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KB금융, 재구성: 키움증권·이코노믹 리뷰

KB금융지주(KB금융)와 LIG손해보험(LIG손보)의 합병이 목전에 다다랐다. 금융권은 인수 승인이 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의 사외이사 7명은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퇴를 결정한다.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사외이사 4명뿐만 아니라 2016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3명의 사외이사 전원이 그에 포함됐다.

KB금융 측이 적극적인 내부통제 강화 등을 제시한 만큼 금융당국도 LIG손보 인수 승인 건을 조속히 매듭지을 전망이다. KB금융의 지배구조 안정을 인수 승인의 조건으로 내걸었던 만큼 이제 승인을 지체할 명분이 희미해졌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24일 정례회의에서 인수안을 매듭짓는다.

◆ 인수 성공 시 손보사 품은 ‘최초’ 금융지주···업계 1위로 도약

KB금융이 LIG손보 인수에 성공한다면 희망적인 청사진이 그려진다. KB금융은 대형 손보사를 자회사로 둔 최초의 금융지주사에 등극하게 된다. 국민은행의 가장 강력한 장점인 ‘전국망’을 통한 방카슈랑스 확대도 기대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6월 LIG그룹과 매각 주관사인 골드만삭스는 KB금융을 LIG손보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금융당국의 자회사 승인심사를 통과한다는 조건이 달린 조건부 선정이었다.

그러나 올 한 해 KB금융과 계열사는 많은 사고에 휘말렸다. KB국민은행 주 전산시스템 교체과정에서 내분에 대한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으면서 인수 가능성에 많은 위기가 따랐다.

다행히 우려와 달리 금융당국에서 기관 경고 예정 통보를 받더라도 대주주 적격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금융지주회사 특례조항에 따라 우선협상 지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 KB금융은 LIG손보 경영권 지분 19.83% 인수에 64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에 성공한다면 KB금융은 ‘1위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게 된다. 9월 말 기준 총자산 22조원에 육박하는 LIG손보 인수에 성공하면 KB금융은 국내 금융지주회사 가운데 처음으로 400조원을 넘게 되는 가운데 손해보험업을 가진 초대형 금융지주로 도약할 수 있다.

현재는 신한금융(401조원), KB금융(399조원), 농협금융(313조원) 순으로 자산 규모에 따른 지주서열이 이뤄진 상태다.

KB금융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은행 자산 비중은 75%에서 71%까지 떨어져 사업다각화 전략에도 탄력을 받게 된다. 올 3분기 기준 KB금융그룹 연결 당기순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2199억원 증가한 1조2214억원을 달성했다. 이중 80%는 KB국민은행을 통한 순이익. LIG손보 인수를 통해 비은행 사업의 영역이 넓어졌다는 점에서 은행 의존도를 완화할 수 있게 됐다.

일부에서는 금융지주와 손보사의 시너지가 크지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지주의 최대 강점은 은행을 필두로 한 ‘전국망’에 있지만, 손해보험 상품은 방카슈랑스를 통한 판매에 한계가 있다. 손보 상품의 기본은 자동차보험인데 자동차보험은 현재까지 은행 창구를 통해 판매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다양한 채널을 활용한 복합금융이 트렌드”라며 “금융지주와 손보사의 시너지가 당장은 크지 않을 수 있지만 KB의 강력한 판매망을 활용할 방법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KB금융이 손해보험 사업 라인이 없는 만큼 이종 금융기관간 결합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인수 시너지는 상당할 것으로 전망했다.

증권업계는 LIG손보 인수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로 자본 효율성 제고와 주당순이익(EPS) 성장을 꼽았다. 우리투자증권 최진석 연구원은 “LIG손해보험 인수는 과잉자본의 주주가치를 환원하는 과정”이라며 “지주와 은행의 보통주자본비율이 3분기 말 현재 13% 이상으로 2019년까지 최대 규제 가능한 보통주자본비율 12%를 이미 초과하고 있다. 자본 적정성에 따른 배당 차별화가 허용될 경우 배당 성향 확대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2015년 주당순이익(EPS)은 9.5% 성장할 것으로 추정했다.

◆ LIG손해보험 "국민은행 30만 기업 고객망 활용가능”

KB금융그룹에 안기게 된 LIG손보는 KB손해보험이라는 새 간판을 달고 손해보험업계에서 높은 위상을 누릴 수 있게 됐다. 높은 위상은 영업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 내부적으로는 'KB손해보험'이라는 사명으로 확정한 상태다.

무엇보다 30만 곳으로 추산되는 KB국민은행의 여·수신 거래 기업고객이 새로운 시장이 될 수 있다. LIG손보 실무진들은 기업보험을 비롯한 여러 가지 일반·책임보험과 자동차보험을 기업고객에게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KB금융지주의 계열사는 11개로, 손자회사까지 포함하면 15곳과 LIG손보는 시너지를 낼 수 있다. KB의 브랜드파워와 고객·판매망과 더불어 LIG손보의 전통적 영업력이 조화를 이루면 우리나라 최대 금융지주의 최소 손해보험업 진출의 성공 사례로 꼽힐 수 있다.

LIG손보 관계자는 "LIG 오너에게 실망해 KB금융지주로 하루빨리 편입돼 KB이름으로 새롭게 영업을 시작했으면 하는 직원들이 더 많다"며 "KB금융지주의 손보사로서 위상을 갖고 영업력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KB손해보험이 성공적인 사업으로 안정화되면  그동안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던 꼴찌 계열사  KB생명도 영업적인 자극을 받게돼 반등할 가능성도 높다. 보험 전문 인력을 모집 중인 KB생명은 은행계 생보사로만 부각됐을 뿐 제대로 된 보험업을 펼친 바없는 하위권 생보사다. KB그룹 내부적으로는 KB생명의 영업력 한계를 극복하려는 차원에서 LIG손보 측의 보험 노하우를 활용할 계획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금융지주사도 손보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손해보험업계 4위권 대형 보험사인 LIG손보는 56년 전통으로 자동차, 의료실손, 기업보험상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미국, 중국, 인도네시아 3개국에서도 영업 중이다.

9월 현재 기준 총자산은 22조원이며 올 3분기(1~9월) 누적 당기순이익은 1456억원, 원수보험료(매출)는 6조6000억원대인 가운데 평균 보험상품에 대한 손해율은 대략 86%다. 최근 3년간 LIG그룹 사태와 오너리스크 등으로 영업과 주가가 부진했기 때문에 이를 극복해야 한다. LIG손보는 올해 당기순이익 전망치를 당초 2578억원에서 1370억원으로 낮춰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