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무엇일까? 거의 모든 행복에 관한 연구 결과, ‘결혼’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결혼이 왜 중요할까? 지난 칼럼에서 이야기했듯이, 부부란 인간관계의 측면에서 가장 감정적으로 친밀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감정이 깊어지면 이해와 배려가 깊어지고, 슬픔과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다. 기운이 나고, 슬픔은 줄어들고 기쁨은 배가 되니, 당연히 행복해질 수밖에. 물론, 반대로 갈등이 깊고 사이가 틀어지면 지옥이 따로 없을 것이다.

진화론적 결혼

진화론적으로 보자면 결혼이 행복해지는 최고의 조건인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종족보존을 위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진화는 생존의 문제이다. 인류가 생존하려면, 심리적으로 결혼이 행복하다고 느껴져야만 한다. 좀 더 생물학적으로 보자면, 섹스가 진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섹스가 재미없다면 인류가 이렇게 번성할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행복학자들은 섹스에 관련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안 하는 편인데, 그것만큼 행복에 중요한 것도 없어서일 듯싶다.

잘 알다시피 인간의 성행동은 양면성이 있다. 종족보존 이외에 애정의 확인, 친밀감의 극대화, 효율적인 비언어적 소통의 기능을 한다. 반면, 본능적인 속성으로 공격성, 중독 그리고 범죄의 원인이 될 위험성도 있다. 이런 두 가지 속성에서 장점을 취하고 단점을 버리려는 인류의 노력이 결혼이라는 제도를 탄생시켰다. 결혼을 하면 인간관계에서의 측면은 물론이고 성생활의 측면에서도 안정을 보장받기 때문이다.

더불어 결혼이란 제도가 행복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요소로써 경제적인 것을 빼놓을 수 없다. 인간은 성별에 따라 잘할 수 있는 분야가 다르다. 물론, 미래에는 바뀔 수 있고 벌써 그런 조짐이 사회 곳곳에서 인지되고 있지만, 결혼제도가 자리 잡을 즈음부터 현재까지는 대체로 남자가 잘하는 일과 여자가 잘하는 일이 나뉘어져 있다. 남자는 사냥과 경작 등 식량을 구하고 외부 위협으로부터 가족을 지키는 일에 능하고, 여자는 아이를 낳고 기르고 가정을 꾸리는 것을 잘한다. 미혼과 기혼 사이의 경제적 차이는 일종의 남녀 분업의 결과였다. 아무리 돈을 잘 벌어도 집안 살림을 병행하려면 노동에 따른 대가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아이를 훌륭히 낳아도 경제적 뒷받침이 없다면 더 훌륭하게 자랄 수 있는 기회를 얻기 힘들다. 당연히 결혼이 주는 경제적 이득이 컸었다.

우리나라 결혼과 출산의 현실

최근 결혼에 관한 가치관과 현실이 바뀐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2014년 서울시가 발표한 ‘통계로 본 서울시민 가족생활 변화’에 따르면 결혼에 관하여 긍정적인 태도를 갖는 경우는 55.6%(‘반드시 해야 한다’ 13.5%, ‘하면 좋다’ 42.1%)로 2008년의 68%보다 낮아졌다. 특히,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는 경우는 41.0%로 2008년도의 28.2%보다 거의 2배가량 많아졌다. 따라서 혼인 건수도 많이 줄어 1993년도에 비하면 33.5%나 감소를 했다.

결혼에 대해 부정적으로 변화하는 것과 더불어 이혼에 대한 가치관도 변화하였다. 절대 ‘이혼을 하면 안 된다’는 인식이 41.8%(2008년, 57.3%)로 줄어든 반면, 이혼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인식은 55.2%(2008년, 40.1%)로 증가하였다.

