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아이폰이 처음 등장한 2007년부터 글로벌 IT업계의 발전은 스마트폰이 견인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동통신 기술의 발전과 다양한 스마트 생태계의 등장이 '더 넓은 가능성과 여지'를 남겼으며, 이러한 패러다임 속에서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기능의 현실화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제 스마트폰을 빼고 IT발전을 논하기 어려운 시대라는 뜻이다.

하지만 2015년 현재, 우리는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의 중심에 섰다. 약 5년간 글로벌 IT의 발전을 주도했던 스마트폰이 그 성장동력을 상실하며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를 고민할 때가 왔기 때문이다.

▲ 갤럭시노트4. 이미화 기자

스마트폰 시장의 변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는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 올해 5.5%라는 역대 가장 낮은 성장율이 전망되고 있으며 평균판매단가는 지난해보다 10% 가깝게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원인은 다양하지만 대체적으로 시장포화 및 스펙 상향표준화 등으로 수렴된다. 스마트폰이 빠르게 보급되며 관련 생태계를 창출하는 긍정적인 효과들이 다수 발생했으나 그 속도가 너무 빨랐고, 하드웨어 스펙 자체가 대부분 상향표준화로 굳어지며 기술 변별력도 사라졌기 때문이다. 달이 차면 기울다고 했다. 발전은 빨랐으나 쇠락도 빨랐으며, 이는 기술발전의 흐름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스마트폰 시장이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저가폰'을 키워드로 잡아 약진할 것으로 본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팽창으로 시장 포화도가 극에 달한 상태에서 그나마 스마트폰이 자리를 잡지 못한 인도와 동남아시아 지역에 저가폰의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한다는 뜻이다.

이미 가시적인 변화도 포착되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는 인도와 동남아시아, 남미지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라인업의 저가폰을 런칭하고 있으며 타이젠을 장착한 신개념의 저가폰도 속속 베일을 벗고 있다. 구글도 안드로이드 원 프로젝트로 대표되는 저가폰 특화 정책으로 실력행사를 벌이고 있다. 심지어 다크호스로 여겨지는 중국의 제조사들도 적극적으로 신흥국 시장을 타진하고 있다.

올해 스마트폰 시장은 마지막 남은 '기회의 땅'을 두고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시작은 저가폰이지만 이후 프리미엄 스마트폰 모델을 내세운 대대적인 공습도 예상가능한 대목이다. 다만 스마트폰 시장이 전반적으로 빠르게 쇠퇴하고 있음을 고려했을때 신흥국 시장의 경제개발 속도가 포스트 스마트폰 흐름을 따라가지 못할 경우, 신흥국 시장은 저가폰에서 단숨에 포스트 스마트폰 정국으로 흘러갈 여지도 있다. 제조사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 갤럭시노트 엣지. 출처=삼성전자

이후의 변화는?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이 둔화되며 마지막 남은 카드인 신흥국 시장에서 저가폰 격돌이 벌어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에 대응하는 각자의 제조사들은 모두 동상이몽이다.

삼성전자는 투트랙 전술로 이해될 수 있다. 사물인터넷 시대의 웨어러블-스마트홈을 염두에 둔 타이젠OS를 스마트폰에 탑재시켜 저가폰 시장과 향후 발전 가능성을 동시에 타진하는 한편, 갤럭시 A 시리즈로 대표되는 실질적 저가폰을 함께 출격시켜 흔들리는 입지를 다잡는다는 계획이다.

애플은 애플페이 등 근거리 무선통신과 같은 기술적용을 통해 '스마트폰 이상'의 브랜드 전략을 고수할 것이 확실하며 구글은 안드로이드 레퍼런스 스마트폰인 넥서스 시리즈와 더불어 아라폰과 같은 색다른 시도를 거듭하며 패러다임의 균열을 노릴 전망이다. 그 외 중국의 제조사들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초반기세를 끌어 올리기 위해 사업 다각화를 통한 우회 성장동력 제고와 여전히 저가에 방점을 찍은 모델로 승부를 볼 예정이다. 물론 인도의 마이크로맥스 등 로컬 강자들도 각자의 경쟁력을 시장 친밀성과 연결해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차적인 스마트폰 시장의 트렌드는 메탈 프레임 및 디자인의 변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위시한 다양한 가능성으로 수렴될 전망이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재윤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2015년 삼성전자 스마트폰 중 약 60~70%가 메탈케이스를 채용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갤럭시노트 엣지를 비롯해 갤럭시S6에 측면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모델이 등장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으며 샤오미는 최근 단말기 양쪽에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모델을 공개하기도 했다. 여기에 메탈 프레임으로 대표되는 디자인의 변화, '오포'로 상징되는 셀피족 겨냥 스마트폰과 더불어 세상에서 가장 얇은 스마트폰을 둘러싼 경쟁 등은 모두 일차적 변화의 주인공이 될 전망이다.

그 너머에는 무엇이 있나
정리하자면 스마트폰 시장의 포화와 성장세 둔화로 신흥국 및 저가폰이라는 화두가 한동안 업계를 지배하며, 다양한 기능적 변화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며 새로운 경쟁국면이 조성될 확률이 높다. 하지만 이를 포스트 스마트폰으로 명명할 수는 없다.

스마트폰은 통화 및 문자 메시지, 데이터, 인터넷 등 다양한 기능이 하나로 묶이며 탄생한 스마트 생태계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스마트폰이 보여준 총체적인 기능의 시너지가 새로운 플랫폼으로 수렴되어 발전할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다. 이제 스마트폰이라는 플랫폼에서 벗어나 스마트폰의 기능까지 아우르는 더 넓은 기능의 플랫폼이 등장한다는 뜻이다.

당장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웨어러블이다. 하지만 애플의 공동 창시자 스티브 워즈니악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듯, 현재의 웨어러블은 스마트폰의 부가장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기어S는 물론 애플의 애플워치 등도 마찬가지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디바이스라는 뜻이다.

그러나 사물인터넷 기술의 발전으로 5G라는 속도가 이에 편승하는 순간, 포스트 스마트폰의 미래는 웨어러블로 촉발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전화와 문자 메시지, 인터넷 등이 '전화'를 기반으로 묶였다면, 이제 사물인터넷 시대를 맞이해 우리의 일상생활에 더욱 가까운 일반적인 가전제품에 스마트폰 기능을 포함한 대부분의 기술이 수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이는 웨어러블에서 스마트홈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다. 포스트 스마트폰의 미래는 여기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