인 규제 완화에는 당연히 반대하지만, 시장 상황을 살펴 세밀하게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결국, 스타트업이 사업을 시작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스타트업은 새로운 기술을 바탕으로 탄생하고, 그에 따라 당연히 규제가 생겨난다는 것을 감안하면 풀기 어려운 문제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명승은 대표는 부수적이지만 아주 핵심적인 사항, 미디어와 콘텐츠 스타트업이 겪는 저작권 및 초상권 등의 문제도 짚었다.

그렇다면 스타트업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는 없을까? 명승은 대표는 “현재 스타트업에도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바로 ‘혁신의 부재’다. 명승은 대표는 “최근 스타트업을 보면 아이템에 대한 혁신이나 센스보다 이미 검증된 모델을 도입하는 것에 치중하는 분위기가 포착된다”며 “자신이 왜 이런 아이템으로 스타트업을 시작했는지에 대한 설득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공유경제 모델인 우버가 성공하면, 이를 무작정 벤치마킹해 국내로 끌어오려는 노력은 이어지고 있으나 독창적인 사업모델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스타트업 발전을 위해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명승은 대표는 ‘정보의 공유 및 확산’에 집중했다. 명승은 대표는 “지금까지 스타트업이 공유하고 찾아야 했던 정보들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다만 이를 찾기 어려웠을 뿐”이라며 “정보의 확산과 연결이 스타트업 생태계를 완성하는 퍼즐의 마지막 단계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활발한 의견의 교류와 정보의 외연적 확대가 국내 스타트업 전체 생태계를 질적-양적으로 성장시킨다는 뜻이다.

 

송재성 미래창조과학부 과장 “정부도 고민 중, 규제는 케이스-바이-케이스로 해결해야”

송재성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 과장은 스타트업 생태계의 발전을 위해 정부의 다각적인 지원이 주효하다고 봤다. 송재성 과장은 “스타트업은 창조경제의 최전선에 선 사람들이며,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는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앞으로도 꾸준히 노력할 것”이라며 “정부는 스타트업의 성공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래부와 중소기업청을 중심으로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은 조금씩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인정하고 있다.

다만, 스타트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송재성 과장은 “규제를 일반화시키는 것은 곤란하다”며 “다른 기업과의 형평성, 최소한의 규범을 위해 규제는 적절하게 작동되어야 하며, 만약 이 과정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규제가 발생할 경우 케이스-바이-케이스로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규제를 100% 풀어버리면 그 자체로 혼란이 야기되며, 최소한의 균형을 맞추는 노력과 동시에 필요없는 규제를 잡아내는 작업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뜻이다.

송재성 과장은 “스타트업에 지원되는 예산은 모두 국민의 소중한 세금이며, 이를 운용하고 관리하는 일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며 “스타트업 입장에서 불편한 점은 있겠지만, 서로 윈윈(Win-Win) 하는 방안을 찾고, 합을 찾아간다면 긍정적인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