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취미활동·운동·단순노동 등 “뭐든지 하라”

직장인의 로망 ‘대기업 임원’. 경제적 부와 사회적 명예를 한꺼번에 움켜쥘 수 있는 자리다. 개인 사무공간과 비서, 골프장 회원권과 품위 유지비 등과 눈에 보이지 않는 혜택은 엄청나다.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백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올랐으니 남부러울 것도 없어 보인다. 실적 부담을 뺀다면 말이다.

대기업 임원은 실적에 목을 맨다. 좋을 땐 좋지만 그렇지 않으면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 상무보가 상무로 승진하는 비율은 대략 20~30% 정도. 10명의 동기 가운데 7명은 항시 퇴직 불안에 시달린다. 웬만한 스트레스는 꾹 참아야 한다. 집은 잠만 자는 하숙집만 못하고, 우울증에 빠진다고 해도 온몸으로 견딘다.

승진만 할 수 있다면 나중에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성공한 삶에 대한 잘못된 생각이 자신과 가정을 망가뜨리고,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CEO는 임직원이 받는 스트레스를 줄여줘야만 지속가능 경영을 할 수 있다. 심리적 안정을 찾아주기 위한 행복 내비게이션을 켜줘야 한다는 얘기다.

정서적 공감대 가는 친구를 만들라

임원의 정서적 안정은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가치를 추구하는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제품은 소비심리를 자극해 매출 상승을 이끈다. 높아진 매출 상승은 직원의 복리후생과 연구개발비로 활용되고, 직원의 경쟁력 강화로 나타난다.

유한킴벌리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동종업체인 글로벌 기업 P&G가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한국시장에 진출했지만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임직원의 심리적 안정을 우선시 한 결과 직원 1인당 내놓은 아이디어의 수는 연평균 10여 건에 달한다.

일본 도요타와 비슷한 세계 최고 수준으로 창조경영을 통해 기업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아이폰을 개발한 스티브잡스, 마이크로소프트사를 만든 빌 게이츠 등은 정서적 안정을 바탕으로 소비자가 원할 수밖에 없는 제품을 출시해 큰 성공을 거뒀다.

그렇다면 정서적 안정을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도록 개인적인 시간을 많이 갖는 것이 가장 좋다. 본인 스스로 심리적 안정을 취하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친구와 대화, 감사하는 마음 갖기, 명상, 운동, 취미활동 등 행복을 느낄 만한 것을 찾으면 된다.

그런데 이게 어렵다. 임원은 해야 할 일이 많은 자리다. 위로는 CEO를 보필해야하고, 아래로는 직원에 대한 책임감이 막중한 것이 임원 자리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과 교수는 “스트레스에서 자유롭기 위해선 감성의 뇌를 자극해야 한다”고 말했다. 명상과 자기수양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친구와 속마음을 터놓고 얘기 하거나 취미활동을 즐기고, 회사에서 부하직원의 어깨를 두드려 주는 행동을 추천했다.

그는 2주 동안 행복했던 일을 3개씩 쓰는 것만으로도 정신적 안정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감성의 뇌는 경쟁관계가 없을 때, 잘 보일 필요가 없을 때, 정서적 공감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을 때 활성화 되는 만큼 그동안 유지해왔던 생활 패턴을 바꾸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버리고 털어내야 새로 쌓인다

명상 등 자기수련 외에 땀을 흘릴 수 있는 노동도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대신 단순노동이라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 강영복 밝은마음 한의원 원장은 “임원직을 버리지 않는 한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행복을 느끼기 위한 명상, 운동도 어떤 면에선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스트레스를 줄일 수 없다면 받은 만큼 배출하면 된다.”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은 없느냐는 질문에 대한 강 원장의 답이다. 그동안 성과를 쌓고, 부족한 것을 채우는데 익숙했다면 버리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단순노동을 통해 땀을 흘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집 청소나 연탄 나르기 등 사회봉사 활동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땀으로 스트레스가 배출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가족에게 칭찬을 받고, 사회봉사 활동을 통한 뿌듯함도 스트레스를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실시하고 있는 사회봉사 활동만 잘만 활용해도 임직원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효과적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가정의 화목은 기업의 안정으로, 기업의 안정은 조직원의 창조적 능력을 마음껏 발휘 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는 것이다. 창조성은 글로벌 경제에서 가장 큰 경쟁력 중 하나로 꼽힌다.

문제는 CEO의 의지다. 조직은 리더에 따라 움직인다. 리더가 실적만을 강조하는 조직원은 실적을 쫓을 수밖에 없다. 소통과 창조 능력이 중요해진 글로벌 경제환경에서 무리한 실적 위주의 경영전략은 소통경영과 창조경영을 가로막을 수 있다.

소통과 창조력을 가로막는 벽을 깨기 위해선 임직원의 스트레스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영성경영(Spiritual Management)이 필요하다. 이미 몇몇 CEO는 명상과 기수련 등을 통해 심리적 안정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부분의 기업은 경영전략에서 영성보다 능력, 실력을 위주로 한 경영전략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에서 지속 가능한 기업을 만들기 위해선 변화가 필요하다.

강영복 원장의 스트레스 관리 팁

[사진:이코노믹리뷰 송원제 기자]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라
스트레스는 원하지 않는 일을 했을 때 발생한다.
단순노동을 통해 땀을 흘려라
집안 청소나 사회봉사 활동을 통해 배출되는 땀은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
비만, 변비 등 신체의 문제를 해결하라.
스트레스는 심리적 문제지만 신체적 질병으로 나타나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된다.
버리는 습관을 길러라
스트레스는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는 욕심의 결과물이다.

윤대현 교수의 스트레스 관리 팁

[사진:이코노믹리뷰 송원제 기자]

행복의 기대치를 낮춰라
성공과 행복의 기준을 외부의 평가보다 자신 안에서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
일상생활에 운동을 접목시켜라
약속장소에 갈 때 걷거나, 서류를 볼 때 사무실을 서성거리는 것도 운동이다.
나이 어린 친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라
자식을 친구처럼 대하거나, 젊은이들과 어울리다 보면 초심을 유지할 수 있다.
2주에 한 번씩 행복했던 일을 3씩 정리하라
행복한 순간을 생각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김세형 기자 fax1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