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6일부터 언론사 뉴스 검색 개편을 단행했다. 크게 두 가지 측면이다. 하나는 뉴스 검색에 클러스터링 기술을 도입해 비슷한 주제의 기사를 묶어 3개의 기사만 노출시키고, 나머지 기사는 추가 버튼을 눌러 확인할 수 있게 만든 것이며, 또 다른 하나는 일반 뉴스 검색제휴 언론사들을 모두 모바일에 노출시키도록 조치한 것이다.

네이버의 뉴스 검색 개편의 목적은 뚜렷하다. 우선 클러스터링을 통해 실시간 검색어에 맞춰 기사를 대량으로 찍어내는 어뷰징을 막아내고, 모바일 제휴 확대를 통해 더 많은 모바일 콘텐츠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언론사 입장에서는 희비가 갈린다. 어뷰징을 막는다는 취지로 도입된 클러스터링에 대해서 대외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으나  내부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트래픽이 곧 돈이 되어버린 시대에 어뷰징을 통한 '낚시성 기사'로 재미를 보던 언론사는 걱정이 많아졌다. 당장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모바일 뉴스 검색 확대는 일단 군소 언론사를 중심으로 긍정적인 반응이다. 클러스터링이 도입되긴 했어도 모바일 뉴스 검색은 '숙원'이나 마찬가지 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네이버로부터 전재료를 받는 언론사만 모바일에 적용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회의 문이 열린 셈이다.

하지만 다양한 요소들을 차치한다고 해도, 사실 이번 네이버 뉴스 검색 개편은 결국 하나의 결론을 시사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바로 네이버의 플랫폼 인프라 강화를 위한 직접적인 행동이다.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모든 것은 '네이버'를 위한 것이다.

▲ 새로운 개편으로 변화된 뉴스 검색. 출처=네이버 스크린샷

어뷰징을 막는다?
'뉴스 고로케' 등의 등장으로 확인할 수 있듯이, 어뷰징은 언론사의 대표적인 폐단 중 하나였다. 사실 심각하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 비슷한 주제의 기사를 제목이나 내용만 바꿔 무차별 송고하고, 그러다 보니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뉴스 콘텐츠가 무분별하게 노출된 바 있다. 이에 대한 이용자의 피로도도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하면, 이 부분은 네이버가 고민할 것이 아니라 언론사 스스로의 노력으로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다. 이는 역으로 욕을 먹더라도 네이버가 아닌, 언론사가 먹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국내 포털 1위 사업자인 네이버가 다음과 구글이 활용하고 있는 클러스터링을 전격적으로 도입해 '알아서 어뷰징을 막아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언론사가 욕 먹는 것이 안쓰러워서? 네이버가 착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 있다.

물론 어뷰징에 대한 비판은 주로 언론사에 집중되고 있으나, 네이버와 같은 플랫폼 사업자도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미비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왜 클러스터링을 도입했을까?

사실 네이버가 클러스터링을 도입할 것이라는 이야기는 다양한 공식 및 비공식 루트를 통해 업계에 꾸준히 흘러나왔던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는 뉴스캐스트, 뉴스스탠드 등의 다양한 실험을 통해 언론사 콘텐츠를 긍정적으로 노출시키려 한다는 액션을 보여 왔었다. 그리고 이번에 도입된 클러스터링으로 어느 정도 성의를 다하는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성공했다. 일말의 비판마저 잠재웠다는 뜻이다.

 

대형 언론사 입장
구체적으로 이번 뉴스 검색을 통해 각 언론사들의 분위기를 살펴보자. 먼저 대형 언론사는 어떨까?
뉴스 제휴 시스템을 현재의 뉴스스탠드로 전환시킬 당시, 네이버가 대형 언론의 상당한 견제를 받았다는 점도 기억해보자. 당시 네이버는 언론사 줄 세우기라는 비판과 언론사 트래픽 급감이라는 다소 구체적인 이유로 대형 언론으로부터 전방위적 공격을 받았다. 그런데 6일 실시된 뉴스 검색 개편은 그러한 분위기가 덜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어느 정도 원하는 바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뉴스스탠드로 네이버의 뉴스 제휴 시스템이 전환되자 대형 언론들은 자신들의 영향력 급감을 걱정했었다. 당연하다. 이용자가 로그인 후 뉴스스탠드를 설치해 실제 활용하는 사례가 덜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대형 언론들은 검색을 통해 중소형 언론과 실제적인 경쟁에 나설 수 밖에 없었으며, 그와 비례해 불만도 고조되어 갔다.

100%는 아니겠지만 뉴스 도매상 연합뉴스의 네이버 뉴스 제공에 조중동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자체 플랫폼을 강화하겠다고 나선 대목도 이런 분위기에서 기인했다는 평가다. 물론 조중동의 어뷰징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게다가 네이버 입장에서는 뉴스를 메인에 직접 배치하지 않아 '게이트 키퍼'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났다. 대형 언론 입장에서는 참 '얄미웠을 것'이다.

