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고급차 시장 1위인 BMW가 업계 최연소 CEO를 내세워 한층 더한 공격(aggressive) 경영에 나선다.
 

▲ 하랄트 크루거 BMW 차기 회장. 출처=BMW 그룹

지난 9일 BMW 그룹이 감사위원회를 통해 지목한 차기 CEO는 바로 49세의 하랄트 크루거(Harald Krüger) 글로벌 생산총괄 사장이었다. BMW 성장 공신으로 평가받는 노버트 라이트호퍼 현 회장은 예상보다 빨리 회장직에서 물러나 그룹 감사위원회 의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내년 5월 공식 취임을 앞둔 크루거는 BMW 역사상 처음으로 40대의 CEO가 된 셈이고 세계 자동차 시장의 주요 메이커들 가운데도 가장 젊다. GM의 메리 바라 CEO가 52세, 포드의 마크 필즈 CEO는 53세, 르노•닛산그룹의 카를로스 곤 회장은 60세로 알려졌고 한국 업체인 현대차그룹의 정몽구 회장은 올해로 벌써 일흔 중반을 넘었다.

크루거는 명문 아헨공대와 브라운슈바이크공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1992년 수습사원으로 BMW그룹에 입사, 22년만에 왕좌를 거머쥐게 됐다. 그는 라이트호퍼 회장처럼 BMW, 한 회사에서 거의 모든 커리어를 쌓았다. 크루거는 입사 후 라이트호퍼 회장의 눈에 들어 두루 다양한 자리에서 업무를 익혔다고 한다. 독일 기업은 통상 감사위원회에서 주요 사안을 결정하고 인사를 관할하는 것을 감안하면 라이트호퍼는 회장직에서 물러나도 사내 파워는 건재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실세’다.

미니와 롤스로이스와의 판매 총괄과 인사 책임자, 영국 BMW 엔진공장 관리 책임자, 공장 건설현장 엔지니어 등 여러 분야에서 경력을 쌓고 2008년부터 이사회 임원직을 맡고 있다. 젊지만 촉망받는 인재로 BMW 사내에서는 이미 ‘포스트 라이트호퍼’라 불리며 라이트호퍼 회장을 이을 후계자로 지목됐다.

자동차 전문가인 뒤스부르크-에센 대학의 교수 페르디난드 두덴호퍼는 NYT와의 대화를 통해 “그는 다양한 포지션에서 일을 해서 회사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면서 “정말 BMW다운 인사”라고 평가했다. 두덴호퍼 교수는 한 컨퍼런스에서 크루거를 만난 기억을 떠올리며 “소탈하고 친화적이어서 독일 말로 같이 ‘맥주 한잔 할 수 있는 사람’이다”라고 전했다.

임명 직후 본지가 요청한 인터뷰에 대한 차기 회장의 답변 또한 소탈하고 겸손했다. 그는 먼저 감사의 인사를 표한 후 아직 BMW 그룹 책임자로서의 자신의 역할에 대해서는 쉽게 언급하기 어려우니 취임 전까지는 미디어와의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며 양해를 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