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술의 발전으로 온라인 인프라에 기반을 둔 은밀한 불법거래가 위험수위에 달했다는 지적이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상황에서 시공간의 제약까지 없는 온라인의 특성을 교묘하게 이용한 범죄가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미국에서는 에볼루션, 아고라, 뉴클리어스 등의 지하 웹사이트를 통해 범죄조직이 마약과 불법화기는 물론 신용카드와 위조여권을 거래한 사실이 적발되어 커다란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FBI(미국연방수사국)가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사이트 폐쇄 등에 나서고 있으나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사실 온라인을 통한 은밀한 거래가 사회적 문제로 비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인터넷의 역사가 시작됨과 동시에 우후죽순 탄생한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불법적인 제품을 주고 받는 행태는 꾸준히 벌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이러한 은밀하고 불법적인 거래가 발전된 IT기술을 바탕으로 수법의 다양화, 고도화의 바람을 타고 있다는 것이 심각하다.

▲ 출처=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10월 벌어진 '스킬로드' 사태다. 당시 FBI는 각종 범죄행위에 사용되는 도구들이 은밀하게 거래되는 스킬로드 웹사이트를 발견하고 운영자를 체포하기 위해 추적했으나 단서를 잡지 못한 바 있다. 마약과 불법화기를 비롯해 해킹, 자금세탁까지 대행해주는 스킬로드는 사이버 해킹 도구인 비밀번호 감시기와 키로거, 좀비PC 악성 프로그램까지 능수능란하게 사용하며 FBI의 법망을 교묘하게 피했기 때문이다.

스킬로드의 운영자는 통칭 '무시무시한 해적 로버츠(Dread Pirate Roberts: DPR)'로 불렸다. 그는 2011년 1월부터 스킬로드를 운영하며 헤로인과 코카인 등의 마약과 불법으로 제조된 범죄도구를 이용자들에게 뿌리며 FBI의 추격을 조롱했으며, 익명성을 보장하는 Tor 네트워크를 통해 은밀하게 활동해 왔다. 게다가 거래에 있어 실제화폐를 사용하지 않고 가상화폐인 비트코인만 사용하는 영악함을 보여줬으며, 그가 2년9개월 동안 거래한 비트코인만 1조3000억 원에 달했다는 후문이다. 이 과정에서 그는 수수료 명목으로 약 9000억 원을 챙겼으며 FBI의 추적을 받는 상황에서도 포브스와 익명으로 인터뷰까지 하는 대담함을 보여줬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그는 넷플릭스와 아마존의 계정을 해킹하고 은행 거래 정보 탈취 프로그램까지 노리는 과정에서 온라인상에서 단서를 남기고 말았고, 결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공공 도서관에서 덜미를 잡혔다. 그러나 '무시무시한 해적 로버츠'가 잡혔다고 해서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다. 그의 후계자를 자처하는 DDR2가 나타나 새로운 범죄 사이트 실크로드를 만들어 원조와 비슷한 불법거래에 나섰기 때문이다. 현재 FBI는 검거된 '무시무시한 해적 로버츠'의 협력으로 DDR2의 실크로드를 일망타진하고 있으나, 최근에는 실크로드 2.0이 등장하는가 하면 해당 사이트에 묻어둔 비트코인 계좌가 일시적으로 동결되어 자취를 감추는 등,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상황에서 DDR2는 "고작 한 국가 따위가 실크로드를 막을 수 없다"는 글을 남기며 전면전을 선언한 상태다. 표면적으로는 실크로드 사태도 진압됐으나, 이면에서 벌어지는 쫒고 쫒기는 전쟁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이처럼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는 더욱 교묘해진 IT 범죄자들의 등장으로 골머리를 썪고있다. 하지만 한국도 무풍지대는 아니다. 최근 벌어진 일간베스트(일베) 회원의 신은미, 황선 토크 콘서트 인화물질 투척사건도 기본적인 화공기술 습득에 인터넷을 통한 재료조달이 가능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물론 인터넷을 통한 재료조달 자체가 불법은 아니었지만, 일반인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물질의 입수라는 점에서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물론 국내에서도 외국인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온라인을 통한 불법무기 및 마약 거래가 빠르게 늘어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인프라의 발전으로 불법과 탈법을 조장하는 도구의 입수가 훨씬 수월해지고 있으며, 앞으로 이를 통한 범죄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05년 7월 영국 런던에서 벌어진 버스 폭탄테러가 대표적이다. 760명의 사상자를 내며 세계를 경악시킨 런던 버스 폭탄테러 사건은 범인이 온라인에서 구입한 불법재료들을 조합해 사제폭탄을 제조했다. 앞으로 이런 일이 국내에서 벌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