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구리 시린 솔로들에게 소셜 데이트의 등장은 자신의 이상형을 손쉽게 찾게 해주는 ‘복음’이다. 그러나 상대방의 정보를 액면 그대로 받을 수 없고 검증의 수단도 없다는 게 최대 난제로 꼽히고 있다.

스마트 문화가 비즈니스 문화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의 이성교제 풍속도도 바꾸고 있다. 주선자의 소개나 결혼정보회사의 중매로 이성이 만나던 소개팅, 맞선 대신 스마트폰을 이용해 이상형을 찾는 소셜 데이트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소셜 데이트의 핵심에는 이른바 ‘연애 애플리케이션’의 등장을 눈여겨볼 만하다.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는 연애 애플리케이션 이용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를 잡고 있다.

국내 소셜 데이트 산업은 이제 태동기에 들어선 수준이지만, ‘소셜’과 ‘데이트’라는 두 가지 핫이슈가 합쳐진 만큼 그 화제성은 앞서 주목 받았던 소셜 게임(SNG)과 소셜 커머스 못지않다. 대체 소셜 데이트가 무엇일까.

소셜 데이트가 이제 막 등장한 시점에서 소셜 데이트의 정의를 논하기는 사실 쉽지 않다. 하지만 SNG, 소셜 커머스의 구조를 떠올려본다면 소셜 데이트도 비슷할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스마트폰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로 구축한 자신의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짝을 찾는 서비스가 바로 소셜 데이트일 것이다.

페이스북 바람 타고 미국서 대성공

대표적인 소셜 데이트 서비스로 ‘Are You Interested?(당신은 재미있는 분이신가요?, 이하 AYI)’를 꼽을 수 있다. AYI는 세계 약 2000만 명의 사람들이 활동하는 대형 소셜 데이트 서비스다. 대표적인 글로벌 SNS ‘페이스북’ ‘마이스페이스’ 등과 연동하는 웹 및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온라인 데이트를 주선하는 시스템이다.

AYI의 사용법은 간단하다. 먼저 AYI의 회원 가입 절차를 밟는다. 생년월일, 성별, 거주지를 입력하고 나면 간단한 자기소개와 프로필 사진을 등록해야 한다. 이후 좋아하는 노래, 영화, 연예인을 기입하고 가입 절차를 마치면 페이스북이나 마이스페이스에서 자신과 어울리는 사람을 검색할 수 있다.

현재 페이스북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앱 중 하나로 꼽히는 AYI 앱의 설치 횟수는 1900만 건에 달하며, 가입자는 계속 늘고 있다. 이중 유료 회원 수도 상당수에 이른다.

이렇게 AYI가 높은 인기를 누리게 된 비결은 역시 페이스북 덕분이다. 바꿔 말해 AYI가 별도의 사이트로 존재했다면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았을 것이다. 많은 SNS 사용자들이 자신의 SNS를 자주 방문한다는 점을 노려 페이스북과 연동하는 앱을 개발한 것이 주효했다.

소셜 미디어 전문가 공훈의씨는 “SNS라는 새로운 생태계에서도 서로 다른 목적의 특수 SNS가 생길 수밖에 없는데 소셜 커머스, 소셜 게임처럼 소셜 데이트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엉큼한 속셈 40대 이상은 접근 금지?

소셜 데이트 열풍은 국내까지 확산되고 있다. 국내 첫 소셜 데이트 중매 사이트는 ‘이음’이다. ‘이음’은 서울대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한 박희은(25)씨가 만들었다. 하루에 한 명씩 남녀 회원에게 데이트 상대를 소개시켜 준다. ‘이음’에 가입하기 위해선 정성스럽게 프로필을 작성해야 한다. 성격부터 자주 가는 장소, 외모까지 직접 작성해야 하며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키워드도 입력해야 한다.

‘이음’은 “개성이 넘실대는 키워드로 자신을 표현하라”며 ‘콧구멍이 간질간질한 애교’ ‘아이팟만큼 멀티 플레이어’ ‘까칠한 턱선의 소유자’ 등을 키워드로 예시하고 있다.

