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유통 및 공급업체인 '스팀'을 둘러싼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처음 문제가 불거진 이후 거의 두 달이 흘렀으나 여전히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갑론을박이 치열하게 불거지고 있다.

발단은 지난 국정감사 시즌 박주선 의원의 지적이었다. 박 의원은 국감을 앞두고 스팀에 포진한 게임의 등급분류 문제를 제기하며“스팀에서 서비스하는 한글화 게임 138개 중 등급분류를 받은 게임은 60개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스팀은 외국기업이며, 일종의 게임 플랫폼이다. 그리고 스팀은 다양한 게임을 유통시키며 국내 게임시장에도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지만, 별도의 심의를 받지 않고 있다.

박 의원은 10월 17일과 24일 열린 국감에서도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스팀에 대한 등급 분류를 강력하게 제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스팀의 일부 게임이 10월 23일 한국어 지원을 실시하지 않는다고 공지했으며, 이에 분노한 네티즌들이 박 의원의 홈페이지까지 해킹하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그리고 이러한 분노는 12월이 지나가는 현재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박 의원의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지금도 스팀 규제에 대한 불만을 성토하는 글로 뒤덮히고 있다. 이 과정에서 스팀 게임 일부가 한국어가 아닌 '북한어'라는 창조경제스러운 기발한 형태로 게임을 출시하는 일도 벌어졌다. 'Paper, Please(여권 내놓으시오!)'라는 게임이 '동무 려권내라우'라는 이름으로 변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여기서 화두는 '스팀이라는 외국기업의 게임 플랫폼에 담긴 게임들이 국내에 서비스 되고 있는 상황에서,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콘트롤을 받아야 하느냐'로 좁혀진다. 하지만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여기에는 방법론의 문제와 감정적인 대응, 그리고 별 생각없이 진행되고 있는 정책적 난맥상 들이 한꺼번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 출처=유튜브

박 의원이 말한 것
스팀을 둘러싼 논란은 최근 벌어진 페이스북 게임 중단과 비슷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 '심의'를 둘러싼 논쟁이 결국 현실적인 플랫폼을 막아버리는 초유의 사태로 번졌기 때문이다. 물론 멀게는 사행성 논란에 휘말려 사업을 접었던 '한게임'도 있다. 결국 비슷한 문제는 유통과정의 법과 정의가 얼마나 적용되느냐에 달려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 의원은 심의에 방점을 찍어 스팀을 통해 유통되는 게임의 유해성을 지적한 분위기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고려해야할 부분은, 박 의원이 무작정 규제를 말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로 박 의원은 국감장에서 "스팀의 미심의 게임을 엄벌하거나 국내 심의 족쇄를 풀어야 한다"며 "외국기업의 심의를 지원하기 위한 게임물 관리위원회의 홈페이지 개편이 필요하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결국 박 의원은 외국기업이라고 심의를 하지 않으면 곤란하며, 심의를 돕기 위해 게임물 관리위원회도 적절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한 셈이다. 그런데 뒷 부분이 사라지고 앞 부분만 부각되며 엄청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현재 스팀 논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박 의원이 지적한 게임물 관리위원회 홈페이지 개편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다소 아이러니한 일이다.

더 심각한 문제, '현실'
하지만 박 의원이 문제제기가 어떤 배경에서 나왔든, 사실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일단 스팀의 게임사들이 한국어를 지원하기 위한 게임을 유통시키기 위해 게임물 관리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하려고 해도 적절한 창구가 없었다는 황당한 사실은 차치하고, 만약 해당 홈페이지에 영어로 된 친절한 심의창구가 개설됐다고 가정해도 문제는 남는다. 바로 '심의를 받고자 하는 외국의 게임사가 만약 19세 이상 등급을 받았다면 이후 어떻게 게이머가 이를 인증할 것인가?'이다.

기술적인 문제지만 핵심에 가까운 질문이다. 대한민국은 핀테크 시대를 맞이했음에도 과도한 규제에 매몰되어 적절한 오픈정책을 취하지 못하고 있는 곳이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사라고 표기했지만 사실상 게임 개발자에 가까운 스팀의 콘텐츠 제공자들이 과도하고 모호한 규제에 맞춰 등급을 조정한 게임을 한국어로 정식 론칭할 확률은 한없이 '제로'에 수렴된다. 최근 라이브 스트리밍까지 실시하며 발전하고 있는 스팀을 국내에서 만나지 못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이는 스팀이라는 거대 플랫폼의 국내철수를 의미하며, 넓게는 스팀을 이용하던 국민의 선택권 박탈을 뜻한다.

물론 스팀 논란에서 심의를 '의미없는 일'로 치부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청소년의 정신건강을 위해 게임물에 대한 심의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무작정 심의부터 시작하려는 것은 분명한 패착이다. 비록 게임물 관리위원회 외국어 심의지원 홈페이지 구축이 이뤄진다고 해도 각종 외부규제에 의해 미흡한 점은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게임을 무작정 마약으로 취급하며 4대악에 포함시킨 정부의 총체적인 난국도 영향을 미쳤다. 덕분에 11월 막을 내린 지스타 2014에서 외국정부는 고위 정부인사까지 찾아와 국내 게임사들을 유혹하기도 했으며 중국의 텐센트는 무자비한 자금력으로 국내 게임사들을 쇼핑하듯이 사들이는 분위기다.

