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은 애연가들에게 인생의 반환점이 될 전망이다. 담뱃값이 무려 2000원 인상되며 이제 '담배 한 개피만 주라'는 말이 엄청난 실례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동시에 다양한 파생효과도 등장하고 있다. 담배를 낱개로 판매하는 이른바 '개비 담배'가 등장하며 당국의 규제 움직임이 시작되는가 하면 새해 직전 담배를 쓸어가는 얌체족까지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담배를 비싸게 판매하기 위해 창고에 보관한 꼼수 판매점도 적발됐으며 이 참에 담배를 끊어버리겠다고 호언장담하는 사람들이 금연센터로 몰리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롤링 타바코와 전자담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물론 서민증세라는 비판은 여전한 편이다.

담배 DIY 열풍
이런 상황에서 담배를 아예 만들어 피우겠다는 사람들까지 등장해 이목을 끌고 있다. 물론 건강을 생각해 담배를 끊어버리는 것이 가장 대승적인 결론이지만, 아직 준비가 되지 못한 애연가들은 담뱃값 인상에 반기를 들며 '세금도 내지 않고 담배를 피우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담배 DIY(개인이 직접 제품을 제조하는 것)에 도전하고 있다.

구체적인 방법도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번지고 있다. 조악하고 말 그대로 단순한 제조방법이다.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서울근교 국도나 지방도로의 담배밭을 유심히 지켜보면 담배인삼공사에 담뱃잎파리를 판매하는 농가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를 소량으로 구입하거나 차라리 농협종묘사에서 모종을 구하는 방법이 있다. 이후 집에서 선인장 키운다고 생각하고 3~4개월 기다리면 줄기당 30개 잎, 한보루의 담배를 수확할 수 있다. 30포기면 하루에 한갑으로 일년치 담배를 확보할 수 있다.

이후 잎에 적당량의 꿀을 바르고 향기가 있는 술을 분무기로 뿌려준다. 그 다음 잎들을 차곡차곡 쌓아 비닐로 밀봉해 3일에서 4일 숙성시키고 위치를 바꿔준 다음 누렇게 뜬 잎을 5~6개로 묶어 그늘에 말린 다음 줄기를 뽑고 짧게 잘라서 다시 그늘에 바짝 말린다. 이렇게 말린 잎을 다시 습기가 있는 방에 2~3시간 두어 습기를 완전히 머금게 한 다음 보관하고, 이를 속이 빈 시가렛 튜브에 인젝션을 이용해 블렌딩한다. 심지어 커뮤니티에는 일반적인 서류분쇄기를 통해 잎을 잘르면 된다는 친절한 설명도 되어있다.

물론 이러한 담배 DIY가 긍정적인 현상이라 볼 수는 없다. 거듭 강조하지만 건강을 위해 담배를 끊는 것이 가장 훌륭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다만 담배 DIY에 나서는 애연가들은 정부의 담뱃값 인상이 서민증세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기상천외한 방법에 도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법적인 문제는 없을까? 담배사업법을 면밀히 관찰한 결과 농사자체를 규정하는 법령은 없다. 만약 순수하게 자신이 만들어 자신이 소비한다면 법적인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판매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담배사업법 11조와 12조에는 담배 '제조업'자의 자격과 허가가 분명히 공시되어 있으며 판매를 금지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실제로 2014년 1월 21일 개정 기준 담배사업법 제11조(담배제조업의 허가)에는 ① 담배제조업을 하려는 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기획재정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받은 사항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한 사항을 변경할 때에도 또한 같다. ② 기획재정부장관은 제1항에 따른 담배제조업의 허가(이하 "담배제조업허가"라 한다)를 받으려는 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본금, 시설, 기술인력, 담배 제조 기술의 연구·개발 및 국민건강 보호를 위한 품질관리 등에 관한 기준을 충족한 경우에는 허가를 하여야 한다고 되어있다.

담배사업법 제12조(담배의 판매)에도 ① 제조업자가 제조한 담배는 그 제조업자가, 외국으로부터 수입한 담배는 그 수입판매업자가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자에게 판매한다고 되어있다.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결론은 담배 DIY는 문제의 소지가 없어보이나 이렇게 생산된 담배를 판매하는 것은 분명한 법적 책임이 따른다는 점이다. 실제로 KT&G측은 "담배를 만들어 개인이 소비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판매할 경우는 엄중한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KT&G는 "담배를 실제로 만들 수 있는 확률도 지극히 낮다고 본다. 담배를 만들기 위해서는 엄정한 공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고 답했다.

▲ 출처=구글

구글의 아라폰, 패러다임의 변화
이 대목에서 구글의 조립식 스마트폰 아라폰을 살펴보자. 담배 DIY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구글 아라폰 이야기를 하니 당황스럽겠지만, 사실 이 두 가지는 의미하는 바가 일맥상통한다.

올해 14일과 21일 미국과 싱가포르에서 개발자 회의를 열어 마지막 담금질에 돌입하는 구글의 아라폰은 사용자가 원하는 다양한 프로세서 및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을 조합해 총 8개의 기능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당장 저가폰 중심의 외연확대가 이뤄질 전망이지만, 지금까지 제조사가 결정하던 하드웨어 스펙의 결정권을 이용자에게 공개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여기서 담배 DIY 열풍과 비슷한 대목이 감지된다. 담배를 만들어 피우는 사람도 결국 동기야 어떻든 제작 결정권이 이용자에게 넘어간 사례며, 구글의 아라폰은 대놓고 오픈소스의 가능성을 공개한 케이스다. 별로 상관이 없어 보이는 두 가지 현상이지만, 사실 이는 오픈소스의 중요성을 시사하는 것이 아닐까?

지금까지 인류는 길이 막히면 어떻게든 길을 찾아왔다. 그것이 옳든, 옳지 않은 길이든. 담배 DIY를 평가하기에 앞서 이를 구글의 아라폰이 지향하는 오픈소스의 관점에서 바라볼 여지는 충분하다고 본다. 하나의 사회현상이다. 우리는 이런 세상에서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