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사를 말하면 항상 샤오미와 화웨이 등을 거론한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한편, 국내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우리는 샤오미와 화웨이와 같은 2세대 스마트폰 제조사의 뒤를 이어 등장한 중국의 3세대 스마트폰 제조사를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이들은 선배의 흔적을 쫒으며 세심한 전략을 짜고 있다. 원플러스와 쿨패드가 대표적이다.

 

원플러스, 무시무시한 가성비 대마왕

'대충은 없다(Never Settle)'는 기업 슬로건으로 유명한 원플러스는 지난해 12월 17일 설립된 병아리 제조사다. 창업주인 피트 리우 CEO는 전자제품 회사인 OPPO에서 개발부장, 블루레이사업부 부사장으로 재직한 IT재원으로 꼽힌다.

그가 OPPO를 나와 원플러스를 설립한다고 했을 때, 많은 지인들은 말렸다고 한다. 스마트폰 시장이 레드오션으로 부각되며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퇴사한지 1년도 되지않은 시점에서 새로운 회사를 차리는 것은 위험요소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트 리우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며 자신의 소신을 관철시켰고, 결국 잭팟이 터졌다. 현재 원플러스의 스마트폰인 ‘원플러스원’은 중국과 글로벌 시장에서 100만대가 넘는 판매고를 올리며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원플러스의 스마트폰은 구글의 넥서스 시리즈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엄청난’ 수준이다. 플래그십 킬러라는 별명이 증명하듯, 디스플레이는 5.5인치 풀HD(1920x1080) 해상도에 고릴라글래스3를 탑재했다.

여기에 퀄컴의 2.5GHz 쿼드코어 프로세서 스냅드래곤 801 탑재에 3100mAh라는 무시무시한 배터리 스펙, 후면 카메라에는 1300만 화소의 소니 EXMOR IMX214 센서를 자랑한다. 운영체제는 안드로이드 4.4킷캣을 지원한다. 갤럭시S5와 비슷한 사양으로 보면 정확하다. 그럼에도 가격은 16GB 가격이 299달러, 64GB는 349달러 수준이다.

▲ 출처=원플러스

애초에 글로벌을 지향했다

원플러스는 강력한 스펙을 보유한 전략 스마트폰 위치를 점하며, 동시에 낮은 가격으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잡아가는 분위기다. 하지만 원플러스가 단순히 가성비가 훌륭하다는 이유로 특별한 것은 아니다. 원플러스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이들이 설립 당시부터 중국이 아닌 ‘글로벌 시장’에 방점을 찍었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원플러스의 초기매출 대부분이 글로벌 시장에서 발생한 것을 고려해야 한다. 중국시장과 글로벌 시장을 나눠 판매전략을 수립했으며 오히려 글로벌 시장 전략을 구상하며 세분화된 전술을 짜기도 했다. 내수시장에서 몸집을 불려 글로벌 시장을 타진하는 일반적인 중국 제조사의 성공 방정식과 180도 다르다.

심지어 원플러스는 글로벌 조직 인적구성을 미주, 유럽, 아시아 1:1:1 비율을 맞춘다. 결국 원플러스의 최종목표는 중국 내수시장이 아니다. 시작부터 ‘높은 곳’을 보고 있었다는 뜻이다.

여기에 독특한 마케팅도 있다. 원플러스는 저가폰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자신들의 높은 스펙을 자랑할 수 있는 다양한 마케팅을 활용했다. 일단 샤오미와 같은 온라인 마케팅 및 판매루트는 당연히 가져가며, 원플러스는 초기 판매 당시 회사에서 배포한 구매권을 보유한 사람만 한정적으로 자사의 스마트폰을 구입할 수 있는 초대제 방식의 마케팅을 벌였다. 구매권은 바이럴 마케팅에 참여하거나 SNS에 댓글을 단 사람들에게 보내졌으며,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은 결국 ‘원플러스=프리미엄’이라는 관념을 만들기 이르렀다.

