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베트남 사랑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삼성생명, 삼성화재, 제일기획 등 그룹의 핵심 계열사 대부분이 베트남에 진출한 상태다. 현재 삼성은 지난 5월 베트남 정부와의 면담을 기점으로 기계 및 기술, 공항, 석유단지까지 아우르는 대형 국가 인프라 프로젝트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 지난 10월 베트남의 응웬 푸 쫑(Nguyen Phu Trong) 당 서기장과 삼성전자 이재용(오른쪽) 부회장의 투자 승인서 전달식.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돌격?

삼성전자의 베트남 진출은 ‘폭발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기존에 구축한 생산기지를 확대하는 한편, 현지 부품업체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19일 베트남에 1조4000억 원을 투자해 연간 1만여 대의 휴대폰 메탈케이스 생산라인을 구축한다는 발표가 단적인 사례다.

또 삼성전자는 내년 상반기부터 베트남 현지에 있는 제2휴대폰 공장의 생산량을 연간 1억2000만대 수준에서 1억7000만대 수준으로 끌어 올린다는 로드맵도 발표했으며, 생산인력 1만 명을 추가 체용한다고 밝혔다. 현재 베트남 제2휴대폰 공장에는 약 3만1000명의 근로자들이 근무하고 있다. 이 외에도 삼성전자는 베트남 박닝성 옌퐁공단에서 2009년부터 연간 1억2000만대 규모의 휴대전화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외 삼성전기와 삼성 디스플레이도 베트남 현지에 마련된 공단을 통해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분위기다. 삼성전기는 12억3000만 달러 규모의 휴대폰 부품공장을 건설했으며 삼성 디스플레이도 10억 달러 규모의 디스플레이 모듈 공장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중북부 하띤성에 25억 달러 규모의 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상태다.

 

왜 베트남인가?

최근 베트남 정부는 VietnamNet(베트남 기업순위) 공개를 통해 한국의 삼성전자가 자국의 매출 기준 2위 기업이라고 발표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베트남에 투자한 외국계 기업 중 가장 몸집이 크며, 베트남 총 수출액의 약 18%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최근 베트남 경제계에서는 삼성전자를 포함한 삼성의 베트남 투자가 2017년까지 200억 달러에 육박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한 초대형 프로젝트인 신공항 사업안이 베트남 국회를 통과하면 삼성이 터미널과 공항 운영 서비스 등 일부 부문에 투자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은 내년 상반기 예비타당성 보고서를 작성해 같은 해 투자계획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기획투자부는 그동안 삼성이 집행했거나 앞으로 집행 예정인 투자규모도 당초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은 130억 달러로 공식 집계했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삼성의 인프라가 베트남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당장 원가절감과 세제혜택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생산가능인구인 15~64세 인구 비중이 70%를 상회하며 임금은 중국의 25%에 불과하다.

또 호치민에서 공장을 설립할 때 향후 6년간 법인세를 면제해주고 4년 동안은 5%의 세율만 적용한다. 타이응웬성 지방정부도 삼성전자 제2공장에 대해 토지사용료를 50% 보조하고 법인세를 3년간 50% 감면하는 등 파격적인 지원을 단행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단순히 ‘절감’을 이유로 베트남을 선택한 것은 아니다. 베트남의 경제활동이 양적인 팽창을 거듭하며 동남아시아 진출의 발판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 외 다양한 국내의 유통회사들도 베트남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샤를 비롯해 다양한 화장품 브랜드는 이미 베트남에 진출해 눈부신 성과를 거두고 있다.

외국계 자본을 끌어들여 기간산업의 기틀을 마련한 베트남의 경제구조는 이제 단순한 생산시장을 넘어 대규모 소비시장으로 변신하는 중이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불신이 깊은 베트남은 한국기업에게 ‘기회의 땅’인 셈이다.

베트남은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960달러에 이르렀으며, 올해 2100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이 소비시장의 측면에서 ‘포스트 차이나’로 불리는 이유다.

게다가 한국과 베트남은 지난 11일 자유무역협정을 타결하며 관세문제에서 자유로워진다. 활발한 무역이 가능한 점도 삼성을 비롯한 다양한 유통기업의 진출을 가속화시킬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