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정 서울대 공과대학 객원교수.

최근 중국정부는 2015년에 종료하기로 했던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을 2020년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2020년 이전에 500만대의 전기차가 도로에 운행하는 걸 목표로 삼았다. 전기차 소유자에겐 5만5000위안(8862달러)을 보조금으로 지원한다. 전기버스인 경우엔 50만위안(8만567달러)을 지급한다.

그런데 이 보조금은 중국산 전기차에만 적용된다. 올해부터 중국에서 전기차 보급을 적극적으로 늘리려 했던 테슬라의 전략에 차질이 발생할 것 같다. 최근 테슬라는 유가하락으로 휘발유 가격이 떨어지면서 받은 충격이 크다. 하지만 테슬라 모델의 가격이 7만1000달러부터 시작하는 고급차 시장을 노리기 때문에 휘발유 가격이 테슬라 전기차 확산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테슬라는 전기차의 성능을 스포츠카 수준으로 높여서 전기차를 상류층이 찾는 승용차로 변신시켰다.

테슬라 전기차의 전략은 차량의 편의성을 높이고 차량의 주행성과 자동화율을 높여서 상류층을 파고들겠다는 전략이지만, 기본적으로 판매량이 한정되어 있다는 취약점이 있다. 고속도로를 따라서 충전소를 세우고 공짜로 충전할 수 있도록 하여 중국의 상류층을 노리겠지만, 중국의 도시 인근은 극심한 대기오염으로 태양광 발전에 불리하고 투자비에 비해 중국 시장에서 거둘 성과가 얼마나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 테슬라 자동차가 올해엔 한국시장에도 선보인다고 한다. 충전시설이 갖춰지면 과시욕이 높은 상류층으로부터 상당한 호응을 얻을 것 같다.

전기차의 연료비 절감 효과가 크다

테슬라 S 모델에 채용한 배터리는 노트북에 주로 사용한 일본 파나소닉 모델이다. 이는 리튬 코발트 조성의 양극재로 자동차용으론 견고하지 못하다고 평가를 받고 있지만 테슬라는 에너지밀도가 높은 이 범용 배터리를 모델 S에 과감히 채용했다. 테슬라 발표에 의하면 85kW 듀얼 모터 운전 시엔 1회 충전으로 474km를 주행할 수 있다고 한다. 경부고속도로 서울과 부산 기점 사이의 거리가 426.3km이므로 한번 충전으로 편도여행은 충분하다.

충전시간은 충전기 성능에 따라서 달라진다. 보통 240V/40A 전원에 꽂으면 1시간 충전으로 46.6km를 주행할 수 있다고 한다. 테슬라 전용 급속충전기(240V/80A)에 꽂으면 93.3km를 주행할 수 있다. 전기차를 운행하는 경우 연료절감비를 테슬라 홈페이지에 제공된 모델로 계산해 봤다. 휘발유 가격을 1900원/ℓ라고 하고 동급 승용차의 연비를 9.35km/리터라고 가정했을 때 연간 7000km를 운행할 경우 연료비가 142만원/년이다.

반면에 테슬라 전기차 비용은 194원/kWh를 기준으로 하면 25만2000원 정도 든다. 연간 116만8000원 정도가 절약된다. 연료 절감효과가 크지만 85kWh 배터리 차량의 현금가격이 약 9000만원이니 아무래도 보통 사람이 욕심을 내기엔 벅찬 가격이다.

자동차 전문기업들의 전기차 확산 전략은 테슬라와 조금 다르다. 전기차의 궁극적인 성공은 대중화에 답이 있다고 그들은 믿고 있다. 전기차 확산을 가로막는 장벽은 무겁고 비싼 배터리다. 충전시간이 많이 걸리고 배터리를 재충전할 수 있는 수명도 문제다. 2010년도에 미국의 에너지부 장관이었던 스티븐 추 박사가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회의’에서 연설한 내용이 함축적이다.

그의 말을 요약하면 이렇다. “전기차는 재충전이 가능한 배터리가 15년간 5000회 이상 완전히 충전할 수 있어야 하고, 출력은 1000Wh/kg, 가격은 1/3로 떨어져야 내연기관엔진(640~800km 범위)과 경쟁할 수 있다.” 그런데 충전시간은 최근에 음극재료로 사용하던 흑연 대신 이산화티타늄 나노튜브를 사용하면 급속충전이 가능하다는 보고가 있다. 또 고속충전기술이 발달하면서 충전시간이 많이 단축되었다. 문제는 배터리의 가격과 무게를 낮추는 일이다. 그래서 배터리 중량당 에너지 밀도가 중요하다.

▲ 테슬라의 전기자동차. 사진=테슬라 홈페이지

배터리 기술이 전기차 확산을 높인다

배터리 무게의 반절 정도는 일반 구조재료인 알루미늄, 플라스틱, 철강, 동들이 차지한다. 음극과 양극 그리고 분리판이 핵심재료다. 양극재료는 리튬금속산화물인데 Li-Ni-Co-Al(NCA)계, Li-Ni-Mn-Co(NMC)계, Li-Mn-Spinel(LMO)계, Li-Titanate(LTO)계, LiFePO4(LFP)계 등 다양하다. 조성마다 에너지 밀도가 다르고 특성이 다르므로 개발자마다 다른 접근방법을 사용한다.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배터리 조성과 기술들이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기 때문에 2020년대에는 에너지 밀도가 500Wh/kg 이상인 배터리가 출현할 것으로 보이며, 재충전횟수도 4000회(하루 1회면 11년) 이상으로 증가할 수 있다. 물론, 주행거리도 2020년까지 300~800km로 증가한다고 본다. 만약 2020년대에 배터리 성능이 1000Wh/kg 이상이 되면 대부분의 휘발유 차의 경쟁력이 사라질 수도 있다. 전기차가 범람하면 대부분의 원유수입은 줄어들고 온실가스나 공해문제도 크게 개선된다고 본다.

