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으로 세입자들의 고민이 깊은 가운데 지난 12월29일 오후 눈내린 서울 신당동 거리를 한 행인이 지나가고 있다.


소형 아파트 전세가격이 급등하자 가격이 저렴한 비역세권 단독·다가구주택과 빌라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

예비부부·사회 초년생, 서울 전세난에 외곽 눈돌려도 물량 없어 막막

올 한해 입주 물량 감소로 전세난이 심화될 예정인 가운데 예비 입주자들의 전세 선점 경쟁이 뜨겁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수도권 전체 아파트의 평균 전세 가격이 20주 연속 오르는 현상을 보였다.

지난 12월 주택산업연구원은 올 해 아파트의 경우 서울은 5%, 수도권과 지방은 4% 수준으로 전세가가 상승하며 주택 전체의 전세가는 서울이 4%, 수도권과 지방이 3.5%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선호도가 높은 역세권 일대 아파트는 완공이 안 됐음에도 전세 계약이 활발히 진행 중이며 입주를 5~6개월가량 남겨둔 곳도 전세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전세 물건이 떨어진 곳에서는 수요자들이 계약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등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치솟는 아파트 전세가 脫서울 러시

그 중 대표적인 곳이 오는 2월 입주를 앞둔 마포 공덕동 래미안 공덕 5차, 용산 신계동 e편한세상 등이다. 강남 지역은 연초 늘어나는 학군과 결혼 수요 탓에 아파트 몸값이 치솟자 전세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소장은 “서울 송파구 가락동 시영아파트나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등 재건축 아파트를 잘 알아보면 1억 원대의 전세 물건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그 외 서울 지역의 경우 소형 아파트라도 전세금이 2억 원 이상의 시세를 형성하는 곳이 대부분이라, 자금력이 취약한 사회 초년생과 신혼부부들의 시름이 깊다.

이처럼 소형 아파트의 전세가가 급등하다보니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비역세권 연립·다세대·다가구 주택, 빌라 등에 풍선효과로 인해 수요가 몰리는 추세다. 세입자들이 출퇴근 문제로 멀리 벗어나지 못할 경우 서울과 수도권 일대에서 아파트 외의 주택에 전세를 얻는 경향이 늘고 있는 연유에서다.

이러한 주택은 입지 여건이나 지역, 주택 구조와 면적 등에 따라 전세 가격이 달라 전반적인 전세가를 가늠하기 어렵다. 그러나 김부성 부동산富테크연구소 소장은 비역세권의 빌라, 다세대 주택의 경우 방 2칸이 구비된 면적 60㎡ 물량이 대략 1억~1억 원대 초반의 전세 가격을 형성하는 수준으로 진단한다.

이마저도 가격대가 저렴한 수준에서 시설이 괜찮은 곳은 물건이 잘 나오지 않아 올 상반기 입주를 앞둔 세입자라면 준비에 서둘러야 한다. 특히 빌라의 경우 다세대 주택보다 살기 편하고 아파트보다 관리비가 싼데다 베란다 효용이 높다는 점에서 수요자들의 구미를 당겨 물건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발품 팔면 그래도 해법은 있다

정동그라미 부동산뱅크 연구위원은 서울 외곽 지역의 빌라나 단독·다세대 주택을 추천했다. 이 중 가장 먼저 눈여겨볼 곳이 서울 강북구 미아동·수유동 일대다. 현재 길음·미아뉴타운 북측에 단독·다가구주택 밀집 지역이 형성돼 있다.

이 일대는 북한산과 북서울 꿈의숲이 인접해 있어 녹지율이 높고 지하철 4호선 이용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 지역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이미 높아진 전세 수요에 따라 빌라는 거의 다 소진된 상태”라고 답했다.

이에 비해 단독·다가구 주택은 물건이 꽤 많이 나와 있는 상태라는 것이 눈여겨볼 만하다. 방 1칸짜리 지상 주택은 전세가가 4000만~6000만 원, 지하방은 2000만~3000만 원이다. 다만 균형발전촉진지구로 지정돼 있어 노후주택이 많다는 단점이 있다.

서울 은평구 갈현동·구산동·녹번동 일대는 북한산, 백련산이 인접해 녹지율이 높고 쾌적하며 지하철 3,6호선을 이용할 수 있고 도심 접근성이 높다. 따라서 빌라나 단독·다세대 주택 물건이 많지 않고 가끔 1~2개씩 나오는 상황이다. 가격이 워낙 저렴한 까닭에서다. 최근 거래량이 거의 없는 이유도 수요는 높은데 시중에 나오는 물건이 없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하게 서울 중랑구 면목동·신내동·중화동 일대도 전세 주택 품귀 현상을 보인다. 이 지역 공인중개사에 따르면 그나마 1억 원대의 저렴한 아파트 전세 물건이 1~2건씩 나오지만 역시 많지 않은 실정이다. 단독·다가구 주택도 전세를 구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임대인들이 가격을 올리면 대부분 임차인이 수용하는 추세다.

가산디지털단지, 구로디지털단지 등 공업단지가 가까워 단독·다가구주택이 밀집한 서울 금천구 가산동·독산동 일대는 전세가격이 저렴하기로 유명하다. 그러나 최근 전세 수요가 높아지자 전세가격을 500만~1500만 원까지 올리는 임대인들이 늘어 이주를 고려하는 세입자들도 있다.

이 지역은 전세 보증금에 월세까지 따로 내야하는 반전세 경향도 두드러져 매입이 어려운 수요자들은 이러한 임차 형태를 감수하기도 한다. 경기도 등 수도권 일대로 눈을 돌리는 경향도 적지 않다. 경기도 부천시 소사본동은 단독주택이 오래 되긴 했지만 가격이 저렴해 서민들이 많이 찾는 편이다.

지역 공인중개사는 “방1칸짜리 물건이 2000만 원대, 방2칸짜리 물건이 2500만 원 이상, 방3칸짜리 물건은 5000만 원~7000만 원대의 전세가를 형성한다”고 전했다. 이들 지역의 빌라나 단독·다세대 주택은 아파트에 비해 전세 선점 경쟁률이 낮지만 물건 자체가 많지 않아 역시 올 한해 전세 수요가 급격히 높아질 전망이다.

또 교통이 불편하고 주차난 및 방범 등의 문제가 있어 불편도 뒤따른다는 점은 주택 선택 시 감안해야 할 요소다. 한편 전세난 속에서 서울 지역은 역세권 소형 아파트나 소형 주택을 매입해 임대 사업을 벌이려는 사업자들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초기 투자금이 적은 비아파트 물건을 매입하려는 사업자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물론 서울 지역이 전체적으로 전·월세 가격이 많이 오르고 있지만 비역세권 주택은 입지 여건이 좋은 지역에 비해 전·월세 수요가 적어 리스크가 높다는 게 전문가의 평이다.

김부성 소장은 “비인기 지역 내의 빌라를 마구잡이식으로 매입해 임대 수익을 거두려 하는 투자 방식은 신중하게 검토하지 않을 경우 낭패를 보기 쉽다”며 “가급적 주택 임대 사업은 역세권 소형아파트 위주로 접근하거나 아파트가 아니더라도 교통 여건이 좋고 역세권에 위치한 빌라 등이 좋다”고 말했다.

또 전세 수요가 급증하는 원인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최근 보금자리주택 등 공공 분양 물량 청약을 앞둔 대기수요와 청약 저축 통장을 활용해 국민임대아파트 입주를 고려하는 서민들도 많아 장기적으로도 전세 수요가 높을 것이라고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대 사업자의 메리트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백가혜 기자 lita@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