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전성시대다. 글로벌 IT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핀테크는 금융과 IT의 발전을 시너지 효과로 삼아 전통적인 금융사업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인간적 본능을 연료로 삼아 새로운 사업의 지평을 열고 있는 셈이다.

특히 중국의 기세가 맹렬하다. 시장의 규모도 크지만 기존의 금융시장으로 파고드는 기세가 전방위적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결제분야를 넘어 대출과 자산운용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중심에는 인터넷 사업자들이 포진해 있다. 글로벌 경쟁자보다 다소 늦은 출발이지만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주도해 중국 최초로 설립한 5개 민영은행을 중심으로 핀테크 시장 굳히기에 돌입하는 분위기다. 2004년 출범한 알리바바의 알리페이는 자국시장 회원 3억 명을 돌파했으며 모바일 결제 대행만 4518만건에 달해 세계 1위로 등극했다는 분석이다. 머니마켓펀드인 위어바오의 위력도 대단하다. 2013년 6월 출시된 위어바오는 1년여 만에 가입자 9000만 명, 100조 원 규모로 늘어나 단일 펀드 기준 중국 1위, 세계 4위에 이름을 올렸다.

2005년 영국에서 처음 태동한 P2P 대출도 중국이 선도하고 있다. 중국 P2P대출 조사업체인 왕다이즈지아에 따르면, 2009년 9개에 불과하던 중국 내 P2P 대출 업체수는 지난해 말 800개, 11월말 기준 1540개사로 급증했다.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폭발적인 성장이다.

 

중국이 핀테크 강국이 된 이유

최근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언급해 화제로 부상한 인터넷 전문은행은 미국에서 처음 탄생했다. 이견은 있으나 대체적으로 1995년 설립된 SFNB가 세계 최초 인터넷 전문은행이라는 점에 이견이 없다. 한국이 2014년 ‘이제야’ 설립을 검토하기 시작한 인터넷 전문은행이 무려 20년의 역사를 가진 셈이다. 또 우리가 핀테크라 부르는 디바이스 플랫폼은 1998년 페이팔의 등장으로 탄생한 PG(전자결제대행)에서 시작됐으며 P2P 알고리즘을 적용한 대출사업도 2005년 영국에서 태동했다. 상식적으로 핀테크는 북미 및 유럽에서 발전해야 한다.

하지만 중국의 핀테크는 북미를 비롯한 유럽과 비교할 때 전혀 뒤지지 않는다. 경쟁자보다 늦었지만 사실상 중국 핀테크는 ‘만개’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화려한 면면을 자랑하고 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우선 중국의 대규모 모바일 인프라다. 알리바바의 알리페이가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 막강한 모바일 내수시장이 있었다는 점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모바일 결제 시장의 발전을 촉진시켰으며, 이에 힘입어 중국 모바일 결제 시장규모는 2011년 12조 원, 2012년 24조 원에서 2013년에는 320조 원으로 급성장했다. 중국 핀테크 정국에서 인터넷 사업자들이 두각을 나타낸 대목과 연결된다. 여기에 알리바바-알리페이-티몰-타오바오-알리윈으로 이어지는 ‘마윈 모바일 결제 라인’같은 모바일 결제 생태계가 구축되며 핀테크 시장의 발전을 끌어올렸다.

중국 당국의 개혁적 의지도 주효했다. 최근 설립인가를 내준 5개 민영은행 주체에 알리바바와 텐센트를 비롯해 다양한 제조업체들도 이름을 올린 것은, 결국 인터넷 전문은행과 더불어 핀테크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당국의 승부수라는 평가다. 만약 금산분리 원칙이 고수된다면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여기에 중국 결제시장의 근본적인 문제를 인지하고, 안정성과 독립성을 보장한 모바일 결제 시스템의 안착도 중요한 요인으로 여겨진다.

마지막으로 전통적인 금융권의 전사적인 움직임이다. 알리페이의 성공에 고무된 텐센트의 텐페이, 바이두의 바이두 펀드가 속속 핀테크 시장에 진입하자 기존 금융권도 다양한 핀테크 아이템을 출시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중국의 기존은행들은 핀테크를 무기로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한 인터넷 전문은행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가 걸어야 할 길

북미 및 유럽에서 태동한 핀테크가 중국에서 만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 국내는 각자의 내수시장을 발판으로 진격해오는 막강한 경쟁자들과 마주하게 됐다. 다행히 뱅크월렛카카오와 카카오페이, 라인페이, 네이버페이 등 포털 사업자를 중심으로 속속 핀테크 시장이 형성되며 토종 연합전선이 구축되는 분위기지만, 파괴적인 인프라를 자랑하는 글로벌 핀테크의 공세를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그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중국의 핀테크 발전 로드맵을 반면교사로 삼아 자체적인 승부수에 돌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막강한 모바일 내수시장은 요원하지만 기존 금융권의 기득권 내려놓기와 당국의 개혁적 의지는 충분히 따라갈 수 있는 긍정적인 모델이기 때문이다. 물론 P2P를 아우르는 다양한 핀테크 영역에서 부정적인 사례가 속출하고 있으나, IT강국의 인프라를 적절히 활용해 단점을 극복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