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이 저물어 가는 12월, 국내 소셜커머스 업계는 대규모 투자소식에 술렁였다. 12월 11일 미국의 블랙록이 주도한 투자자들이 약 3억 달러라는 거금을 소셜커머스 쿠팡에 유치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세퀘이아 캐피탈의 1억 달러 유치에 이은 또 한번의 이슈였다.

쿠팡은 국내 소셜커머스 업계를 대표하는 3인방 중 하나다. 미국 하버드 대학교 출신인 김범석 대표가 초기자본금 30억 원으로 일으킨 쿠팡은 단기간에 시장을 파고들어 그 자체로 하나의 브랜드 네임을 창조했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700명에 달하는 자체 배송인력을 보유하고 차량과 물류창고 인프라를 위해 500억 원을 투자하는 승부사적 기질을 바탕으로 쿠팡은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으며, 이에 힘입어 대대적인 투자를 유치했다는 것이 정설로 여겨지고 있다. 김 대표는 블랙록 주도의 투자소식이 알려진 직후 포브스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한국의 아마존이 되기를 원합니다"고 밝히기도 했다.

쿠팡, 내실은 있나
사실 국내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힘차게 뻗아가는 사업적 외연과 더불어 빈약한 내실을 숨기고 있다는 점은, 이제 비밀도 아니다. 덩치는 불렸지만 효과는 신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소셜커머스 3인방은 급격하게 몸을 불렸다. 당장 임직원 숫자부터 남다르다. 수치의 변동이 있을수 있지만, 현재 알려진 바에 따르면 각 소셜커머스의 임직원 숫자는 위메프 1400명, 쿠팡 1300명, 티몬 1200명에 이른다. 이러한 숫자는 임직원이 900명 수준인 오픈마켓 G마켓과 옥션, 이베이코리아를 압도하고 있으며 심지어 티몬은 2010년부터 1년 동안 무려 200명의 직원을 채용하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렇다면 성과는? 신통하지 않다. 이도 약간의 변동 가능성이 있지만, 대체적으로 위메프의 경우 매출액은 785억820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239.71% 증가했지만, 가장 중요한 영업손실이 2012년 70억1900만원에서 2013년 360억6900만원으로 무려 413.88% 급증했다. 티몬도 사정이 비슷하다. 매출액과 영업손실이 같이 높아진다. 실제로 사업 1기로 분류되는 2010년 매출액이 33억2400만원에 불과했으나 2013년 1148억8400만원으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2013년을 빼고는 영업손실이 점점 커지고 있다. 2010년 21억원, 2011년 577억원, 2012년 817억원 순서다. 작년 하반기 주식회사로 전환한 쿠팡은 구체적인 데이터가 없으나, 경장자들과 비슷한 사업추이를 기록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왜 쿠팡에 집중하는가
최근 배달전문 앱인 배달의 민족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물론 사실과 다르다는 점이 밝혀지며 논란의 불길은 사그라드는 분위기지만, 일단 수수료 관련 문제가 가장 컸다. 다음이 바로 내실이다. 배달의 민족이 TV와 라디오, 오프라인 홍보를 통해 집중적으로 마케팅에 나서자 '과연 그 만한 여력이 있는가'라는 의문이 줄을 이었기 때문이다.

쿠팡도 비슷하다. 한국의 아마존을 꿈꾸는 것은 좋지만 급격하게 몸을 불린 것 치고는 실질적인 데이터가 뒤를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 과도한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펼치다 허망하게 사라져간 기업들이 부지기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쿠팡의 미래는 다소 어둡다.

하지만 여기서 새로운 질문을 던질 수 있다. 3억 달러를 투자한 미국의 블랙록 투자자들은 바보인가?

쿠팡, 아마존이 되려면
국내 소셜커머스 3인방이 진정한 소셜커머스로 분류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SNS를 기반으로 입소문에 바탕을 둔 ‘입찰’방식이 아니라 사실상 오픈마켓처럼 사업이 운영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국내 소셜커머스는 그루폰과 같은 성공의 과실을 챙기지 못했다. 당연히 사업 구조의 근본적인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국내 소셜커머스 3인방은 소셜커머스의 강점인 ‘SNS를 기반으로 하는 파급력’을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그저 제품의 브랜드에 집중한 마케팅에 열을 올릴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오픈마켓은 말 그대로 상품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단순한 플랫폼인데 반해, 소셜커머스는 직접 상품을 개발해 구매자에게 제공하는 방식이다. 국내 소셜커머스의 경우 해외 소셜커머스의 장점인 ‘SNS 입소문’이라는 무기는 없고, 해외 소셜커머스에는 없는 단점인 과도한 인력이라는 ‘폭탄’만 가지고 있는 셈이다. 과도한 영업인력에 부족한 상품수에서 오는 매출 격차는 국내 소셜커머스 사업의 근본적인 문제다.

여기서 쿠팡의 행보가 독보적이다. 쿠팡은 자체 물류센터를 빠르게 구축하며 전방위적 투자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무리'라는 지적과 '희망'이라는 비전이 갈렸다. 물론 블랙록의 투자자들은 후자에 집중한 셈이다. 투자자들이 본 것은 무엇일까?

일단 모바일이다. 쿠팡은 단순히 PC를 모바일로 끌어온 것을 넘어, 새로운 UI 적용과 서비스 다각화에 박차를 가해 가장 눈부신 발전을 끌어냈다. 여러 개의 단말기를 통해 구매상품의 기호도를 바탕으로 어디서나 동일한 쇼핑이 가능하도록 하는 위메프의 전략과, 직관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차용해 슬라이드, 가독성 개선을 강조한 티몬과 달리 쿠팡은 모바일 버전에 ‘플리킹’ 기술을 도입해 아날로그 책장을 넘기는 듯한 느낌을 강조하는 등, 소위 그립감까지 아우르는 꼼꼼한 전략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모바일에 집중한 쿠팡의 전략은 일단 합격점이다. 현재 쿠팡의 매출 중 75%는 모바일에서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을 지경이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 쇼핑 시장은 2010년 3000억원에서 2012년 1조7000억원으로 급증했으며 2013년에는 무려 4조7500억원 규모로 커졌다.

하지만 모바일로는 부족하다. 그렇다면 다음은? 아마존의 전략과 연결되는 빠르고 안전한 배송 서비스, 심지어 드론까지 고려한 최첨단 기술 인프라다. 김 대표는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쿠팡을 '기술회사'로 소개한 바 있다. 결국 모바일을 통한 기본적인 인프라 구축에 힘입어 아마존의 상식을 뛰어넘는 배송 및 기술 DNA에 가장 가까운 회사가 쿠팡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쿠팡이 한국의 아마존이 되려면 모바일 기본전략에 배송에 관련된 직접적인 인프라와 이를 활용한 옴니채널로의 진출, 마지막으로 연결된 생태계 구축을 영악하게 꾸리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현 단계에서, 투자자들은 쿠팡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불안요소는 있다. 만약 쿠팡이 일련의 단계를 밟아가지 못하는 상태에서 전통적인 기술로만 승부를 보려 한다면, 오히려 슬림해진 오픈마켓이라는 오래된 적의 공격을 받아 침몰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