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은편 대륙에서 테러가 발생했다. 30분 만에 모든 위기관리팀이 집합했고, 이후 15분 만에 첫 번째 메시지를 배포했다. 한 시간 내에 여럿이 힘을 모아 사실을 확인해 더욱 정교한 메시지들을 정리 배포했다. 위기관리 매뉴얼에 따라 훈련받은 대로 그들만의 1시간 규정을 그대로 따랐다. 회장부터 일선 매니저들까지 한 몸처럼 움직였다. 메리어트호텔의 이야기다.

2008년 9월 20일 오후.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에 위치한 메리어트호텔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1t가량의 고농축 폭탄을 장착한 트럭이 메리어트호텔로 돌진하면서 호텔 20m 전방에서 폭탄이 터져 60명이 사망하고 250여 명이 크게 다쳤다.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 수도 늘어났다.

이 긴급한 소식을 뉴스로 접한 미국 메리어트호텔 본사에서는 CEO와 위기관리팀이 곧바로 소집되었다. 이른 새벽이었지만 위기관리팀원 중 일부는 본사와 5분 거리에 살고 있었고, 대부분 30분 이내에 집합할 수 있었다.

이미 지난 9.11 사태로 인해 메리어트호텔 본사에는 위기관리 매뉴얼에 따라 잘 훈련된 위기관리팀이 존재하고 있었다. 9.11 사태 때 뉴욕 맨해튼의 쌍둥이 빌딩 바로 옆에 있었던 메리어트호텔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렸었다. 그 후 메리어트호텔은 더욱 강력한 위기관리 역량을 구축했던 것이다.

메리어트호텔의 위기관리팀은 커뮤니케이터와 비커뮤니케이터를 포함해 총 5개의 실무팀으로 전체가 구성되어 있었다. 조사 및 메시지 작성팀(The research and writing team)은 소집 후 15분 이내에 사건 조사 결과들을 분석하고, 메리어트호텔의 최초 공식 메시지를 개발하는 역할을 하게 되어 있었다. 그 후 한 시간 내에 자세한 설명을 가능하게 자료들을 준비하는 역할도 해야 했다.

미디어팀(The media team)은 앞의 팀으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들을 토대로 언론과 커뮤니케이션하도록 되어 있었다. 내부 커뮤니케이션팀(The internal communication team)은 동일한 자료를 토대로 메리어트호텔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해야 했다. 커뮤니티 관계팀(The community relations team)은 적십자 같은 구호단체나 FEMA 등 위기와 관련된 여러 협력 구성원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역할이 주어졌다. 마지막으로 실행지원팀(The logistics team)은 이상적인 위기관리 실행을 위해 워룸의 모든 장비, 시설, 편의를 지원·제공하는 역할을 맡았다. 각 팀은 위기관리 매뉴얼에 따라 각자의 역할을 하면서 저 멀리 파키스탄에서의 비보를 전 세계 여러 이해관계자와 빠르게 커뮤니케이션하며 위기를 관리했다.

이와 동시에 본사 위기관리팀과 외부 및 사내 의사결정권자들과의 핫라인도 견고하게 유지되었다. 모든 핵심 의사결정권자, 외부 법률자문과 같은 자문 인력들이 대기모드로 핫라인을 계속 유지했다.

메리어트호텔의 빌 메리어트 회장의 블로그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채널로 활용됐다. 당시 70대였던 빌은 직접 블로깅을 하지 않고, 담당자에게 구두로 받아 적기를 시켰었다. 평소에는 브랜딩 목적으로 활용하던 최고경영자 온라인 채널을 위기 시에는 회사의 입장과 상황 업데이트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위기관리 채널로 변환시킨 것이다. 이를 통해 빌 메리어트 회장에게 요청되는 인터뷰나 콘퍼런스 콜 등의 부담을 상당 부분 덜 수 있었다.

메리어트호텔의 위기관리팀은 누구나 1시간 내 문서화(a first-hour document) 룰을 따랐다. 모든 외부와 내부 문의에는 10~15분 이내에 답변하도록 규정되어 있었고, 한 시간 내의 심화 답변과 문서화 작업 규정이 있었다. 쏟아지는 외부 문의에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응하도록 시간을 정해 ‘최초 1시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플랜’을 아주 정교하게 실행했던 것이다.

파키스탄의 폭탄 테러 현장에서는 직접 본사의 위기관리팀에게 시시각각 변해가는 소식을 업데이트해주었다. 이를 바탕으로 위기관리팀은 다양한 매체들을 활용하면서 메시지들을 꼼꼼하게 정리했다. 직원들에게는 직접 커뮤니케이션했다. 호텔의 사업 특성상 인터넷을 접하지 못하는 많은 직원을 배려해 직접 매니저들이 스탠딩 미팅을 진행하고, 회사 내 소식지를 활용해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했다. 온라인상에서는 인간적 톤 앤 매너의 커뮤니케이션을 실시함으로써 많은 공중으로부터 위로의 댓글들과 감사의 글들을 받았다.

어느 기업이나 경계해야 하는 최초 몇 시간 동안의 정보의 공백을 메리어트호텔은 일사불란함으로 극복했다. 빠르고 정확하게 모든 이해관계자와 빠짐없이 커뮤니케이션했다. 의사결정자들과 이를 지원하는 전문가들이 매뉴얼에 따라 핫라인으로 연결되어 즉각적인 의사결정을 진행했다. 위로는 회장으로부터 아래로는 호텔 매니저들까지, 각자가 맡은 역할을 물 흐르듯 실행했다.

항상 그렇지만 위기관리에 성공한 기업들의 특징은 대부분 서로 유사하다. 어떻게 보면 별반 특이하거나 재미가 없다. 시스템이란 게 원래 재미가 없다. 위기관리에 실패하는 기업들에도 공통점들은 존재한다. 시스템과는 다르게 아주 ‘재미있는’ 공통점들이 반복된다. 예측이 가능한 것을 준비하느냐, 준비하지 않느냐에 따라 그 공통점들은 갈린다. 그리고 그 각각의 대가는 크게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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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 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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