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유튜브

언제부턴가 유튜브가 국내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을 장악하다시피 하고 있다. 현재 대략 8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데 2위를 차지하고 있는 판도라TV는 라이벌이라고 하기도 민망할 만큼 점유율 격차가 벌어졌다.

그런데 유튜브에서 오는 12월부터 SBS와 MBC의 방송 영상 클립을 볼 수 없게 됐다. PC와 모바일 버전 모두에서 말이다. 더불어 주요 지상파, 종편, 케이블 방송사도 조만간 유튜브에 영상을 제공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제 국내 방송을 유튜브에서 접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국내 주요 방송국과 플랫폼 업체가 유튜브를 따라잡기 위해 손을 잡았다. 방송국들은 유튜브에 방송 프로그램을 제공하지 않는 대신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에 콘텐츠 공급을 확대하기로 했다. 막대한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유튜브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이다. 업계는 이들이 유튜브를 왕좌에서 내려앉게 만들지 주목하고 있다.

이 중심에 ‘스마트미디어랩(SMR)'이 자리한다. 지난 6월 주요 방송국들은 유튜브를 비롯한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와 협상력을 키운다는 명목으로 SMR을 만들었다. SMR 소속 업체들은 최근 연합해 차례로 유튜브에 콘텐츠를 공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국내 스트리밍 플랫폼 업체들이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는 후문이다. 더불어 빼앗긴 시장 주도권을 되찾는다는 명분이다.

물론 SMR이 처음부터 유튜브를 멀리한 것은 아니다. 콘텐츠 제공자 입장에서는 고비용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수익은 고스란히 유튜브에 간다는 것에 문제를 느꼈다. SMR은 지속적으로 유튜브에 이 부분에 대한 협의안을 들이밀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국내 업체에 힘을 실어주는 결정을 했다.

 

‘역차별’ 넘고 ‘유튜브’도 넘고?

유튜브와 국내 업체 사이에 전열이 감돌고 있다. 그간 ‘역차별’이라며 울상 짓던 국내 업계에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는 셈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미디어 플랫폼 사업을 망친 것은 다름 아닌 정부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2009년 정부는 공공기관 등에만 적용되던 '제한적 본인 확인제'를 하루 방문자 10만 명 이상의 모든 웹사이트로 확대했다. 정부의 규제에 번거로움을 느낀 많은 사용자들은 유튜브로 떠나버렸다. 규제의 대상이 된 판도라TV나 곰TV 등은 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 제도는 지난 2012년 무력화됐지만 상황은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 이후에도 ‘성인물 이용 전 본인 확인제’가 국내 업체의 발목을 잡았다.

▲ 출처=판도라TV

인터넷실명제(제한적본인확인제)가 시행되기 직전인 2008년 말 국내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 점유율(페이지뷰 기준) 2%에 불과하던 유튜브는 인터넷 실명제 시행을 기점으로 점유율이 급상승했다. 같은 기간 시장점유율 42%로 1위를 점하던 판도라TV의 점유율은 4%로 하락했다. 34%의 시장을 가졌던 2위 사업자 다음TV팟의 점유율은 8%로 낮아졌다. 아프리카TV의 시장점유율 역시 23%에서 13%로 반 토막 났다. 현재는 유튜브가 80% 수준이니 거의 독식 수준이다.

 

'한국형 유튜브‘도 다크호스

국내 방송계와 포털 사이트의 동맹이 어떤 결과를 만들지 예측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유튜브를 넘을 수 있다는 기대감 자체는 높아지고 있다. 판도라TV나 아프리카TV 등 기존 사업자는 서비스 리뉴얼을 준비하고 있으며 심지어 정부는 ‘한국형 유튜브’라고 불리는 ‘K-플랫폼’을 야심차게 추진하려 한다.

정부가 직접 나서 ‘한국형 유튜브’ 개발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015년 2월부터 3월까지 관련 용역을 공고하고 선정한다. 선정된 사업자는 4월부터 9월까지 시스템을 개발하고 구축하고 10월부터 플랫폼을 운영하는 일정이다. 미래부는 이를 추진하는 이유로 ‘유튜브의 시장 독식’을 직접 거론했으며, 아울러 국내 콘텐츠를 수출할 수 있는 미디어 유통 플랫폼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우려의 시선도 있다. 책정된 총예산은 10억원에 불과하고 개발부터 구축까지 부여된 기간이 너무 짧아 ‘졸속’ 계획이라는 비판이 많다. 예컨대 유튜브는 오픈 초창기인 2005년 1100만달러(약 113억 원)의 투자를 받으며 서비스를 키워나갔다. 이에 비해 10억원은 너무 적다는 지적이다.

또 동영상 플랫폼을 굳이 처음부터 만드는 것이 불필요하다는 시선도 있다. 유튜브의 독식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포털 업체와 콘텐츠 송출 사업자가 운영하는 플랫폼에 대한 지원을 하는 편이 더 낫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한국형 유튜브’ 개발 계획이 “허황된 이야기는 아니다”라는 평도 존재한다. 계획대로 ‘한국형 유튜브’가 구축돼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포털 업체가 SMR을 등에 업고 약진하고, 기존 미디어 플랫폼 업체가 꾸준히 점유율 높여간다면 유튜브를 왕좌에서 끌어내는 것도 ‘가능한 이야기’라는 것이 현재 업계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