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부사장 논란에 휘말린 대한항공 사태가 일파만파다. 조현아 부사장이 지난 5일 미국 뉴욕 JFK공항에서 인천으로 향하는 대한항공 KE080 항공기를 세운 이유가 땅콩 서비스 관련 규정 때문이라는 것이 알려지며 대중의 분노는 임계점에 달하는 분위기다. 당장 갑질논란이 불거지며 대한항공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경복궁 옆 특급호텔 프로젝트가 좌초될 위협에 처했다는 연합뉴스의 보도까지 나왔다. 조현아 부사장은 결국 부사장직을 사퇴한다고 밝혔으며 국토부는 조사에 착수했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주목해야 한다.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 논란을 최초로 대중에 알린 곳은 기성언론이지만, 이를 확대 및 재생산시켜 새로운 논란으로 부각시킨 곳이 바로 페이스북 및 트위터를 위시한 SNS이기 때문이다. 허니버터칩 대란이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일으켜 해태제과에 엄청난 이득을 안겨준 곳도 SNS며,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 논란을 불타오르게 만든 곳도 SNS라는 것을 고려하면 아이러니한 일이다.

SNS, 양날의 칼

시대가 발전하며 홍보 및 마케팅이 중요해지자 기업과 SNS는 양날의 칼이라는 관계를 정립하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이는 SNS가 기업 입장에서는 놓칠 수 없는 기회의 땅이지만 그 만큼 부정적인 파급력도 상당했기 때문이다. 특히 허니버터칩과 같은 긍정적인 아이템보다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SNS 콘텐츠에 대해 ‘설명해서 오해를 푸는’ 기술이 기업 입장에서 더욱 중요해 졌다.

하지만 지금까지 기업들은 몇몇 사례를 제외하고 대부분 SNS에서 연전연패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포스코 에너지 라면상무 사건이다. 지난해 대한항공 기내에서 라면을 제대로 끓이지 못했다는 이유로 승무원을 폭행해 논란의 중심에 선 ‘라면 상무’ 사건은, 언론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 후 SNS를 통해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진 케이스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포스코 에너지는 별다른 대응없이 해당 상무의 사표를 수리하는 선에서 논란의 조기진화를 시도했고, 이는 대중에게 ‘성의없는 대책’으로 비춰지며 여론의 십자포화 대상이 됐다. 세련되지도 못했고, 능숙하지도 못했다. 물론 SNS를 통한 우회적 해명도 소용이 없었다. 포스코 에너지는 기업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받았음은 물론, 비슷한 사고인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 논란이 불거지자 새삼 재조명되는 악재를 만나기도 했다.

‘밀어내기’ 파문으로 몸살을 앓았던 남양유업도 비슷한 자충수로 문제를 자초한 케이스다. 이 대목에서 맥신코리아 한승범 대표가 최근 발표한 기고글을 통해 남양유업 사태의 위기관리 실수를 조목조목 잡아내 관심을 끈다. 한 대표는 기고글에서 “남양유업은 SNS에 대한 위기관리(Risk Management)가 부족했다. 문제가 된 욕설 녹취 파일은 이미 오래전부터 온라인상에서 회자되고 있었는데 그에 대한 위기 탐지, 분석, 대응하는 속도가 너무 늦었다”고 전제하며 적절한 타이밍의 부재를 지적했다.

한 대표는 “남양유업의 대국민 사과는 시기를 놓쳤다. 아무리 좋은 사과문도 너무 늦거나 혹은 너무 이르면 문제를 발생시킨다. 남양유업의 사과문은 누리꾼들의 분노를 자극했고, 오히려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고 분석하며 “남양유업은 상생방안으로 연간 500억 원의 기금을 내놓았다. 하지만 누리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대국민 사과와 마찬가지로 시기를 놓쳐 진정성을 의심받았기 때문이다”며 남양유업의 아마추어리즘을 강조했다.

한 대표는 SNS를 포함한 기업 위기관리 시스템의 총체적 개조를 주장했다. 그는 “온라인 위기관리에서 무조건적인 사과와 상생방안이 능사는 아니다”며 “충분한 대응논리(스토리)를 만들어 대처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조건적인 사과와 상생방안은 오히려 역풍을 가져온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불거진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 논란도 마찬가지다. 한 대표는 “대한항공은 ‘땅콩 리턴’사태에 대한 온라인 위기관리시스템이 결여되어 있다. 항공 매뉴얼은 있겠지만 온라인 위기관리 매뉴얼이 있었는지 의심이 갈 정도다”고 지적하며 “대한항공의 공식 사과문은 그야말로 ‘맹물’이었다. 공식 사과문에 대해 누리꾼들은 조현아 부사장에 대한 사과문이라며 폄하했고, 대한항공 노조원이 비아냥거리는 상황까지 초래했다”고 강조했다. 결국 대한항공이 야심한 시각에 발표한 사과문이 대중의 분노를 더욱 끓어오르게 했다는 지적이다.

이어 한 대표는 “ '땅콩 리턴' 사건의 장본인인 조현아 부사장이 9일 임원회의에서 용서를 구하며 대한항공의 모든 보직에서 사퇴했다. 하지만 사과와 퇴진은 ‘무늬만 퇴진’이라고 비판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아무 의미없는 대응만 남발하며 최악의 사태를 맞이했으나, 이 마저도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는 파국으로 끝났다는 평가다.

그릇에 스토리를 담아라

기업은 SNS를 활용해 큰 이익을 얻는다. 하지만 SNS를 통해 치명적인 내상을 입기도 한다. 그런 이유로 SNS는 기업 입장에서 정교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유리구슬 던지기 게임’과 같다. 하지만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 논란과 포스코 라면상무, 남양유업의 밀어내기 논란에 있어 기업들은 대부분 실망스러운 대책만 남발했다. 잘못했다면 그 잘못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보완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하는 한편, SNS를 통해 충분히 소통했어야 한다. 하지만 기업들은 SNS라는 소통의 기회를 스스로 차버리고 논란을 자초해 버렸다.

결국 중요한것은 SNS라는 그릇에 스토리를 담아야 한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과연 SNS를 통해 표출되는 ‘을’들의 반란이 정당한 것이냐에 대한 질문도 남겨두어야 한다.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 논란과 포스코 라면상무, 남양유업의 밀어내기 논란을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과연 전후좌후 맥락없이 단편적이고 순간적인 장면만 포착하는 SNS가 100% 정의라고 볼 수 있을까? 마녀사냥이라는 극단적인 표현은 지양하더라도, 왜 유럽과 구글이 ‘잊혀질 권리’를 두고 팽팽하게 기싸움을 하는지 그 배경을 알아야 한다. 긍정적인 정보공유라는 순기능과, 신상털기와 극단적인 분노성향이라는 역기능이 가득한 SNS를 두고 많은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