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15일(현지시각) 올해 3분기 스마트폰 시장 출하량이 총 3억100만9900대라고 발표하며, 이는 전년 동기 20.3% 상승했다고 전했다. 동시에 흥미로운 데이터를 공개했는데 이를 요악하자면, 1위를 간신히 수성한 삼성전자의 부진과 4위를 차지한 샤오미, 그리고 순위권에는 보이지도 않아 요약 데이터에 Other로 묶인 LG전자의 굴욕이다. 물론 화웨이와 더불어, 이제는 중국기업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의 영악한 큰 그림을 보여주는 레노버가 3, 5위에 올랐다는 점도 있다.

일단 대부분의 언론은 가트너의 조사결과를 보도하며 샤오미의 비상에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5위에 진입한 샤오미의 성과는 분명 대단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가트너도 인정했다. 가트너는 "샤오미가 세계 탑5 스마트폰 판매업체에 데뷔했다"며 "중국 선두업체인 샤오미가 이번 분기에 336%라는 폭발적인 성장을 경험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 출처=샤오미

신생 스마트폰 기업인 샤오미가 글로벌 4위에 랭크된 점은 분명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10월말 SA(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의 조사결과에 비해 샤오미의 순위가 3위에서 4위로 하락한 지점에 주목해야 한다. 당시 SA는 샤오미가 1800만대를 판매해 스마트폰 3위의 자리를 지켰다고 밝혔다. 그런데 왜 가트너에서는 4위가 됐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SA와 가트너의 집계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SA는 제조사가 통신사에 공급하는 물량을 기준으로 삼은 반면, 가트너는 최종 소비자가 단말기를 받는 수치, 즉 실질적인 판매율을 집계로 잡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제작은 했지만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하지 못한 샤오미의 단말기가 많으며, 그 규모가 순위를 바꿀 정도로 상당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샤오미의 유통재고는 200만대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문은 풀렸다. 종합하자면, 샤오미는 단말기를 많이 만들고 있으나 실제로 판매하는 비율은 경쟁사에 비해 턱없이 낮다는 점이다. 샤오미의 비상에 주목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다소 실망스러운 결과다. 온라인으로만 판매하는 샤오미의 재고물량이 예상보다 많다는 것은, 역으로 총체적인 위기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샤오미는 특허분쟁으로 인도에서 판매금지를 당할 정도로 코너에 몰려있으며, 지난해 순이익이 609억 원에 불과할 만큼 마진이 적다. 로이터는 이를 '박빙의(razor-thin) 마진'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여기에 샤오미의 대출관련 문서가 공개되며 샤오미의 사업규모가 당초 알려진 것의 10%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오는 분위기다. 물론 샤오미는 부정하고 있지만, 유통재고와 더불어 낮은 마진율과 수익율을 고려하면 의외로 샤오미 스마트폰 전략의 헛점이 보인다.

다만 샤오미는 자신들이 누누히 강조하는 것처럼, 궁극적으로 단말기를 통해 수익을 내려는 회사가 아니다. 일각에서 샤오미를 하드웨어 회사가 아니라 MIUI로 대표되는 소프트웨어 회사로 보는 이유다. 샤오미는 스마트홈의 영역까지 파고들어 사업 다각화를 적극적으로 타진하고 있으며, 스마트폰 주변기기와 소프트웨어 생태계 구축으로 발전동력을 찾으려 노력하는 곳이다. 정리하자면, 가트너가 발표한 샤오미의 스마트폰 데이터는 단말기의 영향력이 다소 과장되었다는 점을 말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샤오미가 속 빈 강정은 아니라는 결론이다.

사실 가트너의 발표는 삼성전자의 위기라는, 이제는 다소 식상한 내용과 더불어 LG전자의 굴욕을 말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을 샤오미와 화웨이, 레노버가 사이좋게 가져갔다는 분석은 다른 언론에서도 많이 등장하니 일단 생략하고, LG전자에 집중해 보자.

LG전자는 15일 가트너의 데이터에 LG전자의 순위는 보이지 않는다. 5위에 들지못해 Other로 묶여있기 때문이다.

이는 샤오미와 비슷한 이유다. 결국 많이 만들지만 직접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비중이 낮다는 뜻이다. 업계에서는 LG전자의 유통재고를 약 100만 대 이상으로 추정한다. 삼성전자도 유통재고는 많은 편이지만, 워낙 위기인데다 규모의 경제라는 명분으로 제외한다면 LG전자의 분위기가 더욱 안좋다. G3의 성공을 자축하며 내년 후속모델을 준비한다고 하지만, 이는 반드시 뛰어넘어야 할 대목이다. LG전자가 스마트홈을 아우르는 다각화 전술을 보여줄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