한편으로 전기차가 대중화되기엔 배터리에 들어가는 리튬의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다. 리튬은 지구 상에 널리 분포되어 있지만 원소 형태로 존재하지 않는다. 지표면에 고루 함유되어 있지만 함량이 20~70ppm 정도로 매우 낮다. 그래서 광물학 사전에서는 리튬을 상대적으로 희귀한 원소로 분류한다. 모든 바위 속, 해수 속에 들어 있지만 농도가 너무 낮아서 대량생산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리튬 함유광석으론 리티아 휘석(spodumene, (LiAlSi2O6), 엽장석(petalite, LiAlSi4O10) 리튬운모(lepidolite, K(Li,Al,Rb)3(Al,Si)4O10(F,OH)2) 등이 있다. 주로 미국, 캐나다, 호주, 중국, 짐바브웨, 러시아에 있다.

생산법은 비교적 간단하지만 워낙 함량이 낮아 생산비가 비싸다. 원광석을 부숴 슬러리로 씻어서 가열하여 산으로 추출하면 알칼리 금속들이 나온다. 이 용액을 농축해서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 응고제를 첨가한다. 마지막엔 리튬이 포함된 산용액을 소다회로 중화시키면 탄산리튬이 석출한다. 이것이 바로 시장에서 거래되는 리튬화합물이다. 하지만 리튬을 소금물에서 생산하면 생산원가가 반절이 된다.

소금물 호수, 즉 염호에서 생산되는 리튬은 단순 증발법이다. 염수를 증발시키면 염화칼리가 먼저 석출하고 나머지 용액을 증발시키면 탄산리튬과 수산화리튬이 남는다. 증발시간이 18개월 정도 걸리고 불순물이 많으면 분리가 잘 안 되는 단점이 있다. 이에 비해 최근에 국내 포스코가 개발한 화학반응법은 짧으면 8시간 길어도 1개월 이내에 순도 높은 리튬을 생산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특히 남아메리카의 불순물이 많은 염수에 적용하기 좋은 기술이다. 포스코는 현재 아르헨티나 카우차리 염호에서 연산 200톤 규모의 실증플랜트를 운영 중이다.

리튬 매장량은 충분하다

2013년도 전 세계 리튬생산량은 4만1000톤 정도이다. 개발된 매장량은 대략 1400만톤이지만 전체 자원 보유량은 약 4000만톤이다. 2013년도 생산량은 알려진 매장량의 약 0.3%이고, 미개발분까지 합치면 전체의 0.1% 정도다. 더욱이 2013년도 순수한 수요량은 대략 30톤 정도인 데 비해 판매량이 많은 것은 많은 기업이 리튬을 비축하기 때문이다. 리튬 생산은 투자위험이 있는 고비용 사업이다. 생산지역이 교통이 나쁜 고산지역이고 증발속도가 매우 느리며 배터리 생산지까지 물류비가 비싼 단점이 있다. 칠레를 제외한 남아메리카 국가들의 염수는 제거하기 힘든 불순물들이 포함되어 있다.

리튬 광석은 함량이 너무 낮아 리튬 가격이 폭등하기 전엔 경제성이 없다. 모든 상품이 마찬가지지만 수요와 공급이 리튬자원의 탐색과 생산을 결정한다. 하지만 현재 채굴이 가능한 양은 충분하다. 특히, 포스코의 화학반응법을 남아메리카 염호에 적용하면 생산속도도 증가하고 고품질의 리튬화합물 생산이 가능하다.

만약 전기차 수요가 급속히 증가하여 리튬시장이 커진다 해도 리튬 공급이 가능한가? 계산을 해보자. 전기차가 200마일(320km) 거리를 이동한다고 하면 대략 70kWh 배터리로 리튬 상당량은 20kg이 필요하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리튬 상당량이 2020년쯤에는 25% 정도 감소한다고 할 수 있다. 대당 15kg이다. 중국이 500만대의 전기차를 2020년까지 확산한다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최소한 누적해서 7만5000톤의 리튬이 필요하다. 전 세계의 확산량을 2배로 친다면 누적 수요량이 5년간 15만톤이다. 연간 3만톤 정도다. 이 정도라면 전기차의 확산속도가 더 빨라져도 리튬 매장량과 공급 속도는 부족하지 않다. 현재의 늘어난 매장량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전기차가 확산되지 못하는 가장 큰 걸림돌은 배터리 기술이다. 하지만 배터리 기술도 급속히 발달하면서 현재의 문제점들을 곧 해소해 나갈 전망이다. 앞으로는 컴퓨터 자동화 기술과 에너지 효율이 높은 자동차를 선호하게 된다. 당연히 전기차와 자동운전차량이 인기를 독차지하고 시장을 지배하게 된다. 관련 기업들은 기술 대전환에 미리 대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