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4 전시회에서 삼성전자의 세탁기를 파손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조성진 LG전자 사장이 30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현재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는 오전 10시 검찰에 출석한 조 사장을 세탁기 파손사건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조 사장과 LG전자가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본다. 소환조사를 끝까지 늦춰보려다 본사까지 압수수색당하는 굴욕을 경험했기 때문에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뜻이다. 당장 내년 1월 미국에서 열리는 CES 2015와 맞물려 LG전자의 '큰 그림'이 휘청이는 분위기다. 동시에 UHDTV, 퀀텀닷, 모바일 OS, 스마트홈 사업을 두고 경쟁을 펼치고 있는 삼성전자의 이해득실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조성진 LG전자 사장. 출처=LG전자

무리수 남발, 검찰 심기를 건드렸나
현재 조 사장과 LG전자 임직원은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4 전시회 도중 자툰 슈티글리츠와 자툰 유로파센터 매장에 전시된 삼성전자의 크리스탈 블루 세탁기의 문 연결 부분 파손과 관련해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정식으로 조 사장과 LG전자 임직원 4명을 고소했으며 이에 질세라 지난 12일 LG전자는 삼성전자에 대해 증거위조와 명예훼손 등으로 맞고소한 상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조 사장이 검찰조사에 응하지 않고 일정을 미루며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조 사장과 LG전자는 조직개편에 따른 바쁜일정과 내년 1월 미국에서 열리는 CES 2015 준비를 위해 조 사장에 대한 검찰 소환을 차일피일 미룬 것이다. 물론 LG전자는 일부러 조사를 미룬것이 아니며, 다른 임직원 4명은 충분히 조사를 받았다는 점을 피력하며 '조사회피 의혹'을 적극 해명했으나 업계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했다.

하지만 검찰은 11월 하순부터 조 사장에 소환을 통보했으나 이를 거부하고, 심지어 내년 1월 CES 2015 이후에 검찰에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자 더는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해 조 사장을 출국금지 조치시키는 한편 LG전자 본사와 창원공장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일종의 압박카드인 셈이다. 결국 조 사장은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전방위적 압박을 이기지 못해 30일 검찰에 전격 출석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조 사장의 검찰출석을 두고 다양한 해석을 내리고 있다. 대외적으로 LG전자는 조 사장의 검찰 출석 지연을 두고 바쁜 일정과 CES 2015때문이라고 항변하지만, 사실 이는 자사의 브랜드 이미지 실추를 걱정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 사장이 '뻔한결과'를 외면하고 무리하게 조사를 미루기보다 차라리 신속한 검찰 출석을 통해 논란을 해소했다면 압수수색이라는 굴욕은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조 사장의 검찰 출석 지연이 브랜드 이미지 실추를 걱정했다기 보다 '뭔가 약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만 증폭시켰다고 지적한다. 결국 전략의 실패라는 뜻이다.

앞으로 어떻게?
가전제품 사업 영역에서 LG전자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는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삼성전자의 수혜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한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9월 독일 베를린 IFA 2014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당시 일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조용히 사태를 무마하려 했으나, LG전자가 도리어 "삼성전자의 세탁기가 약하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법적인 절차를 밟을 수 밖에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삼성전자의 단독주장이지만 업계에서는 어느정도 진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일단 삼성전자는 자칫 '글로벌 망신'으로 싸잡혀 비판을 받을 상황에서 처음부터 영악하게 책임을 회피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검찰의 LG전자 압수수색 및 조 사장 소환조사는 일정정도 '브랜드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당장 내년 1월 CES 2015에 등장할 양사의 최신 제품 라인업에 대한 평가가 감정적인 요인이 작용해 한쪽으로 크게 치우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여기에 CES 2015의 콘트롤 타워인 조 사장이 출국금지를 당해 현지에서 행사를 진두지휘하지 못할 확률도 높아졌다. LG전자는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다.

일단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다양한 경로를 통해 검찰에 "원칙대로 일을 처리해달라"고 주문했다고 본다.

한편 LG전자는 조 사장의 검찰 출석 직후 "경쟁사의 일방적이고 무리한 주장으로 인해 글로벌 기업인 당사가 압수수색을 받게 되어 정상적인 기업활동과 대외 신인도에 상당한 지장이 초래될까 우려된다"며 "조성진 사장은 매출 규모가 20조원에 달하는 가전사업을 맡아 연말 연초에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CES 이후에는 언제라도 출석해 성실히 조사에 협조하겠다며 조사 일정을 조정해 줄 것을 수 차례 요청해 왔던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