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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 LG전자 사장과 현대차 한전부지 낙찰감성과 실리의 경계에서

조성진 LG전자 사장이 지난해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4 전시장 당시 매장에 전시된 삼성전자의 세탁기를 파손했다는 혐의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관련 임직원 4명이 모두 검찰수사를 성실히 받았으며, 삼성전자도 구린 대목이 있다며 맞고소까지 감행했으나 돌아온 것은 조성진 사장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와 사상초유의 본사 압수수색이었다. 결국 바쁜업무와 CES 2015 일정을 이유로 소환조사에 버티던 조성진 사장은 빠듯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지난달에 이어 3일 2차례 소환조사에 응했다. 조성진 사장은 CES 2015에서 LG전자의 간판으로 활약할 예정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며 자연스럽게 현대자동차그룹의 한국전력 부지 인수전이 떠오른다. 2014년 10대 경제뉴스를 꼽을 때 반드시 순위에 이름을 올리는 '메가 딜'임과 동시에, 조성진 LG전자 사장 논란과 비슷한 대목이 다수 발견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삼성그룹과 한화그룹의 메가 딜과는 성격자체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 조성진 사장. 출처=뉴시스


한전부지 활용, 괜찮을까?
2일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정몽구 회장은 "한전부지에 105층 건물(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을 올리겠다"며 "이를 바탕으로 그룹의 이미지와 국가의 경제발전에도 이바지하겠다"고 공언했다. 글로벌 자동차 생산 판매 목표를 820만대로 잡겠다는 포부와 더불어, 105층이라는 구체적인 층수를 언급한 점은 분명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구체적인 한전부지 활용설이 고개를 드는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이 실제적인 준비를 시작했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의 한전부지 활용에 마냥 장밋빛 전망만 펼쳐지는 것은 아니다. 현대차그룹이야 지난달 18일 본사에서 해외 설계사를 대상으로 한전부지에 조성될 GBC 타워 설명회를 열어 기초 설계 공모에 돌입하며 분위기를 끌어 올리고 있으나 당장 제2롯데월드 논란에 시달리고 있는 서울시의 의지가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비록 제2롯데월드가 위치한 잠실과 달리 한전부지가 위치한 지역은 비행안전고도제한에서 자유롭고 도로 사선규제 제한까지 철폐라는 날개를 달았으나 초고층 건물이라는 점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참고로 삼성동은 2013년 11월 LG전자 소속 헬기가 아파트에 충돌해 인명사고를 낸 지역이기도 하다. 주민들의 불안도 변수로 부상되고 있다.

그러나 한전부지 활용과 조성진 LG전자 사장이 오버랩되는 것은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조성진 LG전자 사장과 한전부지 낙찰과정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들이 비슷하다. 부디 현대차그룹이 안전하고 훌륭한 GBC 타워를 건설해 창조경제에 이바지 하는 한편, 기획재정부가 30일부터 시행하는 세법 개정안 시행령을 통해 기분좋은 선물을 받기 바라는 마음을 전하는 선에서 현재에 대한 이야기를 끝내자. 우리는 지금부터 과거를 통해 새로운 미래를 이야기할테니까.

   
▲ 한전부지. 출처=뉴시스

무리한 투자, 자존심인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지난해 9월, 코엑스 기자실에 있던 중 사진기자 10여 명이 우루루 몰려들어 코엑스 홍보 담당자와 사소한 실갱이를 벌였다. 타이핑하던 손을 멈추고 의도하지 않게 들어보니, 평소에는 닫혀있는 옥상 문을 열어달라는 사진기자들의 건의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홍보 담당자의 반응이 흥미로웠다. 담당자는 이미 예상한 일이라는듯 모든 세팅이 완료되었으며, 안전하게 촬영할 수 있도록 조치를 끝냈다고 말했다.

물론 사진기자들이 찍기를 바랬던 것은 코엑스 정면의 한국전력 건물이었다. 삼성과 현대차그룹의 한전부지 낙찰결과가 나오기 하루 전에 벌어진 일이다. 당시 들었던 생각은 두 가지. 하나는 '코엑스 홍보도 아닌데 이것저것 협조해주는 홍보 담당자는 참 피곤하겠다'였으며, 다른 하나는 '역시 한전부지 낙찰이 뜨거운 화제구나'였다.

