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소통경영으로 직원에 만족 주면 경쟁력 향상으로 보답

‘지속가능한 성장’은 기업의 최대 화두다. 일하기 좋은 직장 조성과 구성원 중심의 조직문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다. 좋은 일터는 직원들이 즐겁게 만족하며 일하는 회사다. 직원들이 행복하니 업무 성과도 올라가는 것은 당연지사.

미래 예측 전문가들은 앞으로 기업에 있어 생산성 향상과 자유로운 노동 방식을 도입한 ‘스마팅’(smarting)이 더욱 강조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직장의 ‘유토피아’를 실현한 곳은 구글만 있는 게 아니다. 한국에도 미래형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고민하는 최고경영자(CEO)들이 있다. <편집자 주>

김반석 LG화학 부회장

보고 확 줄인 ‘향기경영’ 직원 칼퇴근도 독려하죠

“자기 몸이 상하는 것은 바로 회사 자산을 상하게 하는 것과 다름없다.”
김반석 LG화학 부회장이 임직원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말이다. 사람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그의 경영철학이 그대로 녹아있는 대목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직원들이 일하기 좋은 회사를 만드는 노력으로 이어졌다.

먼저 여느 기업과 똑같았던 일상의 보고·회의·퇴근 체계를 확 바꿨다. 2006년 LG화학의 수장으로 취임한 초기부터 “좋은 내용은 보고하지 않더라도 향기가 돼 알려지게 된다”며 “문제가 발생할 때만 찾아와 보고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른바 ‘향기 경영’이다. 요즘의 급변하는 소재 산업계에서 빠른 속도로 대응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보고 업무부터 줄여 실행력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이러한 ‘평범하지 않은’ 보고 문화가 뿌리를 잘 내린 결과, 현재 김 부회장은 결재를 할 일이 거의 없어졌단다. 최근 3개월 동안 행해진 결재는 고작 10건 정도에 불과하다고. 단, 언제든지 문제가 생기면 누구라도 전화상으로 구두 보고를 할 수 있게 단서를 달았다.

이와 함께 임직원들이 회의 시작 전에 관련 자료를 충분히 숙지하고 회의 시간에는 의사결정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김 부회장 스스로도 중요한 경영회의를 주재할 때면 항상 2~3일 전에 참석자들에게 안건 내용을 배포하고 회의 시에는 안건에 대한 토론과 의사결정 위주로만 진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정시 퇴근도 그가 매우 강조하는 부분이다. 김 부회장은 “방전돼 빨간 불이 들어온 배터리는 사용할 수 없다”며 “사람도 늦게까지 일하면 아이디어와 체력이 모두 방전돼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 한다”고 말했다. 임직원들이 일찍 퇴근해 충분히 휴식을 취해야 다음날 충전이 잘 된 상태에서 활기차게 근무할 수 있다는 지론.

김 부회장이 또 하나 공을 들이는 것은 ‘사원들과의 대화’ 시간이다. 공장장 사업부장 등을 거치며 현장 경영이 몸에 밴 그는 매주 지방사업장은 물론 해외 지사까지 국내외를 막론하고 직접 해당 팀을 찾기로 유명하다. 사원들과 허물없이 대화하기 위해서다. 그들의 고충과 현장의 개선사항을 직접 듣고 챙기는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직원과 나눈 이야기는 사내 온라인 게시판에 올리고 이를 통해 전 사원이 CEO의 생각을 공유함으로써 소통하고 있다.

김종훈 한미파슨스 회장

직원에도 ‘경영참여권’ 10년 일하면 두달 휴식

김종훈 한미파슨스 회장의 꿈은 회사를 ‘직장인의 천국’으로 만드는 것이다. GWP(Great Work Place) 전도사임을 자처할 만큼 좋은 일터 실현에 남다른 열정과 에너지를 쏟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직원이 주인인 회사’는 그가 지향하는 천국으로 가기 위한 첫 걸음이었다. 한미파슨스 설립 당시 한 주의 주식도 갖고 있지 않았던 회사 지분을 주주와 합의, 창립 만 10년째 되던 2006년에 회사 지분 100%를 인수했다.

그리고 이를 직원들에게 대부분 나눠 줌으로써 자신의 첫 번째 목표를 달성했다. 이어 3년 후에는 다시 회사를 코스피에 상장시키며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 이는 국내 건설사업관리 업계의 선두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원동력이기도 하다.

