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아름다운 시로 노래하는 이해인 수녀님께서는 “담담하고 차분한 중용의 맛. 화가 날 때는 감자를 먹으면서 모난 마음을 달래야겠다”며 감자를 예찬하셨다. 반면에 필자는 조금은 못생기고 달콤함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다이어트 식품으로 등장하는 고구마를 ‘외유내강’의 맛이라고 칭하곤 한다.

 

‘다이어트 하는 사람들은 감자를 먹을까? 고구마를 먹을까?’ 하고 묻는 사람들이 꽤 많다. 비교적 저지방, 저칼로리면서 영양소가 풍부해 둘 다 건강과 다이어트에 좋은 식품이기 때문이다. 당지수(GI)와 열량만 생각한다면 다이어트에도 성공할 수 있다. 그런데 당지수 면에서 보면 고구마가 유리하고, 열량 면에서는 감자가 유리하다. 고단백 식품이 들으면 ‘도토리 키재기’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 둘은 라이벌 중에 라이벌이다. 필자는 다이어터들에겐 우선 고구마를 먹으라고 권하고 있으며, 몸짱 만들기 프로젝트의 고단백 식단에도 고구마가 포함된다. 그 이유는 고구마의 당지수가 55로 감자(85)의 약 65%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살이 안 찌는 체질로 바뀌려면 우선 혈당이 과하게 올라가지 않는 몸을 만들어야 한다. 당지수란 1981년 Jenkins 등이 제안한 지표로 어떤 음식 100g이 얼마나 빨리 혈당량을 높이는가를 수치화한 것이다. 음식을 먹으면 혈당이 올라가고 인슐린이 분비되는데 혈당이 과하게 올라가면 탄수화물은 과량 분비된 인슐린에 의해 지방으로 전환된다. 인슐린은 탄수화물 대사에도 꼭 필수적인 호르몬이지만 또 잉여 탄수화물을 지방으로 전환시킨다.

 

즉, 고구마의 당지수가 감자보다 낮아서 혈당이 더디게 올라가며, 고구마의 단맛은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 또한, 고구마에는 근육을 합성하는 데 보조역할을 하는 비타민 B6와 망간이 감자보다 풍부하며, 고구마의 식이섬유는 감자(0.2g/100g)보다 4.5배가 많기 때문에 장운동과 노폐물 배설에도 좋은 식품이다. 고구마를 자를 때 보이는 흰색 얄라핀은 장의 기능을 좋게 하므로 배변 활동을 돕는다. 또한, 고구마에는 한국인의 주식인 탄수화물의 대사와 분해에 중요한 보조인자로 작용하는 비타민 B1 역시 풍부하다.

막강한 라이벌, 감자는 당지수 다이어트에서 고구마에 밀렸지만, 감자의 열량은 72kcal/100g으로 고구마의 128kcal/100g보다 열량 면에서는 유리하다. 미래학자들은 감자를 미래의 식량으로 부르며 인류의 주식 중 유일한 알칼리성 식품으로, 건강을 지키는 장수식품으로 분류하고 있다. 즉, 오래 살려면 감자를 먹어야 한다는 것인데, 감자는 탄수화물 식품이지만 필수아미노산과 비타민 B군, 칼륨 외 무기질 함유량이 매우 높다. 또한, 한국인의 염장식품 섭취로 인한 과량의 나트륨을 배설시키는 칼륨의 양이 높으며 부종으로 인한 물살을 막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감자의 섬유소는 콜레스테롤의 배설에 도움이 되고 비타민 C는 약 20mg/100g이 함유되어서 사과의 3배인 영양 덩어리 식품이다.

남자들은 모이면 군대에서의 경험을 얘기하느라 바쁘다. 연말 모임에서 또 한참을 떠들던 동창이 우리 모두를 웃게 하였는데, 그 이야기는 다름 아닌 ‘감자와 고구마의 닮은꼴 이야기’였다. 이야기를 간략하게 말하자면, 군대에서 밤에 보초를 서는데 그날의 암구호가 ‘고구마’였단다. 그런데 모음 ‘ㅏ’ 발음을 못 하는 신병이 보초를 서고 있었던 게 문제였다. 상관이 암구호를 묻자 신병은 ‘고구미’라고 했고 상관이 틀렸다고 하자 그 신병은 ‘김진기’라고 해서 상관에게 흠씬 얻어맞았다고 한다. 그 신병이 하려던 말은 ‘감잔가?’였으니 얼마나 억울했겠냐고···. 닮은꼴인 고구마와 감자는 좋아하는 사람들 각각의 취향을 따로 맞춰주는 힘이 있으니 진짜 라이벌이 맞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