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을 앞두고 있는 제일모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들이 몰리면서 그 열기를 실감케 하는 상황이다. 단순 상장을 넘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이 관심도를 증폭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제일모직의 삼성그룹 내 위상과 가치다. 그러나 지주사를 평가하는 기준이 명확치 않다는 점과 복잡한 지배구조가 투자 매력을 떨어뜨린 다는 점은 투자 시 유의해야 할 점이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0~11일 양일간 진행된 제일모직 공모주 청약에 30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다. 경쟁률은 무려 194.9대 1에 달한다. 지난달 상장된 삼성SDS의 일반공모 때 15조가 넘는 자금이 몰렸던 것을 고려하면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 출처: 한국거래소

하지만 삼성SDS를 보면 제일모직 상장 이후 주가흐름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감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지난달 14일 삼성SDS는 상장과 동시에 시초가가 주당 38만원에서 형성됐다. 이날 삼성SDS의 주가는 상장 전 거래일(13일, K-OTC시장 기준) 대비 13.25% 급락한 32만7500원으로 마감했다. 이후 외국인들의 공격적인 매수가 이어지며 지난달 25일에는 42만8000원의 최고가를 기록하는 등 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 16일 기준 삼성SDS의 주가는 28만6500원을 기록해 상장이후 최저점을 갱신중이다. 다만 공모가인 19만원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는데 만족할 뿐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공모주들의 주가 흐름에 일부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이 올해 상반기 IPO(기업공개) 종목의 상장 당일과 누적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상장 당일 종가 기준 수익률은 공모가 대비 평균 86.1%에 달했다. 하지만 이후 누적수익률은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상장초기에 과도하게 자금이 쏠리면서 주가를 급등시킨 것이 그 원인이다.

 

제일모직과 삼성SDS 차이점과 공통점

제일모직 상장에 대한 관심과 인기의 근원지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다. 제일모직은 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같은 그룹 내에 속한 삼성SDS 조차도 넘볼 수 없는 영역이다.

우선 제일모직의 상장구조는 삼성SDS의 상장형태와는 다르다. 삼성SDS의 경우 IPO(기업공개) 당시 구주매출 즉, 기존주식을 일부 시장에 내놓은 형태였다면 제일모직은 기존 발행주식수 대비 약 10%(1000만주) 가량의 신주발행을 통해 진행한다. 유상증자와 같은 형태로 기존주주들의 지분이 희석되는 결과를 낳는 것이다.

▲ 삼성그룹 지배구조 출처: 이트레이드증권

실제로 지난 10월 31일 제일모직은 ‘유상증자결정’ 공시를 냈다. 이를 통해 유입된 자금 중 1336억원은 타법인증권 취득자금에 쓰일 예정이다. 제일모직의 공모가가 5만3000원임을 고려하면 이번 상장을 통해 유입되는 자금은 5300억원이다.

김준섭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증자로 인한 자본유입은 물론 차입조달로 5조원 이상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며 “이 자금을 통해 계열사들의 지분을 인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주주일가가 제일모직에 대해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제일모직이 반드시 지주사가 되는 것은 아니며 보다 확실한 것은 제일모직의 가치가 극대화 될 것이라는 점”이라고 전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최대주주의 니즈를 알고 최대주주와 같은 포지션에 설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김 연구원은 “최대주주는 삼성그룹 경영권의 핵심인 삼성전자 지분 취득을 위해 삼성SDS와 제일모직을 레버리지 수단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최대주주와 같은 포지션에 있다면 경제적 효익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지주사 평가 불투명, 정확한 가치 산정 어려워

증권업계는 현재 제일모직이 보유하고 있는 사업 및 지분의 가치는 주당 약 4만5000원에서 5만5000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공모가 수준과 유사해 제일모직의 현재가치만 반영돼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따라서 성장성을 고려한다면 향후 제일모직의 주가는 긍정적 흐름이 예상된다.

▲ 현대글로비스 PBR 밴드 추이 출처: 에프앤가이드

제일모직은 최대주주의 지분이 많다는 점과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했다는 것이 가장 큰 투자매력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지주사라는 점이 오히려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우려도 존재한다. 우선 지주사는 사업지주사와 순수지주사로 나뉜다. 현재 국내증시에 상장된 사업지주사는 대표적으로 현대글로비스와 SK C&C다. 이들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은 현재 약 3~4배수준에 달한다. 올해 제일모직의 예상 BPS(주당순자산가치)가 3만3000원 수준일 것을 고려하면 사업지주사 형태를 갖추고 있는 제일모직의 주가는 약 10~13만원을 형성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문제는 현대글로비스나 SK C&C의 ROE(자기자본이익률)가 제일모직에 대비해 매우 높다는 것이다. PBR을 고려할 경우 제일모직의 주가 상단은 10만원이 한계로 작용한다.

▲ SK C&C PBR 밴드 추이 출처: 에프앤가이드

조윤호 동부증권 연구원은 “제일모직은 삼성그룹 오너일가의 보유 지분율이 높고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제일모직의 가치 상승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지만 주식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프리미엄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판단이 어렵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제일모직의 ROE가 현대글로비스와 SK C&C대비 낮다는 점도 상대비교를 통한 프리미엄 근거로 사용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다른 형태지만 순수지주사를 고려할 경우 제일모직의 시장가치는 더욱 낮아질 수 있다. 실제로 국내 대표 지주사들인 SK, LG, GS 등은 PBR 기준 1배 이상을 장기간 유지한 경우가 없다. 이중 SK의 주가는 지난 2009년 이후 PBR 1배를 넘지 못했으며 LG와 GS는 PBR기준 1.6배가 최고점이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순수 지주사들의 경우 일반적으로 배당여력이 높다는 점이 주가 자체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며 “이뿐만 아니라 여러 회사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분산투자의 효과를 발휘해 성장성보다는 안정성이 주가에 반영되기 마련”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주사 평가에 대해 명확한 기준이 없고 복잡한 지분구조로 인해 투자매력을 오히려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는다”며 투자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