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말장난이 도를 넘고있다. 작은것에 집착해 큰것을 놓치도록 '유도'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대놓고 허위 과장광고까지 불사하고 있다. 3밴드 LTE-A 상용화 논란부터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통신사 LTE 속도 데이터 결과까지 그 스펙트럼도 다양하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가입자에게 전가되는 분위기다.

달을 보지 못하고, 손가락만 본다
지난 28일 SK텔레콤이 발표한 보도자료가 국내 통신업계의 화두로 부상했다. SK텔레콤이 3밴드 LTE-A 상용화에 성공했다고 발표하자 KT와 LG유플러스가 사실과 다르다고 맞섰기 때문이다. 현재 통신3사 모두 4배 빠른 LTE를 위해 다른 세 주파수를 묶어 서비스하는 3밴드 LTE-A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3밴드 LTE-A 서비스가 가능한 갤럭시노트4 100대를 SK텔레콤에 공급했으며, 이에 SK텔레콤이 100명의 체험단을 가동하며 상용화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사실 미묘한 대목이다. 돈을 내고 서비스를 이용하니 상용화는 맞지만, 그 숫자는 고작 100명에 불과하니 확신이 들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최대 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과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혹은 아이폰6 정국을 통해 비상을 노리며 LG전자의 단말기 측면지원이 가능한 LG유플러스 등을 견제하기 위해 SK텔레콤에 물량을 우선공급했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결론적으로, '부질없는 짓'이다. 4세대에 이르러 3세대와 차별화되는 통신기술을 개발하지 못한 원죄로 인해 그저 속도를 마케팅 삼아 벌이는 일종의 코미디다. 상용화라는 단어에 집중하기보다 안정적이고 저렴한 서비스, 획기적인 기술에 집중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100% 속도, 그리고 상용화에만 목을 매는 것은 분명히 지적되어야 한다.

막대한 주파수를 가져가며 고작 보여주는 것이 속도뿐인가? 물론 사물인터넷 시대를 맞이해 속도도 중요한 발전의 척도이긴 하지만, 지금 통신사가 걱정해야할 부분은 '빠름~ 빠름~'이 아니다. 보다 훌륭한 서비스다. 이런 관점에서 3밴드 LTE-A 상용화라는 마케팅을 두고 벌이는 통신3사는 엄청나게 영악하거나, 혹은 핵심을 놓치고 있다. 개인적으로 전자를 지지한다.

미래부의 통신사 속도 평가
미래부는 30일 2014 이통3사 광대역LTE-A·와이파이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광대역 LTE-A 속도는 다운로드 기준 평균속도는 114.4Mbps며 SK텔레콤이 114.4Mbps를 기록해 1위, KT와 LG유플러스가 113.2Mbps를 기록해 공동2위를 기록했다.

통신3사의 반응은 엇갈린다. SK텔레콤은 미래부 최초의 품질평가에 의미를 부여하며 숫자로 '1위 사업자'의 위용을 확인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SK텔레콤은 광대역 LTE-A,  접속성공율, 전송성공율, 패킷손실율을 비롯한 대부분의 수치에서 경쟁자를 따돌렸다.

하지만 KT도 할 말은 있다. 기가토피아를 내세우며 유독 '속도'에 방점을 찍었던 KT는 와이파이 분야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가입자의 체감속도는 자신들이 우위에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LG유플러스도 할 말은 있다. 광대역 LTE에서 업로드 기준으로 단독 1위 및 다운로드 공동 1위를 각각 기록했다는 점을 내세우며 '기술 최적화'를 자랑했다.

여기서 3밴드 LTE-A 상용화에서 등장했던 화두를 다시 꺼내야 한다. 그저 속도에만 목을 매어 모든 것을 올인하는 분위기가 역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대목은 서두에서 언급했으니 차치하도록 하자. 좋다. 속도도 중요한 통신 서비스의 핵심이니 백번양보해 인정하자. 그렇다면, 속도는 문제가 없는가?

미래부의 발표 직후 쏟아진 통신3사의 자평은 솔직히 '정신승리' 수준이다. 당황스럽다. 살펴보자.

SK텔레콤이야 가장 핵심적인 광대역 LTE-A 분야를 석권했으니 1위 사업자로 인정할 수 있으며, 상당부분의 인프라를 갖췄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접속성공율 및 전송성공율, 지연시간 및 패킷손실율도 모두 준수하다.