심지어 원플러스는 이용자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동급의 스마트폰을 ‘부수면’ 원플러스원을 1달러에 구입할 수 있는 ‘Smash the Past (스매시더패스트)’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다소 파괴적인 설정이지만, 이러한 마케팅은 국경의 한계를 뛰어넘는 IT기술의 바람을 타고 세계로 퍼져나갔다.

자체 OS 개발에 나서는 대목도 중요하다. 원플러스는 그동안 변종(Custom) 안드로이드 개발 업체인 사이노젠 플랫폼을 자사 제품에 활용했으나, 최근 인도 시장 공략을 추진하면서 독자 버전을 개발하게 됐다. 여기에는 정치적인 동기가 있으나, 결론적으로 원플러스는 소프트웨어 생태계 구축에 나서게 된 셈이다. 내년 2월 원플러스가 자체 개발한 독자 버전이 등장할 예정이며, 이는 원플러스의 세계정복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 원플러스 경영진. 출처=원플러스

쿨패드, LTE를 잡았다

중국의 쿨패드는 국내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회사 중 하나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이미 막강한 브랜드를 자랑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 1위의 자리에서 내려온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쿨패드다.

쿨패드의 중국 내 명칭은 위롱컴퓨터통신주식회사(宇龙计算机通信科技有限公司)다. 1993년 설립되어 3세대 스마트폰 제조사로 불리기는 다소 무리가 있으나, 스마트폰 제조사로 두각을 나타낸 것은 비교적 최근이기 때문에 3세대로 분류되는 분위기다.

 

연구개발로 다변화된 정책을 편다

쿨패드는 중국에서 급속도로 퍼진 LTE의 흐름을 타고 급성장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다양한 제조사들이 LTE 기술에 적응하고자 노력했으나, 결국 최후의 승자는 쿨패드였다. 제품군을 다각화시키고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이용자의 기호를 자아내기 위한 세심한 전략을 짠 성과다. 2004년 홍콩증시 상장 이후에 연간 18억 달러의 판매고를 기록했으며, 6개의 연구개발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쿨패드의 강점은 저가에 중심을 찍은 다변화된 판매전략이다. 현재의 샤오미가 추구하는 방향과 비슷하지만, 사실 삼성전자의 변경된 스마트폰 판매 로드맵과 더 유사하다. 모델의 숫자를 다양화시켜 저가 포지셔닝을 시도하는 한편, 이를 바탕으로 LTE라는 기술적 대세를 따르는 기민한 움직임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쿨패드의 '대관 시리즈'는 전형적인 패블릿을 추구하며 1300만 화소 카메라와 2GB램, 3000mAh 배터리에 안드로이드 4.2 젤라빈까지 탑재했다.

▲ 출처=쿨패드

특히 연구개발에 방점을 찍었다는 점이 특기할 만 하다. 연구개발은 곧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한다는 의미며, 이는 기존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사와 쿨패드를 가르는 핵심가치다. 물론 화웨이의 경우 국내에도 연구개발 센터를 설립하며 관련 인프라 육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나, 쿨패드는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전부터 사업의 최우선 순위를 연구개발로 설정하는 분위기다.

 

원플러스와 쿨패드, 중국의 다음 전략이 보인다

샤오미와 화웨이의 성공 방정식은 카피캣 및 기술을 따라가는 방식으로 저가의 제품을 만들어 거대한 내수시장에서 몸집을 불린 후,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을 타진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는 마지막 단계에서 막혔다. 특허문제 및 저가의 스마트폰이라는 이미지가 글로벌 시장에서 효율적으로 먹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의 3세대 스마트폰 제조사의 전략은 2세대와 다르다. 이들은 원플러스처럼 설립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을 노리거나, 쿨패드처럼 연구개발에 심혈을 기울여 저가 포지셔닝 자체를 하나의 장점으로 승화시키는 노련함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원플러스와 쿨패드의 전략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들은 이미 진화했으며, 새로운 방식으로 글로벌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을 레드오션이라며 포기할 것인가? 사물인터넷 시대에서 스마트폰-웨어러블-스마트홈-스마트시티는 하나로 연결된 알고리즘을 보여주고 있다.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라면, 우리는 새로운 경쟁자인 이들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