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국제유가하락은 호재며 유가하락에 따른 디플레이션 우려도 크지 않다고 전했다. 최근 국제유가하락의 원인으로 공급 측면을 꼽으며 디플레이션 발생의 근본인 수요 측면의 문제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 말은 주요기관들의 보고서에서도 수차례 나온 말이다. 최 부총리는 ‘경제는 심리’라는 말을 곁들이며 자신의 발언에 힘을 실었지만 이 또한 ‘고전’에 속하는 말이다. 즉, 시장이 다르게 받아들일 만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수일 전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기자와 마주한 자리에서 이런 얘기를 했다.

“국제유가하락이 소비확대에는 긍정적인데 그 시기를 정확히 알 수 없죠. 가장 큰 문제는 담배가격을 올렸다는 겁니다.”

세금인상을 ‘담배가격인상’이라는 우회적 표현을 통해 비판한 것이다. 담배가격을 먼저 올려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고 유가하락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가 오기를 기다린다. 정확한 날짜도 기약도 없는 ‘유가하락 수혜’ 시기를 말이다. 조삼모사(朝三暮四)의 효과를 노리는 것인가? 담배가격 인상에 흡연자들은 지금 당장 압박을 받는다 해도 국제유가하락만 기다리면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소비여력이 높아진다니 말이다.

물론, 담배가격인상을 놓고 세수확보 차원과 국민건강증진이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중요한 사실은 담배가격은 올랐다는 것이며 정부는 담배 한 갑을 통해 세수를 확보할 수 있는 여력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각종 주류세 인상 및 각종 공공요금인상 등에 대한 검토도 진행 중이다. 물론 모두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국제유가하락으로 도시가스요금 등은 내려갈 예정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먼저 ‘오른 것’이 더 중요하다.

금융위기를 겪고 난 후 각국은 각종 부양책을 통해 경기를 조금씩 회복시켰다. 환자에 비유하자면 완벽한 상태는 아니지만 퇴원은 하되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다. 오랜 투병생활로 체력은 약해지고 추가로 병원비도 필요하다.

이 때문일까? 정부는 ‘고령화 시대’를 강조하며 ‘복지 국가’ 달성을 위해 힘차게 나아간다. 명분은 명분대로 쌓아두고 재정확충을 위한 노력에는 필사적이다. 우리는 ‘유가하락 수혜’ 시기를 여전히 기다리고 있는데 말이다.

또한, 정부는 기업들에 배당을 확대하라며 이는 국민들의 소비여력을 늘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과연 배당을 받을 수 있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주식회전율(거래량/상장주식 수)은 코스피시장이 230.74%, 코스닥시장은 467.11%이다. 투자자들이 주식을 평균 6개월도 보유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앞으론 달라질 수 있다. 다만, 기대는 하지 않는다.

어떤 사안은 항상 양날의 칼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 장점 혹은 단점만 보려는 경향도 있다. 이는 중립을 지키기보다는 한쪽으로 치우치는 형태로 판단력을 흐리게 하는 결정적인 요소다. 국제유가하락이 무조건 경제에 좋다면 혹은 정부의 정책 방향이 무조건 올바르다면 이에 대해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한 나라 정책의 책임자라면 더 많이 듣고 좀 더 신중하게 말하고 행동할 필요가 있다. 오늘도 우리는 ‘유가하락 수혜’라는 희망고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