당연히 출산율도 줄어들었다. 인구 1000명당 출생률은 1971년 31.2명에서 2013년에는 8.6명으로 40여년 만에 1/4로 급감을 했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저출산이 문제가 되고는 있지만, 우리나라는 특히 심각하다. 여성 1인이 평생 낳는 자녀 수가 1.23명으로 OECD 평균 자녀 수 1.74에 비해서도 적으며, 34개 OECD 회원국 중 최저치이다.

인류, 아니 대한민국의 생존에 비극적인 종말이 보이는 이런 변화는 왜 생겼을까? 우선 경제적인 어려움을 꼽고 있다. 결혼하는 것 자체가 벅차고, 설사 결혼했다고 하더라도 부부가 아이를 낳아도 제대로 키울 수 있는 충분한 경제적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낳아서 기룰 수 있는 소득이 있더라도 맞벌이를 해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양육이 힘들어 출산을 포기하기도 한다. 두 번째로 가치관의 문제이다. 예전에는 가정을 이루어 자녀를 훌륭하게 양육하는 것이 인생의 목표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임신과 출산 그리고 양육에 대한 어려움을 겪기보다는 무자녀부부 또는 비혼(非婚)남녀로서의 삶이 더 행복하다고 받아들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결국 진화의 문제는 아닐지 고민해본다. 이렇게 생각하면 지나치게 비약적인지 모르겠지만, 진화는 지금도 진행 중이기에 결국 인류는 결혼과 출산을 통해서 생존해나가던 과정을 멈출지도 모른다. 공룡이 한때 지구를 지배했던 생물이었다면 현재는 인류가 지배하고 있고, 먼 미래에는 우리가 아닌 다른 어떤 존재가 지배자로 살아남게 될지도 모르지 않은가.

아직 희망은 있다

긍정적인 조짐도 있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의하면 결혼에 대해서는 예상대로 예전보다 부정적인 경우가 늘기는 했지만, 79.8%가 저출산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장래희망 자녀수가 1.9명인 것을 보면 미래가 반드시 비관적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또한, 정부에서도 결혼과 출산을 위해 여러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좀 더 적극적이고 근본적인 변화가 시급하다. 결혼과 출산 그리고 양육에 경제적인 지원을 해주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이기는 하다. 하지만 생색내기식의 정책은 성과가 없다. 인구정책은 정치적 논리에 휘둘려서는 절대 안 되는 생존의 문제이다. 자전거 길을 만들거나 새로운 청사를 멋지게 짓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인류의 생존만큼 중요할까! 불편해도 조심해서 자전거를 타고, 보기 안 좋아도 낡은 청사에서 고생하는 것이 우리와 자손의 행복과 생존에 도움이 된다면 불편해도 참아야 하지 않을까? 증세도 마찬가지이다. 효율적으로 정직하게 모두를 위해 쓰이기만 한다면 반대할 이유는 절대 없다. 결혼과 출산 그리고 양육에 대한 현실적인 정책과 투자가 절실하다.

반드시 저출산의 문제뿐만 아니라 모두가 행복한 사회가 되려면 무엇보다도 정책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가능하다. 특히, 정책입안자나 정책을 감시하는 국민의 애티튜드가 바뀌어야 한다. 빈부차를 걱정하면서 일부 집단의 경제적 안정만을 추구한다면 이율배반적이다. 국민을 행복하게 해준다면서 정치집단만의 이득만을 걱정하는 것은 배신이다. 아이를 낳으라고 장려하면서 낳고 기를 환경을 제공하지 않는 것은 태업이다. 행복이 최고의 가치라고 말하면서도 돈을 결코 최고의 가치에서 내려놓지 못하는 우리의 나약한 태도가 문제다.

솔직히 이야기해서 가치관이나 애티튜드를 고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개인도 그렇고 국가도 그렇다. 다행히도 중대한 위기가 닥치면 생존을 위해서라도 변화할 수밖에 없다. 결혼과 출산에 대한 가치관이 변화하고 있는 것은 생존의 문제임을 인식한다면 모두를 위한 긍정적이고 일관성 있는 변화가 가능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