하지만 6일 개편은 약간 미묘하다. 우선 클러스터링부터 보자. 개편 하루가 지난 시점에서 네이버에서 뉴스 검색을 해보면 주제 별 뉴스 중 대부분이 대형 언론 중심으로 짜여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원윤식 NHN 홍보팀 팀장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개편으로) 특정 언론사가 유리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으나, 당장 화면을 열어 살펴보라. 대부분의 뉴스는 대형 언론사 중심으로 주제가 묶여있다. 물론 모바일도 마찬가지다.

결론적으로 6일 개편은 대형 언론사에 있어 그나마 선방이라는 평가다. 뉴스스탠드의 설치 및 이용자 저조로 인해 콘텐츠의 상대적 경쟁력이 묻혀 버렸으나, 클러스터링 도입은 이러한 불만을 어느 정도 상쇄시켰기 때문이다. 비록 모바일에 군소 언론사가 진입한 것은 불안요소나, 이도 클러스터링이 있기에 별 문제가 되지 않을 전망이다. 오히려 다음과 구글의 클러스터링을 통한 학습효과로 새로운 어뷰징 기술을 접목할 수 있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이렇게 되면 자신들을 위협하던 군소 언론사를 몇 발 더 앞질러가는 셈이다.

군소 언론사 입장
희비가 엇갈린다. 뉴스 검색만 맺고있던 군소 언론사들이 웹을 넘어 모바일까지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반응도 있지만, 클러스터링 기술은 대형 언론과 비슷한 이유로 '불리'하다. 결국 콘텐츠의 질로 승부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누구나 다 아는 기사를 쓰면 클러스터링에 묶여 예전과 다른 클릭 숫자를 기록하기 어려워졌다. 네이버의 알고리즘이 변수이지만, 이는 철저히 비밀로 진행될 여지가 많다. 결국 군소 언론은 모바일을 얻고 클러스터링이라는 족쇄를 찼지만, 이러한 분위기는 결국 클러스터링으로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일으킬 전망이다.

걱정스러운 대목은, 이러한 부분은 상쇄하고자 군소 언론이 더욱 교묘한 어뷰징을 실시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대형 언론도 마찬가지지만, 만약 이러한 분위기가 점점 고조될 경우 네이버라는 플랫폼을 통해 표출되는 대한민국 언론은 철저히 망가질 수 있다.

▲ 출처=네이버

네이버의 입장
가장 중요하다. 네이버는 어떨까? 한 마디로 '꽃 놀이패'를 쥐었다.
우선 네이버는 모바일 인프라 강화에 나설 수 있다. 이해진 의장이 "모바일에서 네이버는 아무것도 아니다. 없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 것처럼, 네이버는 메신저 라인 외에는 이렇다 할 모바일 인프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모바일에 다양한 언론 콘텐츠가 제공되면 '양적인 측면'에서 순식간에 강력한 경쟁력을 보유하게 된다. 이러한 기조를 네이버가 어떻게 활용할지가 포인트로 보인다.

언론 유통 플랫폼을 네이버가 더욱 견고하게 장악할 수도 있다. 클러스터링 알고리즘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될 지 모르나, 일단 대형 언론사를 전면에 내세우는 액션을 취하며 그들과의 마찰을 피할 수 있으며, 이를 넘어 뉴스캐스트 시절 자신들이 잡았던 뉴스 유통 플랫폼 주도권도 잡을 수 있다. 왜? 알고리즘은 네이버 외에 모르기 때문이다.

이제 네이버는 '비밀' 알고리즘을 활용해 한 가지 주제에 달라붙는 언론들을 적절히 배합할 수 있다. 물론 네이버는 이러한 가능성을 철저하게 부정하고 있으나, 확률은 있다. 이렇게 되면 가뜩이나 심각한 포털에 의한 대한민국 언론유통 종속화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이대로 가면 온라인 시대에서 빼앗긴 뉴스유통 주도권을 찾아오기 위해 노력한 언론은, 결국 모바일이라는 제2의 전쟁에서 또 한번 포털에 주도권을 뺏길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인에 뉴스도 세우지 않으며, 적절히 클러스터링만 조정하는 네이버는 다양한 비판에서 몸을 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모바일 뉴스 검색 확대로 군소 언론사의 불만도 잠재울 여지도 가져간다.

이용자의 입장
복잡하다. 클러스터링으로 어뷰징에 노출될 가능성이 낮아졌기 때문에 다소 긍정적이나, 다음과 구글에서도 확인했듯이 클러스터링도 일종의 '언론 게이트 기핑'의 전형으로 여겨지는 만큼 자칫 '편향된 언론사 논지'에 빠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뷰징마저 진화한다면 답이 없어진다.

 

결론
결국 6일 네이버 뉴스 검색 개편은 네이버와 대형 언론사에게는 호재, 군소 언론사와 이용자 입장에서는 악재에 가깝다.

특히 군소 언론사는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모바일 뉴스 검색 제휴가 가능해졌다고 축포를 쏘면 곤란하다. 당신들은 이제 더욱 뛰어나고, 더욱 훌륭한 콘텐츠를 만들어야 클러스터링을 피해 살아남을 수 있다. 어쩌면 이러한 관점에서, 이번 네이버 뉴스 검색 개편이 군소 언론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주마가편의 기회가 아닐까? 다행히 모바일은 되지 않는가!