회사 경영 방침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하나하나에 조직 구성원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묻어난다. 구성원과 회사 간의 이견이 있을 때는 CEO가 구성원 편에 서는 것이 원칙이다. 차기 CEO 선정은 CEO 승계 프로그램을 통해 내부 구성원들 중에서 이뤄진다.

뿐만 아니라 조직 구성원 중심의 이색적인 제도가 많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애플 베케이션’이라고 불리는 2개월 간의 안식휴가 제도다. 김 회장이 직접 휴가를 다녀오면서 시작했다. 휴가 기간 동안 회사로부터 일절 보고와 연락을 받지 않는데 이 원칙은 5년이 지난 지금도 철저히 지켜지고 있다.

임원은 5년, 일반 직원은 10년을 근속하면 주어진다. 유급휴가인데다 휴가기를 그룹웨어에 올려 직원들이 공유하면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성과도 좋았다. 국내외 프로젝트를 활발하게 진행하면서 매출액이 설립 초기에 비해 10배 이상 증가한 것.

원탁회의 제도도 있다. 직원의 경영 참여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각 원탁별 10명의 회원들이 선정돼 1년을 단위로 10개 주제를 정하고 매월 연구 발표를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회사의 현재와 미래의 모습을 조명하고 개선 방안을 제시한다.

7년째 이어오는 ‘CEO 단상’은 매주 직원들에게 편지를 보내는 주간 편지 프로그램. 아울러 온·오프라인의 대화 창구를 상시 개설·운영해 지속적인 소통경영을 펼치고 있다.

이밖에도 자기계발과 근무환경을 적극 지원하고 가족친화 경영을 전개해 직원들이 편하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지금까지의 노력과 산물을 담아내 최근 <우리는 천국으로 출근한다>는 책까지 냈다. 김 회장은 “기업의 내부 고객인 임직원들이 먼저 만족하게 되면 외부 고객 만족도가 당연히 높아진다”며 “좋은 일터를 조성하는 일은 이런 선 순환구조를 만들어 회사의 성과를 높이고 지속가능 경영을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이라고 말했다.

서태창 현대해상 사장

우수직원 ‘칭찬’ 릴레이 “서비스는 그냥 오더군요”

서태창 현대해상 사장은 보수적인 보험업계에서 스킨십 경영을 펼치기로 정평이 나 있다. 대부분의 CEO들이 내세우는 딱딱하고 근엄한 카리스마보다는 따뜻한 정을 나누는 부드러운 경영자로서 직원들에게 다가간다. 서로 간의 벽을 허물고 함께 호흡하자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서 사장은 현장의 소리를 듣기 위해서라면 언제 어디든 발 벗고 나선다. 전국의 영업 현장을 일일이 방문해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꼼꼼히 청취하고 머릿속에 깨알같이 새겨 넣어 경영활동에 반영한다. 그에겐 명절이나 연휴도 없다. 고객 최접점 지대인 콜센터를 찾아 상담원들을 격려하는가 하면, 전국의 보상서비스센터 및 지점을 순회하는 노력도 마다않는다.

이러한 열정은 CEO와 직원들 간의 끈을 단단하게 엮어주는 훌륭한 매개체로 작용하고 있다. 칭찬 문화도 좋은 일터를 구현하기 위해 서 사장이 심혈을 기울여 전개하는 것 중 하나다. 현대해상은 고객이나 동료로부터 칭찬받은 우수 직원에게 CEO를 포함한 임원진이 직접 칭찬과 격려의 댓글을 다는 칭찬 릴레이를 펼치고 있다. 직원들의 동기 부여와 사기 진작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는 조직원에 대한 아낌없는 칭찬과 격려가 외부 고객에 대한 양질의 서비스로 연결되며 나아가 회사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그의 철학에서 비롯됐다. 서 사장이 내부 직원의 만족도 향상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이유다.

이 외에도 일과 가정에서 균형을 이룰 수 있는 각종 제도를 마련했다. 그 일환으로 매주 모든 직원이 정시 퇴근하는 ‘패밀리 데이’, 생일을 맞은 직원의 조기 퇴근 제도, 연차별 부부 동반 해외여행, 자녀를 대상으로 한 키즈 캠프 등을 진행하고 있다.

전희진 기자 hsmil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