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지막 삼성그룹 수요사장단회의가 24일 열렸다. 고 이병철 선대 회장 시절부터 시작된 수요사장단회의는 매주 수요일 오전 8시부터 약 1시간 동안 주요 계열사 사장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삼성전자 서초사옥 39층에서 열린다. 회의 전 40분은 외부 또는 내부 전문가를 초청해 강연을 실시하며, 여기에 등장한 화두는 삼성그룹의 행보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키워드로 인식되어 왔다.

올해 마지막 사장단 회의의 강연은 한형조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의 '유교, 잊혀진 삶의 기술'이었다. 본 강의를 두고 이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부사장)은 사장단 회의 후 가진 브리핑에서 "보통 인문학을 교양 차원에서 공부한다고 하는데 이번 강연에서는 인문학을 삶을 견디는 기술이자 인격수련의 한 방법으로 정의했다"고 전했다.

이 부사장은 이어  "인간은 자기투영 그 이상을 절대 볼 수 없는데, 한 교수는 이를 1650년대 조선반도에 표류한 네덜란드인 헨드릭 하멜의 체험기인 '하멜 표류기'를 예로 들었다"며 "당시 하멜을 접촉한 조선관리들이 하멜을 묘사한 글에는 자신들의 인식세계 그 이상의 것을 표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인문학을 통해 자신의 틀을 깨고 보다 다양한 관점을 가질 수 있으며, 이는 경영의 한 중요한 요소라는 점이다.

한편 이날 사장단회의를 마친 후 일부 계열사 사장들은 올해 사장단 회의를 마무리 하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전동수 삼성SDS 사장은 "회의가 잘 마무리된 것 같다"며 "모든 강연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고, 이윤태 삼성전기 사장은 새해 각오를 묻는 질문에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며 의지를 보였다.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은 "이번 CES에서 타이젠 TV가 이슈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올해 총 47회 진행된 수요사장단 회의 주제 중 비중이 가장 높은 것은 '경영'이었다. 총 24차례 이뤄져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특히 경영학 강의 중에서도 '혁신', '리더십' 관련 주제가 주를 이뤘다. 올해 유독 '경영'과 관련한 주제가 많았던 것은 대부분의 계열사들이 실적 부진으로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삼성의 현실을 반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반면 지난해 45회 사장단회의 중 17차례에 걸쳐 진행됐던 인문학 관련 강의는 올해 크게 줄었다. 그런 이유로 올해 마지막 수요사장단 회의에서 인문학이 화두였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다.

다음주 수요일(31일)은 종무식 등의 관계로 회의가 없다. 내년 첫 회의는 1월 7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