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을 통해 국민건강을 증진하겠다고 했지만 실상은 부족한 세수를 충당하려는 정부의 노림수를 뛰어넘는 일부 담배제조사들의 놀라운 꼼수가 화제다.

브리티쉬 아메리칸 토바코 코리아(BAT코리아)와 재팬토바코 인터내셔널 코리아(JTI코리아)가 인상된 가격을 적용하지 않는 것이 출혈을 감수한 점유율 확대가 아닌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단 다른 제조사들과 달리 새해에도 이들 회사가 공급하는 담배는 인상이 안 된 착한가격(?)에 판매되기 때문에 흡연자들이 스스로 찾아서 브랜드명과 제품명을 기억하게 된다.

실제로 시중에서는 인상이 안 된 담배 품명이 뭔지 서로 문의하는 광경을 종종 보게 된다.

여기서 1차 꼼수는 인상된 가격에 대한 세금 부담을 감수하고도 시장점유율을 위해 가격을 인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2차 꼼수는 인상된 세금에 대한 부담을 지지 않기 위해 추가 물량을 공급하지 않고 지난해 제조된 재고분량만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출고된 담배를 판매할 경우 개별소비세가 신설돼 1주일에 약 20억원의 추가 세금을 내야 한다.

결국 담배 판매소에는 이들 업체의 제품이 없는데도 가격 인상이 부담스러운 흡연자들은 이들 제품을 기억하고 찾는다.

실제로 최근 편의점에서 BAT코리아와 JTI코리아가 공급하는 던힐과 메비우스 등을 찾아보기 힘들다.

편의점 관계자는 “물건이 안 들어 온지 꽤 됐다”며 “찾는 손님은 많은데 팔 물건이 없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내에 담배를 공급하는 제조사들은 정부의 담뱃값 인상 정책에 따라 지난 1월1일부터 2000원 인상된 가격에 담배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지난해 12월24일까지 기획재정부에 인상안을 신고해야 한다.

인상된 가격을 시장에 적용하기 6일전에 기획재정부에 변동된 가격을 신고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 담배를 공급하는 KT&G와 한국필립모리스는 1월1일 변동된 가격 적용을 위해 지난해 12월24일까지 기획재정부 신고를 마쳤다.

하지만 브리티쉬 아메리칸 토바코 코리아(BAT코리아)와 재팬토바코 인터내셔널 코리아(JTI코리아)는 해를 넘기고도 인상안을 기획재정부에 신고하지 않았다.

양사는 “아직 본사와 인상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명한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양사 중 BAT코리아는 지난 7일 기획재정부에 인상안을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BAT코리아가 공급하는 던힐과 켄트 등은 오는 12일부터 인상된 가격에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 튜브형 플로우 필터와 새로운 팩 디자인이 적용된 던힐. 출처= BAT코리아

다만 7일 BAT코리아가 튜브형 플로우 필터와 새로운 팩 디자인으로 13일 새롭게 출시하고 몇 주 동안은 한시적으로 4500원에 판매한다고 밝힘에 따라 당분간 가격경쟁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메비우스(구 마일드세븐)를 공급하는 JTI코리아 관계자는 8일 오전 “아직까지 본사와 가격인상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어서 현재로서는 언제 인상안을 기획재정부에 신고할지 알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오후 “본사와 논의가 끝나 기획재정부에 인상안을 신고했다”고 전했다.

이전부터 업계에서는 양사의 눈치 보기에 대해 말들이 많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도 가격 인상을 놓고 양사가 눈치 보기를 심하게 해서 눈총을 산바 있다”며 “특히 JTI의 그동안 행태를 보면 다른 경쟁사들이 모두 올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시간을 두고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JTI코리아는 정확히 BAT코리아가 기획재정부에 인상안을 낸 다음날 인상안을 제출했다.

한편, 이날 던힐을 공급하는 BAT코리아가 신제품을 출시한다는 자료를 낸 후 시중에 공급된 예전 디자인의 담배를 한 갑당 500원의 웃돈을 주고 되 사들인 것이 알려져 뭇매를 맞았다.

같이 담뱃값을 올리지 않고 재고물량만 판매해 온 JTI코리아에게는 흡연자들의 따가운 눈총과 언론의 비난을 피할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 된 셈이다.

새해부터 담뱃값 인상에 각종 공공요금들까지 인상될 것이라는 우울한 보도가 줄을 잇는다. 서민들의 애환과 함께하던 담배의 가격을 올린 것이 과연 국민건강 증진에 도움이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 출처=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