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면 많은 투자자가 내년 토지시장의 전망을 물어보며, 유망지역을 추천해 달라는 문의가 굉장히 많다. 그럴 때마다 필자는 ‘내년 국가예산을 살펴보라’고 말한다. 유망투자지역을 물어보는데, 국가예산을 살펴보라니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대답이냐고 할 수 있겠지만 필자는 항상 그렇게 말한다. 왜냐하면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에서 돈의 힘만큼 강력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국가예산 중에서도 국토교통부 예산, 특히 도로,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잘 살펴봐야 한다. 왜냐하면 부동산은 길이 곧 돈이고, 철도가 곧 돈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에 실시됐던 4대강 사업으로 현 정부는 SOC 투자에 소극적이었지만, 2015년에는 경기부양과 고용유발 효과가 큰 SOC 예산을 조기에 집행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도로, 철도 등 SOC에 대한 투자(21조7000억원)가 확대된다. 내년 국가 예산 중 도로 예산이 전년도 8조3912억원에서 9조173억원으로, 철도는 6조8032억원에서 7조4051억원으로 증액됐다.

필자는 특별히 철도 예산에 대해 관심을 가져보라고 주문하고 싶다. 에너지 위기와 온실가스 등이 세계적인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국제사회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 가운데 승용차의 1/6, 화물자동차의 1/8 정도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철도는 화물수송과 여객수송에 있어 가장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으로 계속 각광 받을 수밖에 없다.

앞으로도 철도 예산의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도 철도 역세권 주변을 중심으로 지가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위 ‘명품 전철’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첫째, 지상철보다는 지하철이어야 한다. 둘째, 수도권과 연결돼야 하며, 특히 강남을 경유해야 한다. 셋째, 경전철이 아닌 중전철이어야 하며, 단선이 아닌 복선이어야 한다. 넷째, 승용차나 버스보다 도착 속도가 빨라야 한다. 다섯째, 기존 전철의 연장 예정 구간 또는 신도시를 경유해야 한다.

언급한 다섯 가지 조건에 다 부합하는 전철을 명품 전철이라 할 수 있겠다. 명품 전철은 명품이 아닌 전철에 비해 ‘3승법칙(전철 확정, 착공, 개통 시 각 단계마다 3배씩 오름)’이 더 강력하게 작용하고 가격 탄력성도 월등히 높아 투자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 지하철 9호선이 좋은 예다. 9호선은 황금노선이라고 불리며 개통되던 해에 다른 지역 집값 상승률보다 무려 4.8배나 높은 상승률을 그렸다. 이번 기고에서는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명품전철 노선을 살펴보고자 한다.

신분당선 연장선

신분당선은 강남역과 분당 정자역을 16분에 연결하는 획기적인 교통수단으로 화제를 모았다. 신분당선의 개통으로 판교, 정자를 중심으로 집값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는 것은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현재 신분당선 연장선(정자~광교) 구간은 2012년 12월에 착공해 2016년 2월 완전 개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미 3승법칙 중 2승(확정, 착공)이 반영됐지만, 개통에 맞춰 추가적인 지가상승을 예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광교신도시 역세권 중심으로 많은 프리미엄이 형성돼 있어 투자에 부담스럽다면 향후 추진계획으로 잡혀 있는 신분당선 광교~호매실 구간과 신분당선 강남-삼송 구간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기존 노선(4‧5‧8‧9) 연장선

대표적인 노선이 9호선이다. 9호선은 황금노선으로 불리며 착공부터 개통까지 강서구 일대를 중심으로 큰 폭의 상승을 가지고 왔다. 2015년 3월이면 강남 신논현역에서 종합운동장까지 이어지는 4.5km 구간이 개통된다. 9호선 2단계 구간은 강남구 삼성동(코엑스, 한국전력부지 개발)과 송파구 잠실동(제2롯데월드) 개발 등이 맞물려 후광효과를 볼 수 있는 지역으로 역세권 아파트의 집값 상승이 기대된다. 2016년 개통예정으로 공사 중에 있는 9호선 3단계 노선(종합운동장~보훈병원) 중에서도 그동안 강남까지 지하철 접근이 어려웠던 둔촌동, 삼전동 지역의 집값 상승이 예상된다.