다음날 현대차그룹이 10조5500억 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을 들여 한전부지를 낙찰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전이 제시한 감정가가 3조3000억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액수다. 상상을 초월하는 쩐의 전쟁이었던만큼 그 엄청난 액수만큼이나 무수한 소문과 실소를 머금게 하는 루머도 떠돌았다.

삼성이 4조5000억 원을 제시하며 현대차그룹에 '10조5500억 원의 타격'을 입혔다는 말은 주식의 요동과 함께 꽤 그럴싸한 소재로 부상했으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연결고리, 지배구조 및 기타 음모론과 비슷한 이야기까지 스멀거렸다. 심지어 삼성의 관련임원들이 엄청난 내부의 비판에 직면했다는 이야기와, 오히려 찬사를 받았다는 상반된 이야기가 동시에 고개를 들어 실소를 머금게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비록 정몽구 회장이 '100년을 보고 점지한 땅'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감정가의 3배나 넘는 금액을 쏟아부으며 한전부지를 선택한 사실은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이러한 평가는 최근 현대차그룹이 구체적인 한전부지 활용 로드맵을 발표하는 순간에도 심심치않게 엿보인다. 아마 105층짜리 GBC 타워가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도 그러지 않을까.

업계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사내 유보금이 110조 원을 넘기는 만큼 10조 원이라는 금액이 엄청난 타격은 아니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굳이 한전부지에 10조 원을 투자했어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문부호를 달고 있다.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입주하는 업무공간과 자동차 테마파크, 호텔 등이 들어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다고 해도 그 장소를 한전부지에 한정할 이유가 적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이 롤모델로 제시한 독일의 폭스바겐은 실제 공장이 있는 볼프스부르크에 아우토슈타트를 지었으며 BMW 복합센터와 박물관도 공장이 있는 뮌헨공장에 지어졌다. 이들은 이러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지역과 호흡하는 한편, 무리하게 수도권 지역을 고집하지 않음으로써 비용절감도 끌어냈다. 이런 관점에서 현대차그룹의 한전부지 활용을 프로축구와 비교하자면, 돈 많은 지역연고 팀이 팬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서울 금싸라기 땅에 구단 전용구장과 프런트 사무실을 건설한 격이다.

물론 현대차그룹은 한전부지를 활용한 GBC 타워를 통해 엄청난 성공을 거둘 것이다. 그 정도의 역량을 보유한 기업이며, 그 정도의 인프라와 노하우를 갖춘 기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실제적인 효과와 기대'를 전면에 내세워도 변하지 않는 사실은, 현대차그룹의 한전부지 낙찰은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해괴한 소문 만큼이나 고집스러운 경영방식과 어느 정도 연결이 되어있다는 점이다. 3배나 넘는 감정가를 써내 낙찰을 받는 것은 분명 '정상'이라고 볼 수 없다.

   
▲ 조성진 사장. 출처=뉴시스

자존심과 오기, 결국 본질을 흐리게 한다
조성진 LG전자 사장 논란으로 돌아와보자. 조성진 사장이 악의가 있어 삼성전자의 세탁기를 파손했을까? 현 단계에서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일단 해당 논란이 법의 영역으로 넘어간 이상 대승적이고 원만한 결론이 도출되어 대한민국의 자존심인 삼성전자, LG전자 모두 본연의 임무에 더욱 집중하길 바랄 뿐이다.

다만 조성진 사장이 검찰출두를 미루며 시간을 지연시킨 대목은 안타깝다. 비록 대기업의 수장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기민하게 움직일 수 없었겠지만, 결론적으로 시간끌기가 출국금지와 압수수색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뼈 아픈 대목이다.

결국 현대차 부지와 비슷하다. '선 굵은 경영'의 최전선에 선 인사가 순간적으로 감정에 휘둘리거나, 그릇된 판단을 내리면 '모든 것'이 바뀐다. 파괴적인 혁명적 발상도 중요하지만 상식적인 경영이 기본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조성진 사장과 현대차그룹 모두 이러한 부분에서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지 못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현 상황에서 조성진 사장과 현대차그룹은 하나의 국면을 넘었다. 분명히 지적할 대목은 '정상적이지 못한' 국면을 넘었다. 하지만 그 파생효과로 또 다른 국면전환이 기다리고 있다. 부디, 이 대목에서는 상식적인 국면전환이 이뤄지길 바란다.

최진홍 기자  |  rgdsz@econovill.com  |  승인 2015.01.04  07: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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