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이 주춤하지만 발상의 전환을 한다면 오히려 더 많은 기회를 가져다줄 수 있는 곳이 법원 경매시장이다. 이번 글에서는 ‘시세 차익용 경매 부동산’에 대해 알아보자. 경매를 통해 값싸게 사서 비싸게 되팔 수 있는 부동산은 쏠쏠하다. 그중 사업 초기의 재개발, 재건축 물건과 도심의 허름한 근린주택, 개발지 인근의 보상용 토지가 그렇다. 응찰자의 노력 여하에 따라 이 같은 물건은 넉넉하고 다양하다.

나이 40대 후반의 A 씨는 변호사사무실 사무장 출신으로 부인과 함께 강북에서 식당을 운영한다. A 씨는 부동산 투자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상태였지만 앞으로 노후를 대비해 그동안 모아둔 여윳돈 몇천만원의 운용만큼은 경매를 통해 해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사업 초기의 재개발, 재건축이 예상되는 경매 물건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보름 정도 꾸준히 물건을 검색하던 중 A 씨가 거주하는 곳에 가깝고 모아둔 여윳돈에 맞는 물건을 하나 찾을 수 있었다.

A 씨가 찾은 물건은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경매를 진행한 다세대 물건이었다. 위치는 서울 강북구 우이동으로 방 3개, 실평수 69㎡(25평형)에 대지권이 56㎡나 됐다. 지난 91년에 지어져 겉은 허름했지만 지대가 높은 곳에 있기에 그 집은 1층과 진배없었다. 겉은 ‘별 볼일’ 없는 경매 물건이지만, 나중에는 그 진가를 톡톡히 발휘한 알짜 물건이었다.

감정사가 매긴 감정평가액은 6000만원인데 세 번 유찰되어 최저 경매가가 3072만원(감정가의 51%)으로 내려갔고, 입찰 당시 최저가를 고집한 2명의 짠(?) 입찰자들을 물리치고 A 씨가 낙찰 받았다. 차 순위 매수인보다 겨우 39만원을 더 써내 3111만원에 아슬아슬하게 산 것.

인기 없는 강북의 반지하 물건이라 수월하게 낙찰 받았다. 이 물건의 특징은 지하철이 없는 비역세권이지만, 도로상태가 좋아 대중교통이 원활했다는 점이다. 산이 가까워 주거환경도 양호했다. 외관만 본다면 인기를 끌지 못하는 반지하 물건에 관심을 갖고 입찰한 것은 몇 년 앞을 내다봤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이 집은 ‘재건축’을 기대할 수 있었던 알짜 매물이었다. 입찰 당시 A 씨는 투자 금액이 크지는 않았지만 미래 가치를 따져 과감하게 투자를 결행했다.

A 씨는 경매 전에 꼼꼼한 권리분석을 통해 등기부상 하자가 없는 물건이란 점을 확인했다. 근저당권을 비롯해 가압류 등이 있기에 이 물건은 경매로 정리할 수밖에 없었던 물건이었다.

낙찰 금액보다 많은 전세금

세입자 관계를 조사했다. 채무자의 부인 이름으로 전입된 것을 파악해 낙찰 후에 인도명령 신청을 통해 수월하게 집을 넘겨받았다. 낙찰가 3000여만원에 비해 이사비 200만원은 큰 금액이었지만, 채무자 측은 속 썩이지 않고 주택을 내주었다. 주택을 넘겨받은 A 씨는 곧 집수리부터 착수했다.

싱크대 교체와 방범창 설치 등 세를 줄 때 하는 의례적인 수리를 마쳤다. 전세를 줬는데 낙찰 후 10일 만에 4000만원에 전세가 나갔다. 이렇듯 살기 좋은 곳에 위치한 다세대주택을 경매를 통해 값싸게 사면, 입찰금액 거의 전액을 전세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전세가 비율이 나름대로 높아서다. 또 초기 투자금이 적어 여유자금으로 투자하기가 쉽다. ‘반지하 다세대주택에 누가 전세 들어올까?’ 하고 생각하기 쉽지만 내 경험상으로 수요는 넉넉한 게 지금까지의 주택시장이다.

A 씨는 2년간 전세를 주는 동안 계속 재건축 추진상황을 지켜봤다. 낙찰 후 1년 동안은 재건축 추진이 지지부진했다. 지역적으로 소외된 지역인 데다 중소 다세대주택들이 밀집해 ‘사공 많은 배, 권리관계 복잡’이었고, 그래서 더디기만 했다. 그러나 곧 서울시의 소외지역 재건축 사업에 대한 정비와 지원이 발표되면서 사업은 가속도가 붙었다. 불과 1년 6개월 사이에 조합원 지분값은 쏠쏠하게 뛰기 시작했다. 25평형 집 가격이 1억원 선을 오르락내리락 반복했다.

