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는 나이가 100살이 되면, 100세 잔치를 하는데 한 20년이 지났는지 지금은 나이를 잊고 산다오.”

 

에콰도르의 ‘비루카밤바’라는 장수촌의 한 노인은 나이에 대한 물음에 이같이 답했다. 러시아의 ‘코카서스’, 히말라야의 ‘훈자’, 에콰도르의 ‘비루카밤바’. 이 세 곳은 세계 3대 장수촌으로 꼽히는 마을이다. 이곳에는 100~120세까지 장수하는 사람들이 많다. 장수의 비결을 찾기 위해 도착한 조사팀은 여러 가지 학술조사를 시행한 결과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낼 수 있었다.

“장수 노인들은 산소 오존, 음이온이 풍부한 공기를 마시고 산다. 생식 위주의 식생활을 한다. 미네랄이 풍부한 깨끗한 물을 마신다. 누구를 미워하거나 증오하지 않고 사랑하고, 용서하고, 베풀면서 산다. 죽는 날까지 손에서 일을 놓지 않고 일을 통해서 행복을 얻는다.”

기자가 방문한 ‘생명을 살리는 착한 맛집’ 3탄은 한마디로 ‘장수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다. 일단 음식이 깨끗하다. 식자재를 직접 자연에서 길러서 얻고, 조미료를 첨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찰 음식점이기에 불교적 의미도 되새길 수 있다. 욕심 없는 삶, 만물의 일체를 넓은 아량으로 사랑해야 되는 곳이다.

물론 엇갈리는 평가도 있다. ‘생명을 살리는’ 콘셉트에는 부합했지만 가격대가 부담스럽다는 사람도 있고, 서비스가 불친절했다는 등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판단은 각자의 몫으로 남겨두고 장수의 기운이 흐르는 그곳으로 떠나보려 한다.

 

1. 음식 종류

‘아승지’는 조계종 산하의 고덕사에서 운영하는 채식뷔페 사찰 음식전문점이다.

 

2. 위치

▲ 영등포역과 신풍역 사이에 있다. 출처=네이버지도

 

아승지는 서울지하철 1호선 영등포구역 2번 출구에서 우신초등학교를 지나 우신 동물병원 방향으로 10분 정도 걸으면 보이는 엔젤병원 맞은편 옆 건물 1층에 있다.

• 주소: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223-17

• 연락처: 02-832-7595

 • 가격: 메뉴판은 없고 1인 2만원이다. 주차는 공영주차장을 이용한다(10분당 100원).

 

▲ ‘아승지’ 외관. 출처=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3. 상호

아승지는 ‘한량없는 끝없이 많은 수’를 뜻하는 불교용어다. 오는 손님마다 복과 지혜가 한량없고 무량하기를 바라는 뜻에서 상호를 지었다고 한다. 지호스님의 스승인 도혜스님의 추천으로 ‘아승지’가 됐다. 지호스님은 사찰음식이 거의 퍼지지 않았을 때 사찰음식을 알리고자 포교 차원에서 음식점을 시작했다.

아승지는 2002년에 오픈해 올해로 12년째를 맞았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운영하며 공휴일에도 문을 연다. 예약 손님 수에 맞춰서 음식을 준비하기 때문에 예약은 필수다. 따라서 미리 전화해보고 가야 된다. 영업시간도 점심시간 3시간 정도(오후 12시부터 3시)여서 길지 않다. 오후 3시엔 모든 손님이 나가야 한다.

 

4. 경영철학

이곳은 지호스님이 메뉴 개발을 맡고, 직접 조리한다. 그래서 이곳에 가면 승복 입은 비구니스님이 음식을 분주히 만들어 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비구니 지호스님은 ‘사찰음식의 전통을 지키되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음식’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스님은 예부터 스님들이 수행 중 원기를 보충하고 정신을 맑게 하려고 먹던 사찰음식이 현대인의 건강을 챙기는 최고의 보약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를 위해 스님은 영업이 끝난 후 더 나은 사찰음식을 위한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스님은 일체의 영업이나 홍보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불자여서 수행의 길을 걷고 있기에 인터뷰 전면에 나서는 것도 거부했다. 손님들도 스님과 대화를 나누는 법이 거의 없다. 불교수행 중이기에 최선의 음식을 만드는 데 중점을 할 뿐, 소위 남는 장사를 위해 식당을 차린 건 아니라고 했다. 지호스님은 실제 이른 새벽에 일어나 새벽 예불을 드린 후 점심 3시간 동안 포교 차원에서 사찰음식을 만들고 있다. 식당이 문을 닫으면 3층으로 올라가 다시 불교수행에 매진한다. 해당 건물 3층에는 절집이 있다.

