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조립식 스마트폰 아라폰이 내년 1월 출시된다. 아라폰 개발을 총괄하는 프로젝트 아라는 내년 1월 14일과 21일 미국과 싱가포르에서 개발자 회의를 열어 마지막 담금질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아라폰의 가격은 약 5만5000원이다.

아라는 이용자가 자신의 취향에 맞게 스마트폰을 조립하는 제품이다.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바디'에 배터리 및 안테나 등 각 기능을 블록으로 제공해 마음대로 조립해 사용할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스마트폰을 직접 제작하는 셈이다.

프로젝트 아라는 구글과 모토로라 모빌리티가 2013년 10월 발표한 개방형 모듈러 스마트폰 플랫폼이며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묶는 통합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 구글은 잠시 품었던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중국의 레노버에 재매각하면서 다수의 특허와 함께 프로젝트 아라는 끝까지 쥐고 있었다.

처음 아라폰이 등장했을때 업계의 반응은 엇갈렸다. 흥미로운 플랫폼이라는 반응이 대부분 이었으나 일각에서는 '장난감 같다'는 지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금은 아니지만, 처음 아라폰이 나왔을 때 일각에서는 글로벌 스마트폰 하드웨어 스펙이 상향 평준화의 흐름을 잡아가는 마당에 5만원이 조금 넘는 조립식 스마트폰은 사소한 일탈로 보였다. 하지만 아라폰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아니, 오히려 무시무시한 변화의 바람을 내포하고 있어 두려울 지경이다.

▲ 출처=서큘러 디바이스

아라폰, 구글의 무료 B2C 방정식을 따르다
아라 프로젝트가 아라폰을 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것은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구글이 가장 많이 했으며, 가장 잘 하는 것. 바로 무료 생태계 구축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모바일 OS 안드로이드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오픈소스 기반으로 설계해 세계의 개발자들을 자연스럽게 품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무지막지하게 몸집을 불리는데 성공했다. 무료 생태계 B2C 전략인 셈이다.

이러한 흐름은 아라폰에서도 재연된다. 구글은 이용자의 행동을 빅데이터로 축적해 다양한 패턴조각을 수집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정교하게 아라폰을 설계해 냈다. 여기에 2013년 6월 가동한 프로젝트 룬과 태양광 무인 드론, 그리고 전 국토 와이파이 폭격이 더해져 큰 그림이 윤곽을 드러낸다.

현재 구글은 자신들의 자본을 아낌없이 투자해 세계를 인터넷 천국으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중이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구글의 다양한 인터넷 살포 프로젝트는 공짜로 진행되는 일련의 사회공헌사업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치밀하게 짜여진 계산에서 비롯됐다. 현재 무료로 뿌려지는 인터넷의 혜택은 이용자가 마음대로 조립하는 아라폰과 만나 거대한 생태계를 이룰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이용자의 취향을 반영한 아라폰이라는 다변적 스마트폰과, 그에 걸맞는 인터넷 환경이 만나 그 자체가 하나의 생태계로 변신하는 셈이다. 물론, 그 주인공은 모든 것을 설계한 구글이다.

정말 무서운 이유, 집단지성
여기서 약간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바로 묵직한 인류의 역사. 인류문명의 진보는 언제 급물살을 탔을까? 소위 역사시대부터 존재했던 인류의 발전은 다양한 요인으로 조금씩 성장해왔으며, 이러한 흐름은 굳이 계급론적 측면이 아니더라도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거센 격랑속으로 몸을 던졌다는 것이 중론이다. 인류가 지난 100년간 이룬 문명적 진보가 1만년 인류역사 발전의 속도를 뛰어넘기 때문이다. 당장 문명의 발전과 비례하는 환경파괴의 속도를 생각해보자. 결론은, 우리 인류는 근 100년간 가장 눈부신 발전의 기로에 섰다.

그 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역사학자들은 말한다. 미명의 시대와 역사시대를 거치며 견고하게 자리잡았던 사회계급이 서서히 무너지며 발전의 속도도 빨라졌다고. 의회 민주주의가 태동한 서구에서 많은 사람들의 발전의 속도에 뛰어들자 인류의 역사도 진보했다는 설과 비슷하다. 계급론이 무너지며 산업혁명이 탄생했으며, 산업혁명은 인류역사의 흐름을 바꿨다. 사실 간단한 말이다. 피지배계층이 우루루 전면에 나서는 순간, 인류는 달리기 시작했다. 집단지성이다.

인터넷과 아라폰의 만남으로 파생된 거대한 생태계는 이러한 집단지성을 시사하고 있어 무섭다. 인터넷이라는 막강한 인프라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스마트폰을 마음대로 제작하는 시대는, 결국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통해 보여준 집단지성의 힘을 느끼게 해준다. 여기에 3D프린터라는 적절한 도구까지 더해지면 서드파티를 넘어 그 이상의 형식파괴가 벌어지며, 개발자와 이용자의 경계가 무너지는 충격적인 패러다임의 붕괴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상상해보자. 삼성전자와 애플이 마치 축제라도 벌이듯 요란한 이벤트와 더불어 고사양의 스마트폰을 출시한다.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 인프라와 자유자재로 변하는 아라폰을 가진 다수의 개발자 겸 이용자들은 측정이 불가능한 기술로 다양한 가능성을 창조해낸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스마트폰이 '좋은 본보기'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아라폰은 저가 스마트폰이다. 당장 성공할 수 있다고 장담하기 어려우며, 설사 성공 하더라도 거쳐야 할 관문이 많다. 하지만 인류역사의 진보를 이끌었던 집단지성을 능수능란하게 활용하는 구글이 아라폰과 프로젝트 룬, 태양광 무인 드론과 더불어 다가오는 3D 프린터 시대까지 섭렵한다면 우리는 전혀 다른 세상으로 텔레포트 '당하게' 될 수 있다.

그 중심에는 집단지성이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는, 중우정치와 같은 극단적인 사례가 아니라는 가정으로, 집단지성을 뛰어넘는 폭발적 발전의 역사를 겪어보지 못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빅데이터와 클라우드라는 현존하는 플랫폼과 더불어 어쩌면 아라폰의 미래가 레드오션으로 부상한 스마트폰 시장의 흐름을 바꿀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게 되면 사물인터넷을 기반으로 스마트폰-웨어러블-스마트홈=스마트시티로 이어지는 연결고리의 주인은 구글이 될 것이다.

물론 불안요소도 있다
하지만 아라폰의 구글도 불안요소는 있다. 주도권을 이용자에게 넘겨 개발자와 이용자를 동일시하고 이를 위한 훌륭한 인프라를 제공해 거대한 경쟁력을 끌어내는데 성공한다고 해도, 안드로이드에서 벌어진 일이 아라폰 정국에서도 벌어질 확률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구글은 오픈소스라는 이유로 커스터마이징을 겪은 변종 안드로이드와 안드로이드 오픈소스의 협공에 실질적 이득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 안드로이드원 프로젝트라는 고육책이 등장한 이유다. 이러한 흐름은 양날의 칼과 같아서, 아라폰 정국에서도 구글의 입지는 급격하게 줄어들 여지가 있다. 결국 주도권을 내어주며, 무료 생태계를 만들었기에 성공하지만 실패한다는 뜻이다. 안드로이드를 거치며 뼈 아픈 교훈을 얻은 구글이 아라폰으로 어떤 전략의 변화를 보여줄까? 이 대목을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삼성전자와 애플의 운명이 바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