A 씨는 지분값이 내려가는 시점에 8000만원을 받고 이 집을 팔았다. 각종 재건축에 대한 규제 강화로 더 이상 지분 가격의 상승폭은 미미하리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A 씨는 남들이 투자를 꺼리는 반지하 매물을 재건축 호재를 예상하고 샀다. 2년간의 ‘장기투자’로 투자 금액의 두 배가 넘는 시세차익을 보고 되팔아 투자에 성공했다. 거래가가 1억원 아래여서 절세 혜택도 많았다.

이번에는 인기 지역의 미니 근린주택을 낙찰받아 짭짤한 시세차익을 남기고 되팔았던 얘기를 해보자. 경매에 부쳐진 매물은 서울 용산구 한강로 1가에 있는 대지 92㎡, 건평 103㎡짜리 2층 근린주택이다. 감정가 2억5731만원에 2회 유찰해 최저 경매가가 1억6468만원이었다. 내가 아는 B 씨는 2명의 입찰 경쟁자를 제치고 1억9080만원에 낙찰받았다.

이 집은 남측과 남동쪽에 각 4m와 1m 도로에 접해 있고 삼각지역이 근거리에 있었다. 용산 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았고 이 지역은 2000년부터 상세계획구역으로 지정돼 개발에 대한 조짐이 있던 호재 많은 지역이었다. 이 주택은 외관상 별로 내세울 게 없는 물건이었다. 1982년에 보존등기된 허름한 주택으로 대장(臺帳)상으로만 근린주택이지 사실상 주택으로 이용 중이었다.

등기부등본상 권리관계를 살펴보니 말소기준권리(가장 먼저 설정된 권리)는 지난 93년 국가보훈처가 설정한 채권최고액 999만원의 저당권이었다. 이후 대한상호신용금고가 1억5400만원의 근저당권, 이 금고가 추가로 5800만원의 근저당권을 각각 설정했고, 이후 5개 정도의 각종 꼬리표가 붙어있었다. 하지만 낙찰 후에 모두 직권 말소되는 상태였다. 국가보훈처가 최초 저당을 설정한 상태여서 채무자는 국가보훈 대상자였던 것으로 예측했다.

세입자 현황 조사보고서와 답사를 통해 세입자 내역을 확인해 보니 채무자는 시골에서 병 치료 중이었다. 주택 전체는 세입자와 점유자 두 세대가 있었다. 한 세대는 소액 임차인으로 배당받아 나가는 세입자였고, 한 세대는 친척이 무상으로 점유하고 있었다. 세입자 모두 낙찰 후 두 달여 만에 집을 수월하게 비웠다. 소액 임차인은 배당받기 위한 명도확인서에 이사 당일 도장을 찍어주었다. 다른 점유자는 이사비 300만원을 강력히 요구했지만, ‘무상 점유자는 이사비도 청구할 수 없다’는 강력한 내용의 내용증명을 받자 이사비 100만원에 합의를 했고, 얼마 후 순순히 집을 비워줬다.

B 씨도 낙찰 후 간단한 수리부터 시작했다. 너무 오래된 주택이어서 손을 대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는 생각에 1000만원의 일정한 한도에서 깔끔하게 수리한 다음 즉시 매수자 물색에 나섰다. 인근 중개업소와 상가주택 전문업소를 들락거리고, 생활정보지에는 시세보다 값싼 급매물로 홍보하며 적극적인 매도전략에 나섰다.

등기 후 석 달 만에 B 씨는 실수요자를 찾아냈다. 50대 장년 노부부는 이 주택을 매입해 1층은 세를 주고 2층은 직접 거주하려고 했다. 매도금액은 3억원이었다. 제 경비를 빼더라도 1억원은 거뜬하게 남는 물건이었다.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경매물건 투자에 나설 때는 지역 호재부터 챙기는 것이 급선무다. 호재 있는 곳에는 매수자들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만약 개발 호재가 없는 지역이라면 부동산의 단점인 환금성 때문에 애를 먹기 십상이다.

또한, 되도록 소형 매물이 유리하다. 덩어리가 크면 살 사람이 한정돼 파는 데 애를 먹는다. 게다가 요즘에는 세제의 투명화 때문에 팔아도 세금 때문에 별 실익이 없다. 한 해에 한 두건만 사서 1~2년 정도 운용했다가 되팔겠다는 마음으로 경매 물건을 꾸준히 탐색하다 보면 짭짤한 시세차익용 경매물건은 수두룩하다.

윤재호 metrocst@hanmail.net

한국통신(KT) 리치앤조이중개(주) 대표, 스피드뱅크 투자자문센터장, 경기대 서비스경영대학원 경매과정 교수, 광운대 경영대학원 강의교수, 현 메트로컨설팅(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