▲ ‘아승지’ 내부 모습. 출처=이코노믹 리뷰 노연주 기자

 

5. 주메뉴

‘아승지’는 1부는 코스요리, 2부는 뷔페식으로 이어진다. 음식은 코스요리 6가지와 뷔페 20가지 정도가 있다. 아승지에는 육류, 어패류, 오신채, 설탕(효소 제외), 인공감미료, 유제품이 없다. 메뉴는 일주일마다 조금씩 바뀌는데 손님들이 많이 먹지 않으면 바로 빼고, 다른 음식으로 대체해 뷔페음식을 계속 바꾸고 있다.

다양한 가짓수와 배를 채우는 뷔페음식도 좋지만, 사찰음식이라고 생각하기 힘든 화려한 코스요리가 눈길을 끈다. 6가지 메뉴인 코스요리는 메뉴가 자주 바뀌지만 탕수육과 녹두 양장피 그리고 구절판은 이 집의 대표메뉴다.

기자가 찾아간 지난 11월 말에는 무화과 샐러드와 양장피, 표고버섯 탕수육, 우엉전병, 두부완자탕, 구절판이 순서대로 나왔다.

▲ 무화과 샐러드. 출처=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시큼한 무화과의 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아삭아삭한 무화과의 식감과 샐러드의 향긋한 내음으로 신세계가 펼쳐진다. 무화과는 암, 변비, 치질, 종기, 간장병 등에 이용되어 왔고 항암효과가 탁월해 오랜 병고에 시달린 사람에게 좋다.

▲ 녹두 양장피. 출처=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녹두 양장피는 겨자의 맛이 강한 편이다. 톡쏘는 매운맛이 코끝을 자극한다. 알싸한 맛이 강해 사찰음식은 맛이 심심하다는 그간의 편견을 깬다. 특히, 녹두는 각종 질병으로 인한 독성분이나 약물 중독을 없애는 데 효과가 탁월하다. 몸속의 열기를 없애주는 천연해독제 역할도 한다.

▲ 표고버섯 탕수육. 출처=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버섯으로 만든 ‘탕수이(탕수육)’는 이 집의 메인메뉴다. 특히, 표고버섯 탕수육은 고기 대신 표고버섯이 들어가 쫀득한 식감을 자랑한다. 탕수이 소스는 한약 맛이 난다. 그 까닭은 3년 동안 발효시킨 효소를 이용해 소스를 만들기 때문이다. 발효액은 여러 가지 재료를 넣어 제조하는데 오미자, 질경이, 칡, 오가피, 당귀 등을 넣어 3년 동안 발효시킨 것으로 이 집만의 독특한 소스원액이다. 표고버섯은 위장의 기능을 보호하고  비타민D 성분의 함량이 매우 높기 때문에 칼슘의 흡수를 도와서 뼈를 더욱 튼튼하게 한다. 또 몸속의 염증을 치료에 가장 효과적인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 우엉전병. 출처=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이어 나온 우엉전병과 두부완자탕은 자극적이지 않고 고소한 맛을 낸다. 담백하고 정갈한 맛이 남녀노소가 즐길만하다. 특히, 뷔페메뉴인 연잎밥과 함께 먹으면 안성맞춤이다.

▲ 두부완자탕. 출처=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이 집의 하이라이트 메뉴인 구절판은 형형색색의 화려한 겉모습에 먹기 전부터 군침이 돈다. 보기 좋은 음식이 먹기도 좋다는 말은 이 메뉴를 두고 이르는 말인 듯싶다. 구절판 가운데는 얇게 부친 메밀전병이 자리하고 있다. 이 음식은 메밀전병 위에 8가지의 속 재료를 넣어서 말아 먹는다. 하얀색인 초석잠은 뇌혈관에 좋으며 쌉쌀한 맛이다. 돼지감자는 구수하고, 표고버섯 꼬다리는 쫀득하고 약간 짭짤하다. 파프리카도 색깔별로 2가지 종류가 있으며, 소스는 청양고추와 치아씨드를 섞었지만 맵지도 자극적이지도 않다.

▲ 구절판. 출처=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6. 맛의 비결?

아승지에서는 음식을 만들 때 설탕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과일이나 곡물의 감미료를 사용하고 있다. 각종 약재를 넣어 직접 발효시킨 효소로 소스를 만든다. 요리에 쓰이는 양념 대부분이 직접 만든 것이다. 사찰 음식답게 일체의 오신채(파, 마늘, 달래, 부추, 홍거)를 쓰지 않고, 화학조미료를 넣지 않는다. 특히, 이 집의 김치는 오신채를 넣지 않기 때문에 풀물을 끊일 때 귀리가루와 보리가루 등 곡식을 섞어서 담근다.