‘이음’은 키워드, 사진, 나이, 지역에 따라 회원들을 여러 그룹으로 나누고 남녀 회원들을 연결시켜 준다. 가입 후 회원 승인이 이뤄지면 낮 12시30분에 하루에 한 사람씩 데이트 상대의 신상정보인 ‘오늘의 이음’이 홈페이지 로그인 화면에 뜬다. 사이트를 열어보면 자세한 기본 신상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데 마음에 든다면 OK를 누르면 된다.

단, OK를 누르려면 유료 서비스에 가입해야 한다. 14명을 소개받고 만나볼 수 있는 OK정기권은 5900원으로 부담이 없는 편이다. ‘이음’ 측은 서로 연결된 회원만이 전화번호, 이름 등 상대방의 상세한 프로필을 열람할 수 있어 사생활 노출 걱정도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내가 OK를 하더라도 상대방 역시 OK를 하지 않으면 상세한 신상정보는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회원 가입을 위해서는 ‘1970년 이후 출생자’여야 접근이 가능하다. 원조교제 등의 음성적 성매매를 방지하기 위한 나름의 필터링 수단이다. ‘이음’의 이러한 ‘고령자 필터링’은 주로 대학생이 이용하는 젊은이들의 사이트로 각광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이폰 애플리케이션인 ‘이츄’는 나와 이성 간의 공감을 통해 인연을 만드는 소셜 데이팅 사이트다. ‘이츄’의 앱은 출시 3일 만에 앱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자신과 상대방의 라이프스타일과 이상형 등을 통해 공감대 형성 가능성이 높은 회원들을 추천해 준다. 이츄에서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을 통해 평소에 생각했던 이성 상에 가까운 회원들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이음’‘이츄’등 앱 젊은층에 각광

‘이음’이 하루에 한 명씩 회원을 소개하는 데 반해 ‘이츄’는 일단 회원에 가입하면 ‘이츄’가 분류해준 내 이상형에 가까운 회원들의 사진과 이름, 기본 신상정보를 볼 수 있다.

이중 마음에 드는 상대방에게 ‘지금 만나자’는 부킹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는데 상대방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창에 개인 휴대전화 번호 대신 ‘이츄’의 대표번호가 발신번호로 표기돼 개인정보의 노출이 최소화된다.

비단 이성을 소개시켜주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연애할 때 반드시 필요한 정보성 글을 제공하는 것도 ‘이츄’ 앱의 장점 중 하나다. 새로운 이성교제의 패러다임으로 소셜 데이트가 떠오르고 있지만 문제점도 존재하고 있다. 무엇보다 상대방의 정보를 믿을 수 없다는 점이 제일 큰 문제다.

소셜 데이트 중매 업체들이 제공하고 있는 정보는 특별한 검증 과정 없이 자신이 직접 입력한 것에 의존하고 있다. 프로필 사진이 당사자인지 직접 만나기 전까지는 알 수 없고, 성격, 취미, 학교, 직업 등의 정보는 증명서라도 떼어오지 않는 이상 확인하기 힘들다.

‘스펙 뻥튀기’ 막아낼 대안은 없어

입력하는 사람 본인이 자신의 스펙을 뻥튀기 시켜서 입력했다면 상대는 어쩔 수 없이 이 정보를 곧이곧대로 믿을 수밖에 없다. 결국 신뢰도는 기존에 성행하던 온라인 즉석만남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게다가 온라인 채팅은 무료지만, 소셜 데이트 중매는 유료다.

그렇다고 결혼정보회사에서 하듯이 소셜 데이트 중매 업체에 이를 따질 수도 없다. 소셜 데이트 중매 업체에서 해줄 수 있는 일은 거짓 정보를 입력한 회원을 탈퇴시키는 게 고작이다.

‘이음’ 개발자 박희은씨는 “소셜 데이트 서비스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SNS 문화의 확산이 필요하다”면서 “데이트 신청자 정보의 진위 여부를 증명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다양한 해결 방안을 강구해보겠다”고 말했다.

정백현 기자 jjeom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