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CU, 세븐일레븐

1997년 외환 위기 시절,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대학생에게 500원짜리 편의점 삼각 김밥은 가난한 학생들의 고픈 배를 달래주는 일용한 양식이었다. 2008년 금융 위기가 닥쳐왔을 때 편의점에서 파는 2500원~3000원짜리 도시락은 밥 한 끼 사 먹기가 부담스러워진 가장들의 얇아진 지갑을 지켜주는 존재였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1인 가구가 증가하고 간편식을 선호하는 소비자의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편의점 도시락은 저렴한 가격에 맛과 영양을 고려한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을 만큼 변했다.

1989년, 서울 송파구에 생긴 국내 1호 편의점 세븐일레븐(올림픽선수촌점)을 시작으로 훼미리마트(현 CU), 미니스톱, LG25, 바이더웨이 등 여러 편의점 체인이 문을 열었다. 1993년 전국 1000호점을 돌파, 1997년 2000호점 돌파에 이어 25년이 된 올해에는 편의점 3만개 시대가 열렸다.

그동안 편의점의 모습은 많이 변했다. 국내 첫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 종이컵에 얼음과 탄산 음료수를 담아 판매했던 히트상품 ‘걸프’는 아직도 일부 점포에서 판매 중이라고는 하지만 이제는 추억의 제품이 되었다. 한때 500원이었던 편의점 삼각 김밥도 800~900원으로 올랐다. 이제 편의점은 한국형 이용자 중심으로 탈바꿈해 모든 상품과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한편 택배를 찾기도 하고, 회의를 진행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게임은 물론 각 지역에 걸맞은 특색 있는 모습으로 소비자들의 발길이 자연스레 닿도록 유도하는 게 요즘 편의점의 모습이다.

편의점에서 노래 듣고, 공부하고, 게임도 한다

CU는 21세기 한국형 편의점 전략의 일환으로 개별 점포의 특성을 살린 새로운 포맷의 편의점을 지속해서 선보이고 있다.

먼저 서울 종로구 동숭동에 위치한 ‘마로니에공원점’에는 2~3평 남짓한 소형 무대에서 아마추어 뮤지션들의 노래를 들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단순한 쇼핑 공간에서 문화 공연까지 즐길 수 있는 생활 속 쉼터로, 고객들에게 색다른 경험과 즐거움을 주면서 공연문화 활성화에도 기여하고자 하는 게 회사 측의 목적이다.

서울 동숭동에 위치한 ‘동숭아트점’은 매장 내에 소규모 모임이 가능하도록 회의용 테이블과 화이트보드, HDTV 등을 설치해 미팅룸을 운영하고 있다. 이용료는 시간당 1인 1000원으로 노트북 무료 대여가 가능하고 복사, 스캔, 출력 등 복합기도 사용할 수 있다. 특히, 편의점이라는 특성을 살려 24시간 언제든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기존 편의점이 대로변이나 보행로에 위치한 것과 달리, 주차 건물 내부에 위치해 고객 중심 사고의 입지 전략을 보여주는 편의점도 있다. 경기도 수원시에 위치한 ‘주차타워점’은 차량을 주차함과 동시에 바로 편의점을 이용할 수 있다. 이에 출퇴근 시 직장인들이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고 사무실에서 필요한 비품들도 다양하게 갖추고 있어 편리하다.

이외에도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을 편의점에 접목시켜 카운터 및 좌식대에서도 휠체어를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한 ‘순천성가롤로병원점’, 유통 채널로써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편의점과 약국이 결합된 형태의 ‘약국병설형 편의점’, 다양한 장소에서 고객을 찾아가는 이동형 편의점 ‘트랜스포머’ 등이 있다.

CU관계자는 “향후에는 택지개발지구, 산업단지조성지구 등 상권이 활성화되고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특정용도 없이 비어 있는 빈 땅(나대지)을 단기간 임차해 팝업스토어 형태의 편의점을 운영할 예정”이라며 “이용자 중심의 21세기 한국형 편의점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븐일레븐은 서울 강남구에 초대형 점포 ‘도시락카페’ 1호점(KT강남점)을 오픈했다. 고객들에게 복합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질적인 변화를 선도한다는 게 회사 측의 전략이다.

먼저 1층은 직장인, 외국인 관광객, 주택가 고객 등의 수요에 맞춘 상품이 구성돼 있으며 알뜰폰, 보틀, 와이셔츠, 화장품 등 비식품군 상품도 대폭 늘렸다. 2층에는 8석의 미팅룸, 안마의자, 고객전용 화장실이 마련돼 있다. 아울러 최신 IT기기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간단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미래 편의점은 현재보다 공간이 넓어지고 고객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하나의 장소에서 해결하는 ‘복합 생활 거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공간의 한계 탈피’ 편의점 안에 IT 있다

편의점에 들어서면 기존에 설치해 놓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어떤 상품을 할인받을 수 있는지 자동 팝업으로 즉석 할인쿠폰을 제공받을 수 있다. 스마트폰에 CU멤버십을 설치한 고객이 받을 수 있는 ‘팝콘 쿠폰’ 서비스 얘기다.

CU는 첨단 기술을 활용한 모바일 쿠폰 서비스를 도입해 고객들의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된 쇼핑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기존 종이 쿠폰이 사용하기 번거로워 활용도가 낮은 것과 비교하면 고객 편의를 대폭 개선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서비스다. 아울러 CU멤버쉽 애플리케이션에서는 사용자 카드의 포인트 조회 기능은 물론 나의 스탬프, 포인트 상품 복불복 게임, 이벤트 등 다양한 기능과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김성환 BGF리테일 마케팅팀장은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혜택을 드리기 위해 모바일을 활용한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븐일레븐은 카카오톡을 이용한 전자지갑 ‘뱅크월렛카카오’ 서비스를 시작했다. ‘뱅크월렛카카오’는 금융결제원과 16개 시중 은행, 그리고 다음카카오가 함께 만든 국내 최초 SNS 기반 모바일 지갑 서비스로 온·오프라인 결제는 물론 카카오톡 이용자 간 소액송금, 전국 현금자동지급기(CD)·현금자동입출금기(ATM)의 이용 등 다양한 서비스를 간편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다.

GS리테일은 최근 박람회를 통해 미래형 편의점의 모습을 선보였다. 향후에는 홈쇼핑에서 봤던 물건을 집에서 가장 가까운 편의점에서 입어본 후 주문을 하고 집이나 편의점에서 받을 수 있다. 편의점에서 구입한 물건은 스캔 과정 없이 자동으로 계산되어 있으며, 자신의 구매 패턴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리포트를 통해 합리적인 소비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오경석 한국편의점협회 홍보기획팀장은 “편의점은 온라인 쇼핑몰과의 제휴로 옴니채널을 구성, 고객의 편의성을 강화하고 있다”며 “향후에는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첨단시스템을 이용해 소비자의 편의를 넘어 편익을 제공하는 생활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출처: 편의점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