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교과서만 보고 이론을 공부하는 시대는 지났다. 중소기업청과 창업진흥원이 함께 운영하는 ‘비즈쿨(Bizcool)’은 초·중·고등학교를 선정해 청소년들을 차세대 창업인재로 육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해만 200개에 이르는 학교에서 초·중·고등학교 학생 3만3000명가량이 참가할 정도로 미래 CEO들의 창업 도전 및 경제배우기 활동은 왕성하다.

이 같은 비즈쿨의 활성화는 참여 학생들에게 학업 증진과 기업가정신 함양에 도움을 주고, 동시에 사회 진출 시 실질적인 혜택으로 돌아가고 있다. 비즈쿨의 성과를 가장 잘 나타내는 사례가 바로 비즈쿨 활동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취직에 성공한 참가학생들이다.

비즈쿨 경험을 통해 사회 진출의 길을 당당히 개척하고, 단순히 취업 이상의 ‘하고 싶은 일’을 향해 뛰고 있는 ‘비즈쿨 키드(Bizcool Kid)’를 만나 비즈쿨 활동담과 2015년 새내기 사회인의 포부를 들어봤다.

▲ 올 2월 졸업을 앞둔 천안여상 3학년 한혜린 양이 지난해 입사한 서울 강남 카오리온 본사에서 환한 미소로 회사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노연주 기자

비즈쿨 키드 <1> 카오리온 입사 한혜린 양(2월 천안여자상업고등학교 졸업 예정)

19세인 고3학생들 대부분이 학교 졸업을 앞두고 마지막 방학을 즐기고 있을 무렵, 또래의 한혜린 양은 오늘도 회사 매장으로 발길을 옮긴다.

천연화장품 제조사인 ㈜카오리온 코스메틱스(대표 주은희)에 입사한 지 이제 4개월째. 벌써 상품개발팀을 한 번 경험하고 오프라인 영업팀으로 옮겨 두 번째 업무를 익히고 있다.

순수 저자극 슬로우 화장품을 추구하는 카오리온은 지난 1995년 국내 최초로 ‘무알콜·무색소·무향료’의 3무(無) 천연화장품을 선보이고, 자연에 가장 가까운 화장품의 연구·개발에 힘써 오고 있는 강소 기술기업이다.

“회장님이 여러 분야를 다 경험해 보고서야 전문 인력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하셨어요.” 지금도 바삐 회사로 향하는 19세 새내기 사회초년생의 발걸음은 을미년의 양들처럼 부지런하고 힘찼다.

지난해 8월 천안여자상업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한혜린 양은 지상파 방송사의 청소년 입사 프로젝트 <스카우트>를 통해 카오리온에 입사했다. 천연화장품 업체인 만큼 쟁쟁한 경쟁자들과 더불어 직접 화장품을 만들고 사업 아이디어를 발표했다. 대회에서 한혜린 양은 커피를 이용한 스크럽 제품을 만들어 ‘가장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으며 우승했다. 고등학생이 신선한 아이디어에 실제 제품을 상용화할 수 있는 완성도까지 갖추기는 쉽지 않은 법이다.

“학교 다니면서 기업과 협력해 실제로 제품을 만들어볼 수 있었다”고 밝힌 한혜린 양은 고등학교 시절 중소기업청의 비즈쿨 프로그램이 지원하는 학교 창업동아리에 참여해 활동했다. 가입 때부터 창업동아리는 스펙을 가장 효율적으로 쌓을 수 있는 동아리로 유명했다. “스펙뿐만 아니라 실제로 배운 것들이 아주 많았다”며 비즈쿨을 통해 많은 사람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이 지금까지 가장 큰 장점이었다고 자랑했다.

창업동아리에서는 다른 학교와 함께하는 캠프나 대회 등 다양한 활동을 할 기회가 많았다. 한혜린 양은 캠프에서 타 학교 친구들뿐만 아니라 참여했던 여러 기업의 실무자들과 알게 됐고, 그렇게 인연을 맺은 기업 관계자들의 도움을 받아 실제 샴푸 등 여러 제품을 만들어 보며 경험을 쌓았다.

“실제로 캠프에 다녀온 친구들은 그렇지 않은 친구들에 비해 표현 폭이나 말투 등 여러 면에서 차이가 커요.” 이런 경험들은 <스카우트> 프로그램에서 완성도가 탄탄하고 실제로 지금 당장 내놓아도 전혀 무리가 없는 제품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었다.

▲ 서울 강남 카오리온 본사의 천연화장품들을 배경으로 사진 포즈를 취하고 있는 한혜린 양. 사진=노연주 기자

그러나 한혜린 양이 비즈쿨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장점은 ‘자신감 있는 태도’였다.

“고등학교 때 창업동아리 통해 대회를 2~3개월마다 한 번씩 나갔어요. 많은 대회를 나가고 캠프에서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과 친해지는 생활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창업동아리의 기장(동아리장)이 돼 있었죠.”

실제로 스카우트에 참가했을 때 옆의 친구들은 긴장해서 떠는 것을 보았고 심지어 눈물을 보인 친구들도 있었지만, 한혜린 양은 NG 한 번 내지 않을 정도로 비즈쿨의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긴장은 많이 했죠. 그런데 이미 대회나 발표를 너무 여러 번 경험해서 익숙해지더라고요.” 심사위원으로 있던 카오리온의 임원들도 이런 한혜린 양의 태도를 마음에 들어 했다.

현재 한혜린 양의 상사인 오프라인 영업본부의 조정희 팀장은 “어린 혜린 양이 직접 일을 찾고 해내는 주체적인 태도가 다른 재직자들에게도 본보기가 되고 있다”며 “앞으로 계속 경험이 쌓였을 때 어떤 인재가 되어있을지 궁금하다”고 귀띔했다.