다만 와이파이 평가에서 KT와 비교해 인프라가 상당히 떨어지는 대목은 불안요소다. 현재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와이파이 인프라가 빠르게 확장하는 상황에서 와이파이 접속성공율 및 전송성공율, 지연시간, 패킷손실율이 KT에 다소 뒤지는 점은 향후 개선해야 할 대목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의 말처럼 '수치로 증명했다'는 말을 자신있게 하려면 아직 미진한 대목은 분명히 있다.

그런데 KT의 자평부터 약간 이상하다. 기가토피아를 내세우며 무시무시한 속도의 흐름을 체감하게 만들 것처럼 보이던 KT는 갑자기 자신들이 1등한 와이파이의 경쟁력을 내세운다. 물론 여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KT는 광대역 LTE-A는 단말기나 커버리지에 제한이 있다며 자신이 1등하지 못한 부분을 살짝 비하하더니 갑자기 전 단계인 광대역 LTE는 어느 정도 수준이 평준화 됐다고 짚어낸다.

그렇다면 광대역 LTE-A의 단말기나 커버리지가 제한이 있어 KT는 해당 영역에서 2등해도 괜찮다는 것일까? 물론 그런 뜻은 아니겠지만, 자신들의 우위를 내세우기 위해 와이파이의 강점만 내세우는 분위기는 묘하다.

사실 제일 흥미로운 곳은 LG유플러스다. 다소 빈약한 속도 인프라를 보여준 LG유플러스는 무수한 평가기준에서 밀렸으나 업로드 기준 광대역 LTE에서 단독 1위를 했으며, 다운로드 공동 1위를 한 대목만 자평하고 있다. 간단하게 말하겠다. 물론 업로드 중요하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닐텐데.

더 심각한 문제
여기서 전제할 점은, 통신사들이 미래부 발표 직후 스스로의 강점을 내세우며 정신승리하는 대목은 이상한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실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어떤 기업이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을 공개하며 위기를 자초하겠는가.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의 정신승리는 지극히 당연하며, 또 문제로 삼을 만한 성격도 아니다.

다만 우리는 통신3사의 정신승리를 관찰하며 이들의 마케팅 기술을 인지하고, 더 심각한 문제를 짚어낼 수 있다. 자신들의 강점을 피력하기 위해 이들이 어떤 일을 벌이는지 확인했다면, 이제 이들의 내면을 더욱 세심하게 측정할 차례다. 바로 과장광고다.

미래부의 30일 발표는 8월 19일부터 11월 21일까지 통신3사의 무선 데이터망 속도를 측정한 결과다. 광대역 LTE-A 기준 SK텔레콤이 114.4Mbps를 기록해 1위, KT와 LG유플러스가 113.2Mbps를 기록해 공동2위를 기록했다는 점은 이미 서두에서 밝혔다.

그런데 여기서 이상한 대목이 발견된다. 우리가 흔히 보는 광고에는 통신3사 모두 광대역 LTE-A를 225Mbps, 광대역 LTE는 150Mbps, 3G는 14.4Mbps라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평균 225Mbps라고 광고했는데 그나마 1위를 한 SK텔레콤이 114.4Mbps의 속도를 기록했다. 따지자면 1위를 한 SK텔레콤의 광대역 LTE-A의 속도는 광대역 LTE의 150Mbps에도 미치지 못한다.

명백한 과장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통신사들이 자사의 서비스 속도를 산출할 때 기지국 하나에 사람이 한사람만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인구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인구는 약 4900만 명이다. 통신사의 기지국이 4900만 개는 되는 것일까?

참고로 미래부의 통신 서비스 품질 평가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이동점 측정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단말기에 별도의 측정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지역을 이동하면서 지역별·서비스별 최소 100회 이상을 반복 측정했다.

결국 이도 마케팅의 측면에서 기술의 발전이 전제되고 있기에 벌어진 코미디다. 지금까지 관용적으로 우리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들이 의도적으로 과장되고 부풀려졌다는 뜻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결국 총체적인 난제로 산적해 궁극적으로 모두의 불안요소로 수렴될 것이다.

속도에만 집중하는 통신사, 그리고 통신사는 그 속도마저 정확한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아 가입자에게 혼선을 주고 있다. 이런 기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마케팅과 기술의 발전을 정교하게 분리하는 작업부터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어렵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