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분양시장의 열기가 뜨겁다는 소식이 언론매체 등을 통해 전해진다. 정말 부동산이 올라가고 있는 걸까? 바닥을 찍고 부동산이 상승할까? 젊은 시절부터 부동산을 통해 재산을 늘렸던 베이비붐 세대에게는 부동산 뉴스가 최대 관심사다. 1차 베이비붐 세대(1955년~63년생)는 한국경제 급성장기에 부동산 불패신화의 주역으로 그 혜택을 가장 많이 누렸던 세대다. 그렇기에 부동산에 대한 사랑이 그 어떤 세대보다도 남다르다. 하지만 부동산 침체기를 거치면서 과거 부동산 불패신화를 맹신하고 늦게 투자한 투자자는 마음이 편치 못하다.

현 모 씨(54)는 직장생활 10년만인 1998년에 대치동 아파트를 퇴직금 중간정산과 대출로 무리하게 구입했다. 당시에는 월급으로 대출이자를 감당하기도 버거워 가격이 어느 정도 오르면 매도하려 했으나 자녀교육에 신경 써야 할 시기가 되면서 그냥 눌러앉았다. 다행히 부동산 가격은 2008년 금융위기 전까지 꾸준히 상승해 이자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매매차익이 쏠쏠했다. 역시 “돈은 이렇게 버는 것”이라는 생각에 기존 대출금을 거의 상환할 무렵, 현 씨는 추가 담보대출을 받아 용인에 아파트 한 채를 추가로 구입했다. 최근 부동산 가격이 조금 내려갔지만 대형 건설사가 지은 대단지이기 때문에 IMF 이후 집값이 반등했던 것처럼 바로 회복할 것이라는 중개업자 말에 혹해 예금까지 털어 구입한 아파트이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했다. 이렇게 부동산 바닥론에 이끌려 구입한 용인 아파트값이 끝도 없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도 손해 보고 매도할 수 없다는 생각에 이자비용을 부담하면서 계속 버티고 있었다. ‘언젠가는 회복되겠지’ 생각했던 부동산은 끝없이 추락해 현재는 구입 대비 30% 이상 하락한 상태다. 현재는 4억원선에서 매도 호가가 형성되고 있는데, 막상 집을 사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다. 참다못해 몇달 전 전세보증금 1억원, 월세 50만원에 반전세(수익률 2%)를 놓았다. 현재 대출금 3억원(대출 이율 3.4%)에서 발생하는 이자금액만 월 85만원이 나간다.

결국, 아파트를 보유하면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월 35만원(이자비용 85만원 - 월세 50만원)의 기회비용으로 계속 지출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투자할 당시만 해도 대출을 활용한 레버리지(지렛대 효과) 투자를 통해 노후자금을 마련해보려고 했지만, 부동산 경기가 나빠지면서 그 바람은 부서지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내년이면 정년퇴직이다. 현 씨는 불안한 마음에 은퇴설계전문가에게 상담을 의뢰했다. 은퇴 이후 국민연금과 부동산이 있으니 어떻게든 될 거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그런데 결과는 참담했다. 만약 현재와 같이 자산관리를 할 경우 퇴직 후 5년이 되는 시점에는 퇴직금을 포함한 금융자산이 모두 고갈되고, 70세가 되는 시점에는 부동산을 포함해 모든 자산이 고갈될 확률이 높게 나왔다. 무리한 부동산 투자에 따른 기회비용 지출과 자녀의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이 원인이었다. 전문가는 “지금이라도 보유부동산을 축소해 부채를 줄이고, 국민연금 수령 전까지 금융자산의 비중을 확대해 중위험·중수익형 자산배분으로 다양한 현금 흐름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전문가는 “자녀 교육 및 결혼지원자금 규모를 줄이고, 필요 시 주택연금을 활용한 부동산 자산의 유동화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현 씨의 경우 부동산 상승기에 투자수익을 경험할 때만 해도 부동산 투자로 노후자산을 만들어 편한 노후생활을 해야겠다는 꿈을 꾸었다. 그런데 퇴직이 1년 남은 현재, 본인의 생애자산 성적표는 퇴직 후 생계형 취업까지 고민해야 하는 위험 수준에 있다. 현 씨는 부동산 불패신화만 믿고 무리한 부동산 투자를 한 것이 화근이 됐다며, 전문가와 상담하며 미리 점검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 사례에서 보듯 전 자산 중 부동산의 비중이 크다면 종합적으로 수익률을 분석해 부동산의 보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최근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대외변수와 고령화 저출산에 반응하게 될 부동산의 방향성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과거와 같이 막연한 기대감에 매도시점을 지체할 경우 깨진 항아리에서 물이 새는 것처럼 보유자산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급격히 감소하게 된다. 부동산 투자에 있어 “왕관을 쓰려는 자, 왕관의 무게를 견뎌라”라는 말도 있지만, 진정으로 왕관을 벗을 때가 됐다면 왕관에 집착하지 말고 한시라도 빨리 벗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라고 조언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