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일본에 기술개발 거점을 만든다는 소식이다. 지금까지 기술개발 전진기지를 미국에만 두던 애플이 갑자기 일본으로 눈을 돌린 이유는 무엇일까? 아베 정권과 관련된 정치적인 이유와 더불어 다양한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의미있는 분석이 일본 현지에서 나와 눈길을 끈다. 키워드는 고령화와 모바일 헬스, 애플워치와 실버사업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1일 애플이 일본에 기술개발 거점을 둔 배경에 ‘고령화’가 있다고 지목했다. 실제로 일본은 1990년부터 고령화가 진행되어 현재 ‘인구 1억명 사수’를 정부정책으로 삼을 만큼 심각한 상황에 몰렸다. 그런데 고령화와 애플의 기술개발 거점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연결고리는 모바일 헬스다. 현재 삼성전자를 비롯해 다양한 글로벌 IT기업들은 스마트폰 시장의 포화로 인해 웨어러블을 기점으로 삼는 본격적인 사물인터넷 시대를 준비하고 있으며, 이는 온전히 스마트홈과 스마트시티의 비전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스마트폰에서 웨어러블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모바일 헬스가 화두로 부상했다. 생활밀착형을 바탕으로 하는 기능적 측면에서 헬스가, 이를 실체화시키는 플랫폼으로 모바일이 각광을 받고 있는 셈이다.

다시 애플의 일본 기술개발 거점 설립으로 돌아오면, 그림은 더욱 명확해진다. 고령화가 진행되는 일본은 모바일 헬스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싶어하는 애플에 있어 가장 훌륭한 테스트베드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프라도 훌륭하다. 애플은 이미 지난 10월부터 건강관련 서비스 창출을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가나가와현에서 건강 관련 제휴를 진행하고 있으며, 애플이 기술개발 거점을 설립할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지구에는 ‘라이프이노베이션 국제전략종합특구’도 설치돼 있다.

타이밍도 좋다. 애플의 웨어러블 스마트워치인 애플워치가 내년 초부터 대량양산에 돌입할 확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애플워치는 디스플레이 및 프로세서의 생산력 약화 논란에 휘말리며 정확한 출시 일정이 나오지 못했다. 삼성전자 및 소니가 다양한 스마트워치를 발표하며 시장을 이끌고 있지만 애플워치는 ‘아직 준비 중’인 단계에 머물렀던 셈이다.

그러나 애플의 생산 파트너사인 콴트가 직원 숫자를 크게 늘리며 애플워치 초기물량을 대량으로 시장에 풀 여력이 생기자, 일각에서는 내년 1월 1일부터 애플워치가 시판될 확률이 있다는 다소 성급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애플워치는 다양한 스타일 및 기능적 측면의 장점도 많지만, 건강 응용 프로그램을 통한 모바일 헬스 인프라에도 강점을 가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애플은 내년 초부터 고령화 시대를 관통하는 일본에 기술개발 거점을 만들어 모바일 헬스 인프라를 강화하고, 적절히 등장한 애플워치를 통해 이를 구체화시킬 전망이다.

이런 분위기는 일본 정부의 기본적인 정책기조와 맞물리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일본 실버시장은 2013년을 기준으로 60세 이상의 소비가 전체 소비의 43%를 차지하고 있다. 약 100조 엔이 넘는 초거대 실버시장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2030년까지 60세 이상의 노년층은 49.3%로 확대, 그 시장규모도 111조 엔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고령화를 경제성장의 저해요소가 아닌, 실질적 동력으로 삼으려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의료 및 은퇴 후 여행, 삶의 질 개선 등 다양한 실버사업을 통해 국가경제의 활력을 찾겠다는 의지다.

일본정부의 실버사업 활성화 방안과 애플의 모바일 헬스 전략이 만나면,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애플워치라는 가시적인 플랫폼이 등장하면 각각의 요소는 하나의 시너지를 발생시키며 윈윈전략의 퍼즐을 맞추게 된다.

애플은 모바일 헬스 빅데이터를 입수하며 실질적 플랫폼인 애플워치를 통해 관련 인프라를 육성하며, 일본 정부는 애플의 성장에 따른 고용 및 경제 활성화 효과, 더 나아가 실버사업을 통한 경기부양 효과도 누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