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과광고들. 출처= 정용민의 페이스북

최근 한 페이스북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기업들의 사과광고들을 하나하나 다시 살펴봤다.

지인은 ‘예전에는 사과광고에 회사 로고를 넣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사실 그건 ‘원칙’이라기보다는 기업들의 ‘트릭’으로 보는 게 맞다.

최근에도 회사 로고를 감추려는 기업들이 있는 반면 회사로고를 정확하게 CI규정에 맞춰 넣고 사과하는 기업도 있다.

사과를 하는 주체도 법인명(+임직원 일동)만 사용하는 기업들이 아직도 많은 반면 정확하게 사과 주체의 직책과 이름을 명기해서 책임감과 신뢰성을 높이는 기업들도 많아졌다.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대한한공의 경우 지난 16일 각 일간지에 사과광고를 대문짝만 하게 냈다. ‘국민에게 큰 상처를 줬으며 질책을 가슴에 새겨 환골탈태 하겠다’는 내용이다.

▲ 대한항공의 사과광고

 

비싼 비용을 들여 사과문을 냈지만 돌아오는 건 대한항공이 아직도 잘못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지적뿐이다.

전문가들은 “사과의 주체도, 대상도 명확하지 않고 진짜 사과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며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도, 피해자에 대한 미안함도 빠진 괜히 돈만 낭비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지난해 11월 LG전자가 일간지에 게재한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 헬기사고 사과문도 이슈가 됐다.

LG전자는 사과광고를 통해“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국민 여러분께 머리숙여 사과드린다. 헬기사고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특히 고인이 된 기장과 부기장, 그리고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전했다.

또 “갑작스런 사고로 피해를 입은 아파트 주민들에게도 진심으로 사과한다. 관계기관과 긴밀한 공조를 통해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에 적극 협조하고 있으며 사고 수습과 피해복구에도 최선을 다하겠다. 앞으로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기업이 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과광고 그 어느 곳에도 구체적인 헬기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계획은 담겨있지 않아 2%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아울러 왜 굳이 안개 낀 날 삼성동쪽에 갔어야 했는가 하는 의문과 경찰 및 교통당국의 조사가 본격화된 가운데 사과광고를 내고 성금 120억원을 기부한 점도 가십거리로 거론됐다,

전문가들은 이 사과광고에 대해 “모든 관계자와 상황을 추상과 익명으로 숨겨버리고는 국민들과 소통했다고 착각하고 있다”며 “사과문은 대단히 무미건조하다. 드러내야 할 최소한의 형식과 의례만을 보이고 이후 책임 소재 규명과 법적 다툼을 고려한 것이 노골적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진심과 진실성이 결여됐다는 판단이다.

▲ 헬기 사고 후 게재된 LG전자의 사과광고

 

해외에서는 대부분 큰 예외가 없다면 사과광고에 회사 로고를 넣어 공식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한다. 일부는 회장(오너)의 이름 아래 자필 사인을 넣기도 한다.

2011년 7월 4일. 뉴스오브더월드의 휴대폰 해킹 사건이 영국과 전세계를 뒤흔들었다. 뉴스코퍼레이션을 소유하고 있던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 회장은 이 소식에 문제를 일으킨 뉴스오브더월드를 폐간하고 자신의 사인이 담긴 사과광고를 게재했다.

▲ 머독의 사과광고 중.

‘미안합니다(We are sorry)’로 제목 붙여진 이 사과광고에서 머독 회장은 “그간 잘못됐던 것들을 바로잡겠습니다(Putting right what’s gone wrong)”라고 약속하며 사인했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는 “누구도 그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 어떤 이는 다른 신문도 다 그러는데 홀로 극약처방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고 했다. 어떻게 보면 바보 같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사과했다”며 “그는 자신의 이름을 사과광고 하단에 사인하며 치욕을 삼켰고 중대한 실수에 맞서 자신은 물론 직원들과 경쟁사들 그리고 독자들과 국민들을 한꺼번에 놀라게 하며 위기를 극복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도 책임자나 대표(오너)의 이름을 넣고 진정성을 담아 사과한 광고도 간혹 눈에 띤다.

▲ 마몽드의 사과문

지난 2012년 4월 마몽드가 공개한 인터넷 광고 '명품백'편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마몽드는 공식 홈페이지에 '마몽드 광고물 관련 논란에 대한 사과문'을 게재했다.

사과문은 아모레퍼시픽 권영소 마케팅부문장의 이름으로 나갔다. 그는 “최근 온라인상에 게재된 광고물과 관련해 많은 분께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를 드립니다”라며 “제품의 콘셉트를 경쾌하고 재미있게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로 제작됐으나 일부 적절하지 않은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라며 잘못을 인정했다.

이 광고는 비공개로 전환됐고 한동안 네티즌들의 비난을 받았지만 전문가들은 적절한 대응이었다고 평가한다.

지난해 7월 샌프란시스코 여객기 착륙 사고와 관련해 아시아나항공이 주요 일간지에 낸 대국민 사과광고도 눈여겨 볼만하다.

아시아나는 7월 12일자 조간신문 1면에 “국민 여러분께 射罪(사죄)드립니다”는 제목의 광고를 일제히 냈다. 광고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윤영두 아시아나항공 사장, 임직원 일동의 이름으로 게재됐다.

아시아나는 “이번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중국 두 어린 학생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 또한 부상자의 빠른 쾌유를 위해 노력과 지원을 다하고 있습니다”라고 부상자에 대한 염려를 우선 언급했다.

이어 “비탄에 잠기신 유가족, 친지 여러분 그리고 부상자 및 탑승객 여러분께 머리 숙여 謝罪의 말씀 올리며 국민 여러분과 정부 당국에도 심려를 끼쳐드리게 되어 송구스러운 마음 금할 길이 없습니다”며 다시 한 번 읍소했다.

아시아나는 “아직 정확한 사고 원인은 밝혀지고 있지 않지만, 아시아나항공은 국내 현지 관계기관과의 긴밀한 협조 하에 모든 방법을 동원해 사후 수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으며, 향후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신뢰받는 항공사로 거듭 태어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유가족과 부상자 및 부상자 가족, 탑승객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謝罪드리며 아시아나항공 임직원 일동은 신속하고 원만한 사후 수습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 일 것을 국민 여러분께 다짐하는 바입니다”라고 공식 입장을 전했다.

▲ 아시아나항공의 사과광고

 

어떤 게 더 나은 사과 방식인지는 사과를 하는 기업이 아니라 핵심 이해관계자들이 판단한다. 하지만 사내에서는 VIP가 괜찮다고 승인하는 사과광고 수위가 최선이다. 이해관계자들은 그 다음이다.

때문에 비싼 비용을 들여 사과를 하고도 비난 받고 사건이 수습되기는커녕 오히려 확대 양산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사과광고도 제대로 된 위기관리 차원에서 보다 전략적으로, 진심을 담아서 하지 않는다면 불필요한 지출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