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 임직원들이 ‘몽골 희망의 숲’ 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타워 아이막 에르덴솜에 나무를 심고 있다.


지난해 10월20일, 이탈리아 로마. 전 세계 맥주 제조회사와 맥주회사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세계맥주제조업연합회(WBA) 연례회의였다. 이날 참석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키워드는 ‘그린(Green)’. 화두를 던진 주인공은 국내 맥주업체 ‘오비맥주’였다.

오비맥주는 WBA 회의에서 자사의 환경 프로그램과 건전음주문화 캠페인을 기업 사회공헌 활동의 모범사례로 발표해 호평을 받았다. WBA는 세계 각국의 맥주협회 간 협력증진과 정보교류를 위해 2003년 출범한 연합 조직으로 현재 유럽, 미국, 캐나다, 호주, 라틴아메리카, 일본, 중국 등 대부분 국가의 맥주협회가 정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오비맥주가 온실가스 배출 절감 캠페인, 희망의 숲 가꾸기 등 다양한 환경관련 프로그램으로 업계의 저탄소·녹색성장을 선도하는 ‘그린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향점은 단순히 술을 만들어 파는 주류회사가 아닌 자연과 환경을 먼저 생각하는 사회책임경영의 실현이다.

친환경 설비 교체… 온실가스 감축 ‘성과’

생산 공장부터 ‘친환경’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광주공장의 ‘그린 세이빙(Green Saving)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기본 취지는 CO2 배출과 에너지 사용을 절감하자는 것. 2012년까지 온실가스 방출량을 35% 줄인다는 구체적 목표도 세웠다.

오비맥주 광주공장은 지난해 3월부터 6개월 간 친환경 녹색설비 위주로 공장시설 업그레이드를 진행했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대형 벙커C유 보일러를 소형 가스보일러로 교체한 데 이어, 보일러 연료를 친환경 LNG(액화천연가스)로 바꿨다. 고효율 공기압축기와 터보브로아 등도 새로 설치했다.

성과는 놀라웠다. 친환경 설비 교체 완료 후, 공장 내 열 발생은 종전보다 약 7% 가량 줄어들었으며 전기사용량도 4% 이상 감축하는 효과(금액으로는 약 2억4000만원)를 거뒀다.

‘환경 친화적인 맥주’ 만들기에도 주력하고 있다. 제조 공정에도 친환경 공법을 적용한 것이다. 최수만 오비맥주 정책홍보 전무는 “종전보다 20~30% 가벼운 경량병을 포장재로 사용하고 병뚜껑의 두께를 축소하는 한편 재활용 포장재 사용을 활성화해 친환경 녹색제품 생산을 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몽골 조림사업… 환경생태 보전 앞장

겉모습만 녹색기업을 표방한 것이 아니다. 오비맥주는 회사 경영 활동 전반에 ‘녹색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각 공장별로 다양한 에너지 절감 아이디어 경진대회를 개최해 채택된 아이디어를 실행하거나, 현장 작업자를 대상으로 에너지 절감교육과 에너지 누수방지 캠페인을 벌이는 활동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린 세이빙 프로젝트’를 뼈 속 깊이 체질화하겠다는 구상인 셈이다.

사회공헌활동을 통해서도 환경경영 철학을 읽을 수 있다. 오비맥주는 주력 브랜드이자 몽골지역 프리미엄 맥주 1위인 ‘카스’를 앞세워 지난해부터 ‘몽골 희망의 숲’ 조성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사업은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는 타워 아이막 에르덴솜에 15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 대규모 환경개선 프로젝트다. 기금은 ‘카스’ 판매금액의 1%를 적립하는 방식으로 모으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동북아시아 황사 발생량의 50%를 차지하며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몽골의 ‘사막화’ 문제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했다. 최 전무는 “몽골 조림사업을 통해 환경의 소중함을 알리는 동시에, 제1의 수출국인 몽골을 대상으로 한국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는 기회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는 더욱 힘이 되고 있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총 4회에 걸쳐 650명이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내년부터는 인원을 1000명으로 확대해 환경보호에 앞장서겠다는 각오다.

이외에도 오비맥주는 임직원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지속적인 나눔경영을 펼쳐나가고 있다. 시각장애인과 함께 하는 ‘어울림 축제’와 불우 이웃을 돕기 위한 ‘만원의 행복’ 등반이 대표적인 활동이다.

오비맥주 직원들은 지난 2008년부터 매년 두 차례씩 시각장애인과 함께 하는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홀로 산행을 하거나 스포츠를 즐기기 힘든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1일 도우미’가 돼주는 것이다.

시각장애인과 함께 하는 어울림 축제는 시각장애인 1명과 오비맥주 직원 1명이 한 팀을 이뤄 2인용 자전거인 텐덤사이클을 타며 오붓한 대화의 시간을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오비맥주 직원들은 전문기관으로부터 ‘시각장애인 체험 교육’까지 이수해야 이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시각장애인 1명과 오비맥주 직원 1명이 한조가 되어 산에 오르는 등반행사도 있다. 이러한 행사를 통해 홀로 스포츠를 즐기기 힘든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생활의 활력과 자신감을 안겨주고 오비맥주 직원들은 진정한 나눔의 의미를 되새기며 소중한 경험과 보람을 얻고 있다.

매주 금요일 새벽 본사 직원들이 등산을 한 뒤에 1인당 1만 원씩 불우이웃 성금을 적립하는 ‘만원의 행복’ 행사도 2008년도부터 거르지 않고 해오고 있다. 등산을 통해 직원들의 건강과 팀워크를 챙기는 것은 물론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나눔 경영을 실천할 수 있는 유익한 프로그램으로 사내외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전민정 기자 puri21@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