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인터넷이 완전히 다운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는 사상초유의 영화사 해킹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이 비대칭 전력을 운용해 보복하겠다는 뜻을 밝힌 직후 발생한 사건이라 더욱 이목이 쏠리고 있다.

22일(현지시각) 마리 하프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은 정례브리핑을 통해 북한의 소니 픽처스 해킹에 대한 대책을 묻는 질문에 "광범위한 옵션을 검토하고 있으며, 대응조치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일부는 눈에 보이고 일부는 눈에 보이지 않을 수 있다"고 답변한 바 있다. 현재 북한이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영화 <인터뷰> 상영을 막기 위해 해킹을 벌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강경대응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발언이 나온 직후 다수의 외신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 정례브리핑이 있던 날부터 북한의 인터넷이 다운된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밤부터 북한의 인터넷이 조금씩 불안해지더니 22일에는 완전히 다운됐다는 후문이다. 아직 미국의 보복이라는 공식적인 발표는 없으나, 업계에서는 미국의 사이버 비대칭 전력이 북한의 인터넷을 공격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무서운 사이버 역량

미국의 사이버 역량은 독보적이다. 2013년 맨디어트의 보고서를 통해 노출된 사이버 특화부대, 중국 인민해방군 총참3부2국 61398부대의 위력이 세상을 놀라게 만들었던 적은 있으나 미국의 사이버 역량은 이를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CIA 직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에 따라 만천하에 공개된 미국의 사이버 역량은 적국과 우방을 가리지 않고 전세계를 커버리지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위력적이다.

이러한 사이버 역량이 실제적인 공격으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스턱스넷(STUX.NET) 사건이다. 2010년 7월 처음 세상에 공개된 스턱스넷은 공장 자동화 인프라 중 유독 독일 지멘스의 임베디드 시스템인 SCADA/PLC만 공격하는 악성코드다. 당시 스턱스넷은 방호벽을 교묘하게 뚫어 흔적을 남기지 않고 시설의 기능을 근소하게 떨어트리는 기능을 수행했다. 스턱스넷이 침투한 공장은 외부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지만, 미묘하게 불량품을 발생시키는 구조였다.

이러한 스턱스넷이 미국과 핵 문제로 대립하던 이란의 원자력 시설에 잠입해 커다란 논란을 일으켰다. 이란 핵 시설의 가장 중요한 기기인 원심분리기 시설에 스턱스넷이 침투해 문제를 일으켰다는 뜻이다. 당시 업계에서는 스턱스넷이 미국의 초정밀 전략 악성코드라는 의심을 거두지 못했다.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던 이란의 핵 시설에 유독 특정기술만 괴롭히는 악성코드가 ‘적절하게’ 침투할 확률은 낮기 때문이다.

 

북한 인터넷 다운, 누구?

업계에서는 2007년 러시아의 디도스 공격으로 행정 인프라 대부분을 인터넷에 의존하던 에스토니아가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 빠졌던 사실을 감안할 때, 이번 북한 인터넷 다운 상태의 배경에 미국이 있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최근 미국이 북한을 테러 지정국으로 재지정 한다는 말이 ‘스치듯’ 나왔을 정도로 양국의 관계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 외 다른나라가 해킹에 연루되었을 가능성도 있으며, 실제적인 공개발표가 있기 전까지 북한 인터넷 다운사태의 주범을 찾기는 어렵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