지호스님은 사찰음식에서 음식하는 이가 가져야 할 법도인 청정(淸淨), 유연(柔軟), 여법(如法) 3가지를 강조했다. ‘청정’이란 농약이나 식품첨가물, 항생제 등으로 키우지 않은 청정한 재료를 준비하고 음식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먹을 사람에 맞춰서 만든다는 것이 ‘유연’이다. 실제로 지호스님은 뷔페음식을 손님들의 입맛에 맞게 매주 조금씩 바꾸고 있다. 마지막으로 여법은 만드는 사람, 먹는 사람 둘 다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인위적인 방부제나 조미료를 넣지 않고 신선한 재료를 사용한다. 아승지의 음식은 맛깔스런 맛을 내고 맵고 짜지 않아 순하고 부드럽다. 아승지는 손님들의 건강을 위하여 국산재료를 이용한 정갈한 음식을 만든다.

▲ 뷔페코너 모습. 출처=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식재료는 어디서 구입하나?

“경기도 김포에 농사짓는 곳이 있어서 산지에서 나는 재료를 가져오고 있다. 음식점 뒷마당에는 효소보관소와 텃밭이 있어 소스 재료와 야채를 얻는다. 그 외의 식품은 김포 로컬 매장을 이용할 때도 있고, 근처 하나로마트를 이용한다.”

 

식자재 구입의 조건은?

“무조건 국산을 구입한다. 국내에서 잘 안 나는 바나나는 수입산을 쓸지 몰라도 왠만하면 ‘국산’을 고른다. 깨끗하고 믿을 수 있는 천연재료를 선택한다.”

 

▲ 뷔페음식을 그릇에 담은 모습. 출처=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스님은 음식 본연의 맛이 중요하다고 했다. 장(醬)이나 소금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인위적인 첨가는 모두 거부했다. 스님은 메뉴 개수를 채우기 위해 음식을 급히 만든 적도 없으며, 소스 하나라도 최선을 다한다고 했다. 스님은 실제로 매주 시장에 직접 나가 좋은 식재료를 살피고 온다. 사찰음식을 잘만드는 것 역시 불자 수행 과정이라고 했다. 재료를 사서 요리하는 것도 불법(佛法)대로 수행한다. 엄격하고 빈틈없이 음식만 만드시던 스님은 하루종일 뷔페음식 메뉴를 생각한 적도 있다고 한다.

 

7. 특별한 서비스

이 집의 특별한 서비스는 ‘불친절함’이다. 어불성설이지만 친절하지 않은 서비스가 이 집의 서비스였다. 서비스는 기본적인 선인데,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에 더 초점을 두는 분위기랄까? 스님의 밝은 미소 한 번 보지 못했다. ‘아승지’의 주방 종업원은 차별화되는 이 집의 서비스에 대해 “불친절함이 아닐까 싶다”고 우스갯소리로 답했다. 이어 “스님의 본업이 식당을 영업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라고 했다. 그렇다고 오해는 하지 마시라. 스님이 살갑게 손님을 대하지 않는 것이지 불편함을 느낄 정도로 서비스가 불량한 건 아니다. 만약 정말로 불친절했다면 손님들의 발길은 진작에 끊겼을 것이다.

▲ 뷔페 후식 코너. 출처=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8. 고객이 말하는 ‘아승지’

육식과 해물이 없는 사찰음식 특성상 젊은 연령층보다는 50, 60대 연령층이 이곳을 자주 찾는다. 특히, 각종 동호회나 계모임 등 단체 예약주문이 많이 들어온다고.  이 날은 ‘아승지’ 근처에 위치한 우신초등학교 학부모단체가 이곳을 방문했다.

▲ 출처=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이들 중 한 여성은 “음식이 깔끔하고 맛있다”며 “학부모들끼리 자주 찾아와서 (뷔페메뉴에 있는) 야채튀김도 먹고 수다를 떤다”고 말했다.

학부모단체 손님의 옆 테이블 좌석에는 딸과 외식하러 나온 아버지의 모습이 보였다. 아버지를 위해 딸이 직접 이틀 전부터 예약을 해서 찾아왔는데, “아버지가 만족해 하신다”며 딸이 웃어보였다. 그녀는 “아버지의 건강을 생각해서 앞으로도 자주 올 계획”이라고 전했다.

아승지의 음식은 다른 사찰 음식점과는 확연히 다르다. 사찰 음식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화려하기 때문이다. 화려한 겉모습도 입맛을 돋우지만, 흔히 접해보지 못한 음식을 먹어볼 수 있고 색다른 식자재의 배합이 인상적인 곳이다.

웰빙식단의 바람이 불면서 ‘느림’과 ‘비움’의 푸드스타일이 각광받고 있다. 이곳은 비우면서 채울 수 있는 진정한 맛집이며 화려한 음식 속에 수수함이 있는, 느리지만 여유가 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