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 7cm크기의 균열이 발생해 시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일어났다. 균열이 발생된 지점은 지하 2층에 위치한 오션터널이며, 하얀 고래 벨루가를 직접 눈으로 관람할 수 있는 시설이라 개장 전부터 관심이 집중되던 곳이다.

목격자에 따르면 누수가 시작되자 물이 벽을 타고 흘러 바닥을 적시는 수준에 이르렀으며, 제2롯데월드는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채 ‘환경 개선 작업’이나 ‘청소 중’이라는 차단막만 쳐놓고 보수작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제2롯데월드 관계자가 해당 사실을 보도하던 YTN 기자의 정당한 취재활동을 가로막으며 생방송 현장까지 난입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당장 온라인에서는 "24일 수중 X-마스 행사를 통해 꿈과 미지의 세계로 사람들을 인도한다던 제2롯데월드가, 관람객들을 실제로 ‘미지의 세계’로 보내버리려는 것 아니냐”는 자조섞인 농담도 흘러나오고 있다.

문제가 된 아쿠아리움은 지난 10월 개장한 시설이며, 4000톤 규모의 물이 들어가고 약 650종 5만5000마리의 해양생물이 있는 곳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아쿠아리움이며, 제2롯데월드의 마스코트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이번 누수 사건은 커다란 충격이다.

하지만 제2롯데월드가 걸어온 ‘안전 불감증’에 대한 우려는 아쿠아리움 누수 이전에도 있어왔다. 지난 7월 제2롯데월드가 위치한 송파구에 거대 싱크홀이 연이어 발생하며 그 배경에 제2롯데월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파다하게 돌았기 때문이다. 물론 서울시는 전문가로 구성된 특별조사단을 꾸려 싱크홀이 제2롯데월드와 관련이 없다는 공식결과를 발표했으며, 이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발표로 여겨진다. 하지만 관련 루머는 끊임없이 흘러나오며 여전히 시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여기에 10월 24일 발생한 엘리베이터 중단, 거친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6층 3080거리의 바닥 균열, 에비뉴엘관 50cm 균열, 쇼핑몰 천장 파손 등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일단 제2롯데월드는 이러한 징후들이 불거질 때마다 ‘이상없다’는 입장만 되풀이 하는 상황이다.

물론 제2롯데월드의 안정성을 두고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제2롯데월드의 해명이 있었으며 이를 확대해석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논란들이 불거질 때마다 천문학적인 금액이 투입된 제2롯데월드는 내상을 입을 전망이다. 새로운 패러다임과 기술의 접목으로 롯데의 시장 영향력이 강해지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리스크'를 감수하고 있다.

최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옴니채널에 바탕을 둔 새로운 유통 성장동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구글과 아마존을 직접 거론하며 이들을 이겨야만 미래가 있다고 설파하며 실제적인 옴니채널 로드맵에 방점을 찍는 분위기다. 이에 힘입어 롯데백화점은 사물인터넷 시대의 필수요소인 비콘기술을 활용해 실내 매장 안내와 할인쿠폰을 제공하는 ‘스마트 비콘 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시작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은 결국 인간의 생활을 위해 필요한 수단일 뿐이다. 기본적인 안전에 대한 경각심 없이 무작정 옴니채널만 강조하는 것은, 마치 사물인터넷 시대를 맞아 보안 시스템을 확립하지 않고 무작정 초연결 시대로 뛰어드는 것과 비슷하다.

지금 롯데에 필요한 것은 구글과 아마존을 뛰어 넘겠다는 야심과 더불어, 안전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세심한 노력의 증거다. 물론 취재현장에서 생방송을 가로막는 등, 초유의 사태를 벌이지 않는 예민한 감각도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