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갑(甲)질 전성시대다. 크게는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의 땅콩 리턴부터 작게는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소소한 울분까지.

이런 분위기에서 롯데마트가 제품 홍보를 위한 시식행사 비용을 전액 납품업체에 떠넘기는 ‘갑질’을 벌여 눈길을 끌고 있다. 그런데 롯데마트의 갑질은 일반적인 갑질과는 온도차이가 있어 보인다. 이륙하려던 항공기를 세우는 갑질은 그 규모부터 블록버스터급이지만, 롯데마트로 대표되는 대형 유통점의 갑질은 그 폐혜나 사안의 심각함은 대한항공 사태와 비견될 만 하지만, ‘다소 통이 작은’ 느낌이기 때문이다. 통큰 치킨으로 업계의 관심을 끌었던 롯데마트라는 점에서 다소 아이러니하다.

자연스럽게 구글의 갑질이 연상된다. 구글은 막강한 생태계 인프라를 보유한 상태에서 자신들을 키워준 구성원을 대상으로 소위 갑질을 벌이는 대표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환불 규정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자유자재로 변형했으며, 온라인 광고 수수료 측면에서도 ‘세계 표준’이라는 다소 모호한 잣대로 '인색한' 재화 나누기에 ‘열심’이다. 자체 앱 스토어를 장착한 아마존의 앱을 강제로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삭제한 대목도 결국 ‘또 다른 생태계를 용납할 수 없다’는 일종의 몽니로 해석된다.

이 대목에서 업계는 구글의 갑질이 지나치게 디테일하다는 점을 문제 삼는다. 국가와 국가, 거대기업과 기업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갑질은 그 자체로 굵직한 전략의 하나로 이해될 여지가 있으나, 구글이 이용자 한 명, 개발자 하나하나에도 꼼꼼하게 갑질을 벌이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기준도 모호하고 특정 갑질을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문제의 경중을 따져보자면, 힘없고 영향력이 전무한 대상을 상대로 작은 밥그릇 하나까지 모두 박탈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분명 지양해야 한다는 뜻이다.

안타깝게도 구글은 이용자 약관부터 기업의 소소한 마케팅까지 간섭하며 자신들의 이익 극대화에 지나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드론까지 날리며 우주개발까지 나선다는 구글이 1달러 단위의 약관까지 바꾸며 정식대응을 벌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느낌이다.

롯데마트에 대한 공정위의 결정도 결국 ‘구글스러운 일’이 발단이다. 현재 납품업체에 판매촉진행사 비용을 부당하게 전가해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한 롯데마트는 시정명령과 더불어 과징금 13억8천900만원을 물게 생겼다. 물론 이는 지금까지 롯데마트를 포함해 많은 ‘갑’들이 암암리에 벌이던 일이지만, 공정위가 이를 적발해 처음으로 제동을 걸었다는 것은 그 만큼 사안의 심각함을 반증하는 셈이다.

롯데마트의 구글스러운 일을 살펴보자. 공정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지난해 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창고형 할인매장 'VIC마켓' 4개 점포에서 대행업체를 통해 149개 납품업체의 식품 시식행사 1456회를 열었으며, 발생한 소요 비용 16억500만원을 납품업체에 전액 부담시켰다. 물론 롯데마트는 약정서가 존재했으며 구체적인 비용까지 산출하기 어렵다고 해명했으나, 현 상황에서 공정위의 판단은 달라 보인다. 공정위는 조만간 회의를 열어 롯데마트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추가 제재와 확정 과징금을 결정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갑질의 빈도가 높아지며 그 스케일이 작아진다는 것은, 결국 힘을 가진 자들의 핍박이 더욱 꼼꼼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을 가능하게 만든다. 구글은 막강한 글로벌 기업의 지위를 점유하며 작은 이익에 집중하는 괴이한 모델에 집중하고 있고, 롯데마트는 자신들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영세한 납품업체를 쥐어짜며 진정한 의미의 ‘우공이산’을 시행하고 있다. 롯데마트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변명은 필요없다. 중요한 것은 이 시대의 갑질이, 점점 더 치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