게임의 위상이 높아지며 하나의 사업, 이제는 정치의 한 분야로 인정받는 분위기에서, 이를 하위개념의 문화로만 단정하는 정부의 색안경이 짙어지며 스팀 논란이 촉발됐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칼 자루를 쥔 자'의 한계다. 일각에서는 스팀을 고사시켜 국내 게임사업을 진흥하려는 것 아니냐는 농담이 떠돌 지경이다.

▲ 출처=스팀

해결책은? 결국 '법'
한국e스포츠협회장을 맡고 있는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스팀 논란이 촉발되자 오픈마켓게임법의 활용을 전제로 "한국형 갈라파고스 규제가 여전히 한국게임산업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데 대해 큰 안타까움을 느낀다"며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관망할 것이 아니라 스팀과 게임물 관리위원회와의 적극적인 소통 및 중재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며, 조속하게 시행령 개정을 준비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사실 전 의원의 말은 큰 의미에서 박 의원과 비슷한 맥락이다. 하지만 더욱 구체적으로 해답을 도출하고 있다. 지난 2011년 4월 개정된 오픈마켓게임법은 '게임물의 제작주체·유통과정의 특성 등으로 인하여 위원회를 통한 사전 등급분류가 적절하지 아니한 게임물 중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을 사전심의 예외대상이 될 수 있도록 했고, 이를 관리하는 게임회사를 자율심의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통해 외국기업인 애플 및 구글에 게임 카테고리가 생겼으며, 온라인 전반으로 확대하면 문제는 해결된다는 것이다. 결국 규제완화다.

여기에 법을 더욱 보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 문제해결의 구체적인 단초가 해결된다.

현재 게임법의 등급분류 관련 규정은 옛날 아케이드 게임 시절에 그대로 머물어 있다. 외국기업의 유통에 있어 적절한 심의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시행령따라 다변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난무하고 있다. 일단 게임물 관리위원회는 (구)게임물 등급위원회 시절부터 이어진‘어떤 경우가 한국을 대상으로 하는 게임 유통이냐’에 대한 내부적인 기준을 스스로 정해서 외국업체에게 적용하고 있는데, 이는 한국어로 서비스되는 외국게임을 모두 한국게임법에 적용시키는 방침을 담고 있다.

하지만 스팀은 한국어가 되는 게임도 있고, 지원하지 않는 게임도 있다. 여기서 애매해진다. 일단 게임물 관리위원회는 소위 '스스로의 기준'으로 심의률 시작하는데, 이는 게이머들의 혼란을 야기할 뿐이다. 여기서 법률 개정을 통해 글로벌 단위로 움직이는 게임물에 대한 적절한 심의법이 만들어지고, 박 의원이 제안한 바 처럼 아예 한국업체에 등급분류 족쇄를 풀어 완전경쟁에 나서게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방법이다.

제발 스마트해지자
스팀 논란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하지만 결론은, 박 의원도 어느 정도 대안을 제시했으나 논란을 야기했다는 그 자체로 여론의 바판을 받고 있다는 것이며, 이에 앞서 대한민국 정부는 법부터 게임물 관리위원회까지 총체적인 난국을 '기꺼이'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성희론 논란까지 불거졌던 게임물 관리위원회를 아예 폐지시켜 자율심의로 전환하자는 전 의원의 발언이 힘을 얻고 있으며, 12월이 넘어가고 있음에도 박 의원의 홈페이지가 '비난'으로 뒤덮히는 것이다.

법부터 바꿔야한다. 단, 법을 바꾸되 규제부터 실시하려는 나쁜버릇은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 포인트다.

약간 다른 이야기지만, 최근 미래창조과학부가 데이터 강국을 만들겠다며 데이터 산업 발전전략’을 세우는 한편, 소프트웨어(SW)‧콘텐츠 등에 분산된 데이터 관련 R&D를 일원화, 개방데이터를 한곳에서 검색 가능한 민간 중심의 ‘데이터 거래소(Data Exchange)’ 활성화를 유도하는 한편 산업 빅데이터 프로젝트로 ‘등대(lighthouse. 선도 표준모델 마련)’, ‘스마트 챌린지 프로젝트(데이터 활용 스마터 서비스 실증)’ 등 시범사업을 추진한다고 한다.

그 뜻은 공감하지만 심히 불안해진다. 왜 필자의 귀에는 '개인정보를 모아 비합법적 수단의 사업도구로 활용될 수 있게 하며, 정부가 잘 나가고 있는 사업을 단일화시켜 규제를 남발하려 한다'로 들릴까. 물론 비뚤어진 상상이며, 미래부의 '데이터 초강국' 의지는 상당히 중요하고 핵심적인, 또 필요한 사업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우리는 지금 지긋지긋한 규제로 전자결제시장 날리고, 단말기 유통구조 관리법처럼 이상한 법을 만드는 곳에 살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