최근 서울 당고개에서 남양주를 잇는 지하철 4호선인 ‘진접선 기공식’이 열렸다. 2020년까지 1조3322억원을 들여 서울지하철 4호선 당고개역과 남양주시 별내신도시, 오남, 진접 등 3개 역(모두 가칭)을 연결하는 14.8km 구간의 철도다. 전철이 개통하면 진접지구에서 서울역까지 환승 없이 49분이면 갈 수 있다. 또한, 8호선 연장선인 별내선은 2015년 총 500억원의 사업비가 배정돼 내년 착공이 예정되어 있으며 12.6km에 서울 암사역부터 별내신도시 등에 역사 5곳이 신설된다. 4호선과 8호선 연장선이 지나가는 별내신도시가 역세권 개통효과를 볼 수 있는 지역으로 꼽힌다.

마지막으로 지하철 5호선의 연장선인 하남선이 지난 9월 착공됐다. 서울지하철 5호선을 강동구 상일동에서 하남시 창우동까지 연장하는 사업으로 총 9909억원의 예산이 투입돼 7.7km 구간에 5개의 정거장이 설치된다. 미사강변도시와 하남지역이 수혜지역으로 꼽힌다.

2TX(KTX, GTX)

수도권 전철망과 광역교통망의 최대 화두는 ‘2TX’로 불리는 KTX와 GTX다. 이 두 전철망의 파급력은 앞서 살펴본 전철이나 수도권의 경전철과 달리, 향후 수도권 집값 판도를 확 뒤집는 전철의 대장주라고 말하고 싶다.

KTX 수서~평택 구간은 2016년 개통예정으로 개통되면 수서~평택 구간이 19분 정도 소요돼 수도권 교통의 판도를 바꿀 예정이다. 수서와 평택 일대도 직접적인 수혜를 입게 되지만, 최대 수혜지는 동탄신도시라고 말하고 싶다. 지상이 아닌 지하로 KTX가 다니도록 시공되고 있고 이는 GTX와의 환승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2016년 개통이 되면 수서~동탄 구간이 12분, 동탄~세종시 구간이 30분 내에 도달 가능해 미래 가치가 높은 수도권의 중핵도시로 동탄의 인기가 높아질 전망이다.

광역급행철도(GTX)는 고양~동탄(A노선, 73.7km) 노선과 청량리~송도(B노선, 48.7kn) 노선, 의정부~금정(C노선, 45.8km) 노선 등 3개의 노선이다. 이중에서 시범사업으로 A노선 중 삼성~동탄 구간이 선정돼 내년 정부 예산안에 삼성~동탄 간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건설 사업비 1158억원이 반영됐다. GTX의 경우 수도권 전체가 골고루 수혜를 입게 되지만, 특히 송도나 군포, 일산 등이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마다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중간역사에 섣부르게 투자하기보다는 종착역 중심으로 투자하는 것이 현명하다.

KTX와 GTX의 경우 지금까지 그 어떤 전철망보다 강력한 파급력을 지니기 있기 때문에 2TX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외에도 수인선, 신안산선 등 주목해야 할 노선이 있지만 현재 수도권에서 가장 큰 이슈가 있는 노선이 바로 위에서 살펴본 노선이다.

‘길이 뚫리면 돈이 된다’는 부동산 격언은 앞으로는 ‘철도가 뚫리는 곳이 돈이 된다’라고 바꿔야 할 듯하다. 신년 국가예산에 관심을 갖고 올해 개통 및 공사가 진행 중이거나 신규 착공하는 전철 노선에 관심을 갖는 것이 현명한 부동산 투자로 들어서는 첫걸음임을 기억하자.

강산 coolsani@naver.com

강산 아스타엠피엘(주) 투자이사는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를 졸업하고 KB금융그룹 부동산금융팀에서 실무를 쌓았다. 현재 네이버에서 ‘땅머슴’이라는 닉네임의 파워블로거로 활동하며, 투자자들에게 노른자위가 될 토지를 추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