인터뷰 중에 카오리온 직원들이 와서 계속 칭찬을 하며 잘 써달라고 부탁하고 가는 것을 보니 한혜린 양이 회사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실제로 입사 초기에 업무 적응이 힘들 때도 부서 선배들의 도움이 컸다고 한다.

비즈쿨에서 배운 기술과 태도가 취업뿐 아니라 회사 생활에도 플러스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었다. “비즈쿨이 아니었으면 제가 이곳에 취업도 하지 못했을 거예요. 초·중·고 후배들에게 비즈쿨 활동을 꼭 하라고 추천해 주고 싶어요.”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2년 차를 맞이하는 2015년, 새해를 맞는 한혜린 양에게 포부를 물어봤다.

“화장품 제조나 향수 조합, 경영 부문의 일을 더 배우고 실력을 더 키워 회사에서 능력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인재가 되고 싶어요.”

새내기답게 눈빛이 유난히 반짝이는 한혜린 양을 보니 “바라는 것은 결국 이루어진다”는 말이 떠오른다. 가고 싶은 과까지 콕 집어 말하는 혜린 양의 꿈은 곧 더 풍성한 결실로 돌아오지 않을까 싶다.

▲ 신진자동차고 3학년 졸업반으로 자동차 부품회사 PLK테크놀로지에 지난해 입사한 방제원 군. 사진=박재성 기자

비즈쿨 키드 <2> PLK 입사 방제원 군(2월 서울 신진자동차고등학교 졸업 예정)

서울 양평동 한 카페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앳된 얼굴의 청년이 들어왔다. 명함을 주고받으며 인사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사회인이다. 비즈쿨을 활용해 지난해 하반기 일찍 취업에 성공한 서울 신진자동차고등학교 졸업반인 방제원 학생이었다.

사진 기자의 카메라 촬영에도 전혀 어색해 하지 않고 오히려 자연스러워서 그 이유를 물었더니 “방송사 입사 프로그램 <스카우트> 참여 때 많이 찍히다 보니 익숙해졌나 봐요”라며 너스레를 떠는 여유를 보였다.

방제원 군은 <스카우트>에 참가해 200대 1이 넘는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입상에 힘입어 졸업을 앞둔 3학년 2학기에 교통사고의 위험을 알려주는 블랙박스 제조사 ㈜PLK테크놀로지에 정규직으로 입사했다.

PLK테크놀로지는 현대자동차 사내 벤처로 출발, 독립한 뒤 차량 블랙박스에 사용되는 인공지능 카메라를 개발하고 만드는 기술혁신기업이다.

방제원 군이 다니던 신진자동차고등학교는 비즈쿨 참여 학교이다.

“초창기엔 비즈쿨이 낯설었어요. 4~5명의 학생이 모여 제대로 지정된 공간도 없이 시작했어요.” 그런 만큼 소규모로 시작한 비즈쿨 활동은 초기에 시행착오도 있었다. 초창기라 자금 지원도 넉넉지 않은 데다 방과 후 개인 시간을 할애해 활동해야 했다.

하지만 비즈쿨을 운영하는 지도 선생님들의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지켜보면서 힘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선생님들은 비즈쿨 창업동아리 학생들을 지도하기 위해 별도의 교육을 받는 열성을 보이며 학생들을 다독였다.

신진자동차고등학교는 지난 2013년에 4~5명의 소규모 수준이었던 ‘비즈쿨 창업 동아리’가 올해 30여명에 이를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여기에는 학생들 사이에서 떠돌던 ‘입소문’이 지대한 역할을 했다.

“초창기 비즈쿨 멤버들의 취업이 잘 됐어요. 저를 비롯해 모두가 취업에 성공했는데, 한 친구는 삼성전자에 입사하기도 했어요. 그러다 보니 비즈쿨 동아리에 들었던 선배들은 모두 취업이 잘 됐다는 기분 좋은 소문이 났더라고요.”

비즈쿨 창업동아리의 취업 성공에 후배 학년들이 비즈쿨에 모이자 창업 동아리방은 회사 관련 서적과 쉬는 공간이 구비돼 구색을 갖추게 됐다.

더욱이 중소기업청의 비즈쿨 자금 지원으로 마련한 실습 도구들은 학생들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었다. “동아리 학생들은 실습 도구와 공간이 확보된 만큼 이론을 실제로 실행할 기회를 가짐으로써 아이디어를 실물로 만들어 낼 수 있었어요.”

방제원 군은 비즈쿨 외부 창업 강의에서 자신의 사회진로 선택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 방제원 군이 지난해 입사한 PLK테크놀로지에서 자동차 관련 업무에 열중하고 있다. 사진=박재성 기자

“제가 참여했던 비즈쿨 강의 중 한 강사분이 ‘하나에 의존하지 말라’는 말을 해 주셨어요. 지금 만들어진 한 가지에 만족하지 말고 더 나은 것을 생각하라는 말씀이셨죠. 그분의 말씀은 물건 하나를 쓸 때마다 더 나은 기능이 추가될 수 있을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어요.”

비즈쿨 강의 이후에 더 나은 물건을 만들기 위해 비즈쿨 활동을 통해 행동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배운 이론을 적용해 직접 만들어냈죠. 만든 물건은 창업동아리 전시회에 참가해 소개하기도 했어요.” 이런 경험들이 <스카우트> 우승의 원동력이었다.

제원 군에게 2015년 새해 소망을 묻자, 선뜻 PLK테크놀로지 공장 견학을 간 느낌을 대신 들려줬다.

“회사의 뛰어난 시설과 기술력을 접하고 감명을 받았어요. 회사 차원에선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한 인재가 되는 것이며, 개인적으로는 맡은 업무에서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독보적인 전문가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