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뉴스가 폭발적으로 생산되고 있다. 담뱃값 인상 논의가 시작됐을 당시부터 꾸준하게 흘러나오던 전자담배 유해론은 최근 배터리 폭발 사건으로 정점을 찍으며 일종의 대세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전자담배의 유해성이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전자담배를 둘러싼 유해성 논란이 본격적으로 벌어진 시기는 지난해 11월 말 부터다. 당시 담뱃값 인상 논란으로 전자담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자담배가 엄청나게 위험하다’는 뉴스가 포털을 뒤덮었다.

출처는 일본국립보건과학의료원의 전자담배 유해성 테스트였다. 해당 결과를 통해 국내언론은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발암물질이 10배나 많다”고 주장한 셈이다. 이는 전자담배 증기에서 발암물질인 폼알데히드와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일반담배보다 10배 많이 발견됐다는 논리로 굳어졌다.

▲ 출처=일본국립보건과학의료원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일본국립보건과학의료원은 어떤 자료를 발표했기에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국내언론의 전자담배 유해성 보도는 지난해 11월27일 일본 TBS 방송이 인용한 일본국립보건과학의료원 자료에 바탕을 둔다. 국내언론에 따르면 당시 일본국립보건과학의료원은 전자담배에서 일반담배의 10배에 달하는 폼알데히드와 아세트알데하이드를 발견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거짓이다. 실제 일본국립보건과학의료원의 발표원문은 언론에 알려진 내용과 판이하게 다르다.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측정하는 실험을 실시했으나 발암물질은 일반담배에 비해 현저히 낮게 나왔으며, 실제 유해물질이 검출된 것은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13개의 (전자담배에 들어가는)액상 중 9개다.

▲ 발표자료의 결론. 출처=일본국립보건과학의료원

일본국립보건과학의료원은 발표자료를 통해 과전압 및 기타 알 수 없는 이유로 딱 한 번 폼알데히드가 검출됐다는 것을 적시했다.

종합하자면, 일본국립보건과학의료원은 “전자담배의 유해물질 수치는 일반담배에 비해 현저히 낮으며, 딱 한 번 비정상적인 폼알데히드가 검출됐다”는 조사를 발표했다. 이를 일본의 TBS 방송이 다소 자극적으로 보도를 했고 이것을 국내언론들이 받아쓰며 “전자담배의 발암물질이 일반담배의 10배에 육박한다”고 과장 확대 보도를 낸 것이다. 그리고 다른 언론들도 별 생각없이 그대로 받아쓰며 논란은 일파만파로 번졌다.

이 대목은 일종의 헤프닝으로 여겨질 수 있다. 당시는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국가의 공식견해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몇 일간 쏟아지는 전자담배 유해성 주장은 보건복지부가 정식으로 배포한 자료에서 시작됐다는 점이 문제다.

복지부는 6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확산 추세인 전자담배에 일반담배와 동일한 발암성분이 들어 있다'며 "금연보조효과가 있다고 홍보하는 것에 대해 강력히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복지부는 “전자담배 30개 종류의 액상에 대한 기체상 니코틴 함량은 1.18~6.35g/㎥ 범위(평균 2.83g/㎥)로, 연초 담배 1개비 니코틴 함량과 비교할 때 약 2배 정도"라며 "니코틴에 의한 성인 치사량이 35-65mg인 것을 고려하면 가장 높은 니코틴 함량의 전자담배를 약 150회 흡입할 경우 치사량에 해당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 보건복지부 보건자료. 출처=보건복지부

문제는 이 대목을 대부분의 언론이 “전자담배 150회 흡입하면 치사량”이라고 보도해 문제가 됐다.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극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치사량’라는 팩트와 ‘150회’를 더했기 때문이다.

결국 전형적인 과장이다. 35-65mg의 니코틴을 150회에 거쳐 한 번에 흡수하는 일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평균적으로 6mg/ml의 액상을 쓰는 사람이 1년에 360ml를 소비한다고 가정해 보자. 니코틴은 2160mg이다. 이를 365일로 나누면 하루 니코틴 섭취량은 5.917mg수준이다. 그런데 치사량은 35-65mg이다.

결론적으로 전자담배를 통해 하루 5.917mg의 니코틴을 흡수하는 사람이 ‘갑자기 미쳐서’ 35-75mg의 니코틴을 ‘한 번’에 흡입해야 치사량에 도달한다. 물론 150회 연속 흡입해야 한다는 전제도 있다.

전자담배를 치사량에 가까울 정도로 흡입하려면 150회 연속으로 흡입해야 하지만 이는 불가능하다. 심지어 이런 일이 발생하려면 우리 몸이 100% 니코틴을 흡수해야 한다는 전제도 선행돼야 한다. 게다가 언론들은 150회의 기준을 하루인지, 일주일인지 적시하지도 않았다. 이런 언론보도가 수백개에 달한다.

보건복지부도 이 같은 언론보도에 당황스러워하는 기색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자담배가 무해한 것이 아니며, 확실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보도자료를 발표했는데 언론에서 전자담배를 150회 흡입하면 치사량에 달한다는 기사를 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명확한 실험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니코틴 치사량과 전자담배 흡입에 대한 추가연구가 있을 것”이라며 “일단 정확한 사태를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담뱃값 인상정국을 맞아 전자담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침소봉대하는 언론보도가 많아지며 일각에서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담뱃값 인상이 세수확보의 측면에서 단행됐다는 의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런 일련의 보도가 전자담배로 쏠리는 애연가들을 막으려는 ‘보이지 않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동시에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무작정 어뷰징 기사를 쏟아내는 국내언론에 반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고개를 들고 있다. 전자담배가 몸에 좋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명확한 사실관계 확인도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