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담배 2갑 주세요”

“안돼요. 물건이 없어서 1인당 하루에 1갑씩만 판매합니다.”

“....”

 

정부의 담뱃값 인상안 발표 후 서울시내 곳곳에서 담배 품귀현상이 벌어졌다. 최근 국회에서 담뱃값 인상안이 통과되자 이 같은 현상이 더 심해졌다.

길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게 각종 편의점인데도 불구하고 원하는 담배를 구매하기도 힘들고 1갑 이상을 구매할 수도 없다.

편의점 마다 담배 매대와 계산대 주위에 ‘xx xxx는 1인 1갑만 판매합니다’라는 문구나 ‘1인 1일 1갑만 판매합니다’ 등등의 문구를 붙여 놓은 걸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직원들의 말로는 점주들이 한 사람에게 1갑씩만 판매하라는 원칙을 세웠다는 것이다.

점주들은 “본사에서 지난 9월 이후 물량을 적게 배분해 주는데 담배를 찾는 손님은 오히려 늘어 물량이 부족하다”며 “담배가 없으면 손님들이 왔다가 그냥 나가기 때문에 물량을 조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 한다.

이 같은 상황이 서울시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아직 담뱃값이 인상되지도 않았는데 시장에서는 벌써 수개월째 이 같은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더 이상한 점은 편의점에서 한 사람에게 1갑 이상은 판매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이 같은 현상이 일부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란 점이다.

더욱 아이러니 한 점은 지난 11월 통계청 국가통계포탈에 따르면 담뱃세 인상안이 발표된 후 지난 9월 내수용 담배 출하량이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지난 2006년 9월 이후 8년 만에 최고치다.

담뱃값이 2500원으로 오른 2004년 11월 이후 10년간 담배 제조업의 내수 출하지수가 올 9월보다 높았던 때는 추가인상 논의가 급물살을 탔던 2005년 8월과 10월, 2006년 9월 등 뿐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산업활동 동향’ 자료에서도 올 9월 담배 출하는 지난해 동기대비 33.5% 증가했다. 담배를 구매하기가 힘든데도 시중에 풀린 담배량은 8년 만에 최고치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6일 담배 매점매석행위에 대한 고시를 개정하고 내년 1월1일까지 도소매상이 기존 고시(1~8월 월평균 매입분량의 104% 이내)보다 담배를 더 사들일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정당한 이유 없이 담배를 팔지 않는 행위는 매점매석으로 간주, 집중 단속한다고 밝혔다.

공급물량은 KT&G 등 제조사 및 유통상이 현재 가지고 있는 재고물량으로 한정했다.

 

이와 관련 KT&G 관계자는 “매점매석 방지를 위한 정부 고시에 따라 소비자의 담배 구입에 불편함이 없도록 최대한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CU와 세븐일레븐, GS25 등 소매유통업체들은 “정부 시책에 따라 104% 판매를 기준으로 공급 받고 공급해 주고 있다”며 “물량의 변동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판매량은 40%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담배 생산과 공급은 변동이 없는데 판매점은 공급 물량이 줄었다고 하소연하고 구매자는 담배를 구매하기 위해 판매점들을 순회하고 있다.

애연가 A씨는 “내 돈 주고 구매하는데도 마치 배급받는 기분”이라며 “몇 군데 돌아다녀서 겨우 한 갑 샀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애연가 B씨는 “보이는 편의점마다 무조건 들어가서 담배를 산다”며 “담뱃값이 오른다니 그전에 최대한 사놓을까 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담뱃값 인상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시민가운데는 극단적인 표현을 내뱉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애연가 C씨는 “2000원 인상이 결국 정부의 재정난을 해소하기 위한 꼼수라는 점에서 화가 난다”며 “진정으로 국민건강을 위한 금연 유도를 위해 인상하는 것이라면 차라리 담배를 생산하거나 판매하는 걸 금지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라고 항변했다.

또 다른 애연가 D씨는 “정부에 세금을 바치며 흡연자라는 비난을 받느니 정말 이 기회에 끊고 싶다”며 “모두가 금연을 해서 담배를 통한 세금이 없어지면 과연 정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담뱃값이 2000원 인상될 경우 하루에 1갑을 피우면 연간 121만원의 세금을 내게 된다. 이는 연봉 약 4745만원을 받는 근로소득자의 근로소득세 125만원과 맞먹는다. 기준시가 9억원짜리 아파트 소유자가 내는 재산세와도 비슷한 액수다.

일각에서는 조만간 과거처럼 돈 없는 서민들을 위해 담배를 낱개로 파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